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선불참 가능성까지 언급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행보에 정치권이 바싹 긴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손 전 지사가 경선에 불참하면 당의 경선구도 혼선은 물론 대권구도에도 적잖은 파장이 올 수 있어 그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마찬가지로 마땅한 대선주자를 찾지 못한 범여권 역시 손 전 지사의 이탈이 지금의 한나라당 독주체제를 깰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어 이탈을 계속 부채질하는 상황이다. 

    손 전 지사는 연일 심상치 않은 발언을 쏟고 있다. 당내에선 "특정후보에 들러리 서는 경선룰에는 합의할 수 없다" "경선불참도 심각히 고려할 수 있다" "저런 식으로 하면 힘들다"는 손 전 지사와 측근들의 발언이 엄포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온화한 손 전 지사가 이처럼 공격적으로 변신한 이유는 어디 있을까. 가장 큰 궁금증은 손 전 지사의 이탈 여부다. 그러나 손 전 지사의 연일 강경 발언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선 손 전 지사의 이탈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여권 후보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여권의 전열정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을 이탈한다면 손 전 지사의 주가는 급락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당 고위관계자는 "당내 세력도 미비한데 지금 범여권에 가서 뭘 할 수 있겠느냐"며 "지금 나가면 손 전 지사는 끝"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지지율은 미미하지만 열린우리당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이 가진 지분이 상당한 만큼 손 전 지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손 전 지사의 메가톤급 발언은 '박근혜-이명박' 양강구도를 깨려는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나라당의 중진 H 의원은 2일 뉴데일리와 만난 자리에서 "손 전 지사가 이명박 전 시장을 공격하고 경선룰을 놓고 폭탄발언을 쏟는 이유는 '박-이' 양강구도를 깨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손 전 지사가 지금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손 전 지사의 이탈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손 전 지사 머리 속에는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와 여권의 네거티브에 무너질 수밖에 없고 박 전 대표는 털고가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결국 자신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있다"고 주장한 뒤 "양강구도가 깨지면 손 전 지사에게 힘이 쏠릴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지지율 1위에다 자신과 지지층이 겹치는 이 전 시장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앙강구도가 깨지는 데는 두달이면 충분하다. 97년 이회창 때도 53%까지 올랐던 지지율이 아들 병역비리가 터진 뒤 두달 열흘만에 10.8%까지 내려갔다"며 "손 전 지사는 지금 구도를 깨려 하는 것이고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의 이 전 시장 지지율이 상당부분 거품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의 이 전 시장 지지율은 비정상적 수치"라며 "30% 초반대까지 내려올 것"이라고 전망한 뒤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조금씩 빠지고 있는데 이제부터 조정기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특히 "이 전 시장은 네거티브에 매우 약한 사람이다. 황제테니스 때도 보름만에 지지율이 8%P나 빠졌었다"며 이 전 시장 측이 6월 경선을 주장하는 이유 역시 현재의 지지율을 9월까지 지속시킬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박근혜-손학규 연대설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두 사람이 살아온 과정과 지향점이 크게 달라 연대는 힘들다"며 "손 전 지사가 이런 부분을 극복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이상 연대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