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30일자 동아일보에는 지린성(吉林省) 창춘(長春)에서 열린 제6회 동계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지린성을 방문중인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지린(吉林)시 인근의 한 조선족 가정을 방문하여 담소를 나누는 사진이 실렸다. 후 주석의 이례적인 조선족 가정 방문은 중국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온 동북공정(東北工程)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조선족이 중국인이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2년 2월에 시작된 중국의 동북공정이 2007년 1월 31일을 기해 5년 동안의 활동을 마무리하였다. 중국은 5년 동안의 동북공정을 통해 107건의 연구과제 중에서 56건을 한국과 관련한 과제로 수행하면서 한국 고대사를 송두리째 중국 고대사로 편입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결국 동북공정은 한국의 역사적 뿌리와 정체성을 부정함으로써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형적인 제국주의적 팽창전략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중국은 지난 5년 동안 동북공정을 통해 축적된 결과를 더욱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실질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하여 동북공정 추진 주체를 변강사지연구중심에서 지린성사회과학원으로 이관한데 이어 동북3성의 주요 대학마다 연구원을 대거 양성하고 새로운 연구기관을 설립하는 등 동북공정의 지속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였다. 따라서 동북공정의 종료가 중국의 한국사 왜곡 중단을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상은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한 이유가 학술적 목적보다는 지극히 정치적 목적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노리는 중요한 목적의 하나는 한국 고대사 왜곡을 통한 조선족과 한족의 동질화(同質化) 그리고 한반도와 한민족의 중국화(中國化)이다. 과거 중국이 서북공정(西北工程)과 서남공정(西南工程)을 통해 위그루와 티베트의 중국화를 가속화시켰던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이를 위해 동북공정 이전에는 고구려와 발해를 한족의 지방정권이라고 주장하던 중국이 이번에는 아예 지방정권이 아닌 한족의 역사로 편입시킨데 이어 최근에는 한강 이북마저 중국 영토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1981년 시작된 '다민족통일국가론'의 10단계 중 8단계에 해당하는 동북공정에 이어 마지막 단계인 2006년 시작된 제2차 중화문명 탐원공정(探源工程)을 통해 한국 고대사 왜곡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노리는 또 다른 목적은 한반도 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전략 마련을 위한 것이다. 즉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에 따라 북한에 대한 관할권 시비가 벌어질 경우를 대비하여 역사적 연고권을 주장하기 위한 대비책의 일환인 것이다. 최근 들어 중국이 한강 이북을 중국 영토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중국의 의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중국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주도하면서 현재 한반도의 가장 긴급한 현안인 북한 핵문제에 대한 정치적 역할을 극대화하는 한편 동북공정을 통해 한반도의 미래 변화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즉 21세기 중반 동아시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미국과 경쟁하고 있는 중국이 전략적 측면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한 것이 동북공정이다.

    결국 동북공정은 동아시아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이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감행한 심각한 도발인 것이다. 이는 우리가 동북공정과 후속조치에 대해 학술적 차원이 아니라 전략적 차원에서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중국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일방적인 접근을 버리고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가의 역학관계를 고려하여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역사 연구와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 역사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통해 미래 발전을 위한 전략을 개발하고 나아가 주변국의 한국사 왜곡에 대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교육 현장에서 한국사의 비중을 대폭 축소해왔다. 이에 따라 우리 역사에 대한 연구와 교육열은 감소되었고 이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줄어들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향후 더욱 강화될 중국의 한국사 왜곡에 대해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

    역사 연구와 교육을 강화하되 폐쇄적인 자주의식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로 하여금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안목을 기르고 나아가 주변국의 한국사 왜곡에 강력히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 논리와 실증을 확보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일본의 한국사 왜곡에 대해서는 민감하면서 중국의 한국사 왜곡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둘째 중국에 대한 일방적 접근을 지양해야 한다. 이제 머지않아 동북아의 진운을 놓고 한국과 중국이 결정적 승부를 벌이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무분별한 반미친중(反美親中)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현재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우리가 중국에 대해 일방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만큼 신뢰가 형성되지 않았고 중국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 충분치 않은 상태임을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보다는 중국과의 관계를 앞세운 김대중, 노무현 좌파정부의 대외정책은 북한 문제의 주도적 해결을 위한 전략적 취약성을 증대시켰고 중국의 동북공정과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증대를 방치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동북아의 장래를 놓고 볼 때 무비판적인 반미친중 분위기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제정세를 정확하게 읽고 이를 토대로 철저한 국익 계산이 앞서야 한다.

    셋째 동북공정의 종료에도 불구하고 계속될 중국의 한국사 왜곡과 한반도 전략에 대한 대응 논리를 조속히 개발해야 한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중국의 장기적인 국가전략과 관련되어 있는 현실에서 우리도 순수한 학문적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동북공정 이후를 바라보는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논리 개발이 시급하다. 특히 동북공정과 후속 조치가 동북3성에 집거(集居)하고 있는 조선족 동포들의 입지에 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전략적 대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중국을 감시해야 한다. 우리가 정신 차리지 못하면 역사에 이어 영토까지 빼앗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