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6년 15대 총선에서 당시 신한국당 후보이던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의 선거기획팀장 맡고 당선 후 6급 비서관으로 일하며 이 전 시장을 보좌하던 김유찬씨가 21일 이 전 시장을 비난하는 2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6일 1차 기자회견에서 이 전 시장의 '위증교사'와 '살해협박' 의혹을 제기한 김씨는 이날 "(자신이)위증을 하지 않았다면 이 전 시장은 구속될 수 있던 상황이었다"며 잇따라 메가톤 급 발언을 쏟았다.

    두 번의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된 김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전 시장은 대통령 예비후보로서의 타격은 물론 대선출마자체가 힘들어 질 수도 있을 만큼 김씨의 발언 내용은 파괴력이 크다. 그러나 두 번의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되는 김씨의 메가톤 급 주장에는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정치권과 언론 모두 김씨 주장의 신빙성에 점차 의구심을 던지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자신의 '위증교사' 주장을 증명할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예고해 정치권과 언론은 물론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날 기자회견은 이런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켰다는게 이날 회견을 지켜본 취재진 다수의 시각이다. 김씨는 예정된 시간보다 6분 일찍 회견장에 도착해 곧바로 사전에 배포한 기자회견문을 읽었다. 질의응답시간까지 김씨는 총 90여분간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러나 이 시간 동안 김씨는 자신의 제기한 의혹과 관련, 어느 하나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스스로도 "정확히 기억은 못한다"고 말했고 '이 전 시장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수사관이 아니다. 판단은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김씨는 96년 이 전 시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과정에서 '위증'대가로 이 전 시장의 측근인 이광철 전 비서관으로 부터 5500만원(96년 11월 서울 양재동 환승주차장에서)의 현금을 쇼핑백을 통해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이 전 비서관은 구속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회견에서 '당시 이광철 전 비서관이 구속 수감중이었는데 알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씨는 "10년전 일정이기 때문에 돈 전달 시점은 다소 착오가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 전 비서관의 구속기간을 몰랐냐'고 다시 묻자 김씨는 "정확히 기억은 못한다. (금품수수)내역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 때쯤 받은 것으로 기억하고 정리했기 때문에 다소 약간의 착오는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또 이 전 비서관을 포함 지구당 사무국장겸 보좌관이던 K씨와 조직부장을 맡았던 J씨로 부터 받은 총 1억2050만원의 돈에 대해서도 명확한 시점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날 김씨가 배포한 당시 금품수수내역서는 "기본적인 데이터를 기초로 어제 저녁에 작성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자신이 갖고 있는 노트에도 내역을 자필로 적어놨다고 했지만 공개는 하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이 전 시장 측이 건넸다는 법정 예상 질문지 역시 이 전 시장이 개입됐다는 증거를 입증하기엔 불충분한 상황이다. 김씨의 주장에 따르면 법정 예상 질문지는 이 전 시장 측이 당시 상대측 변호인의 질문을 입수했고 자신에게 돈을 건넨 이 전 비서관, K씨, J씨 세 사람과 질문에 대한 답변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김씨는 세 사람이 불러주는 대로 답변을 했고 질의서에 답변내용은 자신이 직접 썼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법정 예상 질문지가 이 전 시장 측에서 건넸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내놓지 않았다. '이 전 시장 측이 위증교사를 했다는 증거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씨는 "이 전 시장과 상대측인 이종찬 전 의원 모두 변호사를 선임해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국선변호사를 선임했다"며 "질문을 한 상대측 변호인과는 일면식도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사전에 받은 예상 질문서와 법정 질문이 일치했다"고 했다. 이 전 시장 측의 위증교사 없이는 예상질문과 법정질문이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이 위증교사했다는 것을 누군가가 증명하지 않은 이상 김씨가 입증할 방법은 없는 것 아니냐'고 묻자 김씨는 "추후 두 분(K씨와 J씨)이 당 검증위원회에서 진술을 할 때 소상히 밝혀질 것"이라며 "내가 도둑질을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느냐"고 답변했다.

    김씨는 또 20일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에게 돈을 건넨 사람의 자필확인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씨는 이날 자필확인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돈을 건넨 사람의 자필확인서는 왜 공개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돈을 건넨 사람의)실명이 거론돼 하지 않겠다"며 "(돈을 건넨 사람으로 부터 공개를 해도 좋다는)서명을 받아야 한다. 안하겠다는 것을 억지로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위증대가로 받은 액수가 처음 기자회견 당시와 다른 점에 대해서도 의혹을 남겼다. 김씨는 '위증대가로 처음에는 15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이라고 했는데 5500만원, 2000만원 등으로 액수가 달라졌다'고 묻자 "13~15회에 걸쳐 받았다고 했는데 누가 계산을 해보니 액수가 맞지 않는다고 해서 나도 추후에 알았다. 나도 인지를 못했는데 목돈으로 받은게 3회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돈은 그때 그때 메모를 해서 오기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김씨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증거자료를 명확히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씨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로 돈을 건넨 K사무국장겸 보좌관과 J조직부장의 증언을 제시하고 있다. 김씨가 이날 두 사람과의 통화내용 일부를 공개한 것도 자신의 주장에 신빙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그러나 K씨와 J씨 모두 언론 노출을 꺼리고 있는 상황에다 두 사람의 주장만으로도 이 전 시장의 '위증교사'를 입증하긴 힘들어 김씨의 메가톤 급 의혹제기가 얼마만큼의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김씨가 구체적인 질문에 "10년전 사건이라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