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한국사 왜곡이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 1월 31일을 기해 5년 동안 추진해 왔던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종료하였지만 그것이 중국의 한국사 왜곡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중국이 지난 5년 동안 동북공정을 추진해 오면서 한국사 왜곡을 더욱 가속화하기 위한 다양한 인프라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이는 향후에도 중국의 한국사 왜곡이 중단은커녕 더욱 조직적이며 심도있게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우리는 동북공정 종료 이후에도 계속될 중국의 한국사 왜곡에 대한 대응논리를 시급히 개발해야 한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하면서 무리하게 한국사 왜곡을 계속하고 있는 목적은 지난번 칼럼에서 지적했던 한반도 전략 차원의 목적 이외에도 중국의 대내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논리상의 허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바로 우리가 합리적 논리를 개발하여 대응해 나갈 경우 중국의 한국사 왜곡 시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크게 세 가지 측면의 분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편치만은 않은 중국의 입장이 드러나고 있다. 첫째 중국의 대내적 안정을 위한 방어적 수단의 일환으로 이해된다. 1990년대 초반 중앙아시아와 흑해 연안의 여러 국가들이 소련으로부터 이탈되었던 것을 목격했던 중국의 지도자들이 소련이 처했던 상황의 재현을 우려한 결과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중국은 자신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56개 소수민족의 유사시 이탈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를 단속하기 위한 방편으로 추진한 것이다. 티베트를 대상으로 추진했던 서남공정(西南工程), 위그루를 대상으로 추진했던 서북공정(西北工程)에 이어 조선족을 대상으로 하는 동북공정은 이와같은 맥락에서 파악될 수 있다.

    둘째 국가통합을 위한 이데올로기 정립의 일환으로 이해된다. 현재 중국이 공산당에 의해 지배되고 있기는 하지만 개혁·개방의 결과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약화된 상황에서 대안으로 채택한 것이 영토를 기준으로 하는 '역사 다시 쓰기'를 통하여 향후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대신할 새로운 통합논리를 구축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1950년대에서 1980년대 초까지 발표되었던 고구려에 관한 논문에서 고구려를 한국사와 관련된 고대국가로 언급하던 경향에서 1982년의 '중화인민공화국 헌법'과 1984년의 '중화인민공화국 민족구역자치법'에 소수민족의 권한이 규정되고 난 이후 고구려가 고대중국의 소수민족이며 중국사에서 분리할 수 없는 한 부분으로 언급하는 논문이 급증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이를 입증한다.(2005, "영토 방어 수단으로서의 20세기 중국의 고구려사 연구", 마크 바잉턴(Mark E. Byington)) 이는 두 가지 법(法)이 중화인민공화국을 한족과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통일국가'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으로 주목되는 부분이다.

    셋째 중국의 대외전략을 위한 공세적 수단의 일환으로 이해된다. 이는 중국이 이른바 '아시아의 세기'라고 불리는 21세기의 새로운 세계 질서에서 중추적 위치를 차지하려는 전략이자 '다민족통일국가'의 실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한국을 중국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세계 질서 속으로 편입시키려는 전략으로 파악된다. 이를 위해 중국은 한국의 고대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킴으로써 한국의 정체성을 해체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정치, 경제적 성취를 바탕으로 민족주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 중국의 민족주의는 동북공정에서 보듯이 패권주의적 팽창전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중국의 한국사 왜곡이 학술적 목표가 아니라 '다민족통일국가'라는 새로운 중국식 민족주의 완성을 위한 핵심적 국가정책의 일환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상에서 보듯이 중국의 한국사 왜곡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의 약화라는 취약한 내부 환경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방어적이며 국력 증강을 바탕으로 하는 세계 전략과 전통적 중화주의를 구체화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점에서 공세적이라는 양면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의 한국사 왜곡에 대한 대응논리 개발을 위해서는 먼저 중국이 한국사 왜곡을 계속하는 의도와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이 앞서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으로 중국의 패권주의적 팽창전략과 미국의 세계 전략의 충돌 가능성에 대한 전략적 측면의 검토가 수반되어야 한다. 미국은 현재 일본, 대만, ASEAN, 인도, 중앙아시아로 연결되는 지역에서 중국 포위전략을 추진 중이며 또한 중국 변방의 소수민족 지역이 포함되지 않았던 명나라 영토사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의 변방정책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는 한반도 통일과 통일한국의 미래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학술적 차원에서 중국의 역사서에 나타나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역사적으로 근대 이전의 중국 사서들은 모두 고구려를 한족의 역사가 아닌 동이(東夷)의 역사로 다루었다. 또한 20세기 초반 중국의 민족주의자들은 한족을 특권층으로 간주한 반면 소수민족을 배제하는 정책을 구사했다. 이는 현재 중국이 내세우는 '다민족통일국가론'과는 모순되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한국사 왜곡은 역사를 객관적 사실로 본 것이 아니라 영토를 기준으로 주관적 해석을 가한 것에 불과하다.

    이제까지 역사는 종종 세계 또는 지역질서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현실정치와 세력팽창의 수단으로 악용(惡用)되었다. 이 경우 대부분 역사 왜곡이라는 지극히 비도덕적인 행위로 나타났다. 중국의 한국사 왜곡도 그 일환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중국의 한국사 왜곡에 대해 지나치게 안일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가 정신만 제대로 차린다면 중국의 한국사 왜곡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대응논리는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 중국의 한국사 왜곡에는 상당한 무리기 있어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중국 총리가 1963년 6월 28일 중국을 방문한 북한 사회과학원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행했던 발언은 우리에게 따끔한 일침을 주고 있다.

    "두 나라 역사학의 일부 기록은 진실에 그다지 부합되지 않는다. 이것은 중국 역사학자나 많은 사람들이 대국주의, 대국 쇼비니즘의 관점에서 역사를 서술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 양국 민족의 발전에 대한 과거 중국 일부 학자들의 관점은 그다지 정확한 것이 아니었고 그다지 실재에 부합하지 않았다. 조선민족은 조선반도와 동북 대륙에 진출한 이후 오랫동안 거기서 살았다. 요하(遼河), 송화강(松花江) 유역에는 모두 조선민족의 발자취가 남아있다. … 그래서 반드시 역사의 진실성을 회복해야 한다. 역사를 왜곡할 수는 없다. 두만강, 압록강 서쪽은 역사 이래 중국 땅이었다거나 심지어 고대부터 조선은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황당한 이야기다. … 이는 모두 역사학자의 붓끝에서 나온 오류이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바로 시정해야 한다."(2004, 다시보는 저우언라이, 우석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