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죄(無罪)'라는 용어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그야말로 무고한 사람이 재판을 받았으나 아무런 혐의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재판을 받아 유죄로 형을 살았으나 새로운 증거가 드러나 애당초 범인이 아닌 사람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것이 판명되었을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이 경우 ‘무죄’의 의미는 정말 무죄라는 의미다. 다시 말하면 ‘죄’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무죄라고 할 경우 반드시 위와 같이 순진무구한 경우를 꼭 말하지는 않는다. 범죄는 존재하나 증거불충분이라든가 또는 수사절차상 하자가 있어 증거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어 무죄가 되는 경우다. 이 경우의 무죄란 정말 죄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죄를 증명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또는 기술상의 허점으로 인해 범죄에 대한 처벌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유명한 사례로 들 수 있는 것은 미국의 오제이 심프슨 재판이다. 심프슨은 유명한 축구선수였으며 스포츠 해설가 및 방송인으로서도 명성이 높았다. 또한 배우로서도 성공한 사람이다. 그는 흑인이지만 백인 여성과 결혼하였다. 그런데 그 아내가 살해되었고 심프슨이 유력한 용의자로 수사를 받게 되었다. 누가 보아도 심프슨이 범인임에 틀림 없었다.

    그러나 돈이 많은 심프슨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변호사를 동원하였고 결과적으로 무죄로 풀려났다. 미국인을 비롯한 세계인들이 경악하였다. 변호인들은 바로 경찰의 수사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심프슨에게 불리한 증거는 모두 법적증거로서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였고 그것이 재판관에 의해 받아들여진 것이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이것이야 말고 유전무죄무전유죄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또는 자본주의사회는 돈의 위력으로 재판의 결과까지 뒤바꿀 수 있는 타락한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피상적인 해석이다. 심프슨 사례가 말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최고의 가치는 인권이며 따라서 절차상 하자가 있는 방법으로 죄를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설사 심프슨이라는 한 개인에 있어서는 불의가 행해지는 것 같지만 사실 자유민주사회의 기본가치인 적법절차에 대한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심프슨은 지난 해 자신이 살해하였다면 이런 식으로 하였을 것이다라는 식의 가정 하에 자신의 범죄행위를 기술한 소설을 출간하려고 하였으나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출판하지 못했다. 자신의 범죄행위를 소재로 돈을 버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아무리 법적으로는 무죄라고 하지만 그가 범인임을 부인하는 사람도 또한 없다. 법적 무죄와 사실상의 무죄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인혁당재건위 사건이 재심에 의해 무죄로 판결이 났다. 이에 바탕을 두고 가족들은 국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모양이다. 무죄가 된 주된 이유는 바로 강압적으로 수사를 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군사정권 하에서 강압적으로 수사하여 획득한 증거는 법적증거로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무죄가 된 것이다. 그러나 법적 무죄가 반드시 사실상의 무죄라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형벌을 받아 억울하다는 것과 순진무고한 사람이 형을 받았기에 억울하다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인혁당재건위 사건의 재심의 결과는 가족들의 승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면 재심도 없었을 것이며 더구나 무죄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접촉을 시도했던 북한에서라면 절대로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없다. 아니러니가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인권을 무기로 쓰는 친북반미반역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인권을 인정해야 할지도 논쟁거리가 된다. 분명한 것은 반역자들의 인권조차 인정하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체제야 말로 정통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강한 제도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인권을 부정하는 북한의 공산군사독재체제에 충성하는 반역의 무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할 때가 많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