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토록 검증을 국민들이 요구하는데도…

    한나라당은 대세론 때문에 또 다시 2002년 과거와 똑 같은 불운한 역사의 장면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한나라당은 한마디로 귀가 멀었다. 그토록 언론이나 한나라당을 아끼는 인사들이 치열한 후보검증을 신속히 하지 않는다면, 여권 후보가 나타났을 때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함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검증에 알레르기 반응만을 보이며 검증을 회피하려 한다. 웬일일까?

    검증을 피하려는 가장 큰 원인은 대세론 때문에 눈치를 보느라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란 것이 정설일 것 같다. 그토록 완벽에 가까웠던 이회창 씨도 정치공작에 의해 쉽사리 무너졌던 아픈 기억을 벌써 망각한 한나라당, 정말 귀가 멀어가는 정당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회창 씨는 전혀 약점이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훌륭한 한나라당의 대선주자였다. 그런데 왜 갑작스럽게 선거 3개월을 앞두고 좌파정권의 정치공작에 안타깝게도 무너져 내렸겠는가.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대세론 때문에 모두 눈치를 보며 사전에 치열한 검증 예행연습을 하지 않음으로서 집권세력으로부터 있을 수 있는 집요한 공격을 이겨낼 수 있는 면역체계를 상실하여 집권세력의 정치공작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취약한 체질이 되었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실패를 망각하고 또 다시 실패하고 싶다면, 검증을 하지 않아도 된다. 어떠한 희생의 대가없이 10년의 좌파정권을 종식시키려 한다는 것은 너무나 안일한 모습이다. 만약에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이 혹독한 검증을 거치지 않는다면, 그 어떤 후보가 경선에 통과하여 한나라당 후보가 될 지라도 승리를 거둘 수 없다.

    한나라당과 관련 있는 거의 모든 이들에게 2007 대선에서 누가 승리할 것 같으냐고 물어보면, 백이면 백 모두가 한나라당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한나라당은 스스로가 이미 집권세력 진입을 확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큰 착각이나 착시 현상에서 기인한 것이다. 부동층, 비(非)한나라당, 반(反)한나라당 유권자층이 쉽사리 한나라당으로 표를 줄 것이라는 안일 무사한 생각에 젖어서는 안 된다.

    여론이 부동의 1위라고 큰 소리 친다. ‘여론조사’가 틀림없다고 믿는다면, 대통령을 ‘여론조사’로 뽑으면 되지 왜 하필이면 선거를 해야 하는가? 선거는 국민들의 감성지수에 따라 엄청난 진폭의 변화량을 갖는다. 여론조사는 당 시간대 유권자층의 흐름과 변화량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에 불과하다.

    한나라당이 크게 착시하고 있는 것은,

    첫째, 집권세력의 구심력 있는 후보가 없는 상항에서 표출된 한나라당 지지율은 반(反)한나라당 성향 표 + 비(非)한나라당 성향 표 + 부동층 그리고 지지층이 모두 합쳐져서 만들어진 뒤범벅된 혼합물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바뀌면, 반(反)한나라당, 비(非)한나라당, 부동층 표는 제 갈 곳을 찾아 날아가고야 만다.

    둘째, 여권의 구심력 있는 대선주자 구도가 아직 예측을 불허하는 이유 때문에, 여론조사를 하게 되면 당연히 비(非)한나라당과 반(反)한나라당 지지층들이 한나라당 특정 예비후보에게 지지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러저러한 현실이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도출된 여론지지율을 한나라당은 당(黨) 지지 세력으로 착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빅3’의 지지율을 합산하면, 80%에 육박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나라당은 여권이 특정 목적으로 헤쳐모여를 목표로 핵분열을 일으키고 있는 동안 마치 ‘부동층’과 ‘반(反)한나라당층’, ‘비(非)한나라당층’ 모두가 한나라당의 지지 세력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한나라당의 현실 인식인 것 같다.

    유권자들인 국민들은 한나라당에 대해서 호감은 있으되, 꼭 한나라당을 찍어야 한다는 ‘부채의식’은 전혀 없다. 왜냐하면 두 번이나 지지를 해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차떼기라는 오명과 상대측의 정치공작으로 인해서 집권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또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과거 한나라당이 십 수 년 집권세력이었을 때, 부패와 줄서기와 대세론에 절여 있었다는 한나라당에 대한 좋지 않은 고정관념(그것이 사실이던, 아니던 간에)이 일말의 한나라당에 대한 잔영(殘影)으로 남아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집권을 하기 위한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은 무엇인가?
    그것은 ‘치열한 검증’ 과정을 신속히 거쳐야 한다는 필연성이다. 대세론 고착으로 경선만 통과하면 다 될 것이라는 생각은 매우 협량한 생각이다.

    대선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평가를 ‘적당히 잘되겠지?’라는 식으로 안일하게 대처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