• “제발 탈당하지 말아달라. 우리가 누구 때문에 나왔는데…”

    열린우리당 집단탈당파인 통합신당모임의 한 핵심관계자의 첫 말이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유’자를 꺼내는 순간, 이 관계자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유 장관이 열린당 탈당을 일축했다고 하자 그제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유 장관은 26일 저녁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특별히 당적을 버려야 할 이유를 모르겠고, 내발로 나가고 싶지않다”면서 당내에서 제기된 탈당 요구를 일축했다고 한다. 유 장관은 또 “열린당이 국민의 지탄을 많이 받고 내부에서 없애자는 주장도 있지만 나한테는 소중한 당”이라고 했다고도 한다.

    유 장관은 끊임없이 당내 탈당 요구를 일축하고 있지만 상황은 아이러니하다. 자신이 소속된 당에서는 탈당을 요구하고, 앞서 열린당을 탈당한 그룹들은 “탈당은 안된다”고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 장관의 탈당 문제는 열린당 보다는 오히려 열린당 탈당파를 중심으로 민감한 반응이다.

    통합신당모임의 한 핵심관계자는 유 장관의 ‘유’자만 나오면 입에 거품부터 문다. “아니 우리가 왜 탈당을 했는데…, 우리가 마치 뭐가 있어서 탈당하는 줄 아는데 실은 유시민이, 그 꼴보기 싫어서 탈당한 것 아니냐”면서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가뜩이나 대통합신당 추진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앞둔 상황에서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유 장관의 탈당을 은근히 ‘두려워’(?)하는 모습을 내보였다. 

    이 핵심관계자는 그러면서 범여권 대통합신당 추진을 위해 열린당 소속 의원들의 결단이 필요하지만 서울 출신의 두 J 의원과 비례대표 출신의 M 의원은 "제발 결단을 하지 말라"고도 했다. 이들 의원과 유 장관을 포함한 4명은 절대로 탈당하지 않는 게 대통합신당 추진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웃지못할 소리까지 했다. 대통합신당 추진에 걸림돌이 된다는 설명이다.

    최근 열린당은 향후 대통합신당 추진을 염두에 두고 일부 당직자들을 정리해고 했다. 본격적인 대통합신당 문제가 논의될 6~7월 시점에 가서도 'n분의 1'로 참여하기 위해, 또 한차례의 정리해고도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뒤숭숭한 분위기가 여전하다. ‘아무 죄 없이’ 정리해고된 당직자들에게 미안한 의원들이 범여권에는 아주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