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여권의 대통합신당 추진 작업과 맞물려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심상치 않다.

    잇따른 대선 관련 발언에다가, 최근에는 범여권의 대통합신당 추진 작업에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 물밑 작업에 나선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변변한 대선주자도 없이 ‘허우적’대고 있는 범여권에 'DJ가 통합의 구심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배기운 사무총장은 1일 저녁 한 라디오 시사프로에 출연,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박 전 실장이나 권 전 고문은 김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많이 움직인다”고 밝혀, 민주당의 통합작업에 김 전 대통령이 배후에서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배 사무총장은 한발 더 나아가 “김 전 대통령은 현재 열린당에 대해서는 별 기대를 걸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결국 한나라당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당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민주당이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민주당 중심의 대통합작업을 이끌어내는데 박 전 실장과 권 고문이 특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상 범여권의 대통합작업에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 전 실장과 권 전 고문이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는 말인데, 김 전 대통령의 최근 대선 관련 발언과 맞물려 귀추가 주목된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천정배 의원이 중심이 된 열린당 탈당그룹인 ‘민생정치준비모임’ 소속 의원들의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 “단일한 통합정당을 만들거나 최소한 선거연합을 이뤄내 단일한 후보를 내세우는데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한국정치사에 있어서 국민들은 양당제를 선택해 발전시켜 왔다”면서 “양당제의 틀을 만들고 그 틀 안에서 대통령 후보가 나오는 것”이라고도 했다. 범여권이 대통합을 일궈내 올 연말 대선에서 한나라당과의 일대일 대결구도를 만들어야만 승산이 있다는 훈수인 셈이다.

    때문에 최근의 박 전 실장이나 권 전 고문 등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의 행보도 이런 김 전 대통령의 의중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 권 전 고문은 지난달 27일에는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서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골프 라운딩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었다. 이들의 회동에선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당 탈당에 따른 이후의 정국상황과 대통합신당 추진과 관련된 의견이 오간 것으로도 나돌았다. 민주당과의 통합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배후에 김 전 대통령이 있는 것 아니냐는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이와 함께 지난달 6일 김한길 의원이 23명이나 되는 현역 의원을 데리고 집단탈당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도 김 전 대통령이 배후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배후설’이 나돈 점도 이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당시 탈당 여부를 놓고 고민하던 의원들에게 김 의원이 모처에 지원을 요청하고 요청을 받은 대상이 ‘DJ 였다’는 소문이 배후설의 주 내용인데, 김 전 대통령이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범여권의 또 다른 일각에서는 김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도 없다고 일축한다. 통합신당추진 작업은 범여권의 지상 최대의 과제인데다가, 김 전 대통령의 최근의 발언도 민주개혁세력의 위기를 표시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범여권의 한 의원은 뉴데일리와 만나, 범여권의 잇단 동교동 방문을 “일종의 관광코스 아니냐”면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실제 범여권의 인사들은 김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나온 이후엔 늘 마치 뭔가 있었던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는데 사실은 원론적인 수준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의 최근 모습이 심상치 않은 조짐은 분명한데, 실제로 전면에 나서서 범여권 통합작업을 위한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질 지 여부에는 향후 눈길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