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이 아주 좋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렇다. 안씨의 주장대로 여권세력은 징병제 폐지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최근 남북정상회담 이야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는데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실제로 징병제 폐지를 포함한 군축문제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

    현재 북한은 핵을 가졌음이 명확해졌다. 북한이 이미 핵을 가진만큼 한국 입장에서는 아무리 재래식 무기를 많이 사다 쌓아도 북한과의 군사력 격차를 좁힐 수 없다. 북한과의 군사력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길은 이제 미국 핵우산에 의존하는 길 뿐이다.

    북한의 화전양면전략과 여권의 이해관계

    북한이 만일 남북정상회담 자리에 나온다면 그들의 기본적인 대남전략인 화전양면전략을 다시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화전양면전략이란 유화책과 강경책을 배합해서 사용하는 전략이다. 아마 그들은 핵보유 문제에 있어서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시간을 끌고 적극적인 군축을 제안해 국제 사회의 북한에 대한 경계를 풀어 놓으려고 기도할 것이다.

    여권 역시 이런 북한의 의도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 징병제 폐지를 포함한 일단의 군축정책과 북한과의 평화무드 유지 정책은 그들의 기존 지지층을 응집시키기에 충분한 방책이며 또한 나아가 2007 대선에서 북한 포용세력과 대결세력의 대립구도로 전선을 가르기 충분한 방책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북핵 국면에서 징병제 폐지 등 북한과의 평화정책을 운운한다고 하여 효과가 있을 것이냐고 묻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나라당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33%가 있다면 역시 한나라당을 열성적으로 반대하는 33%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이들은 한국 국민들이 병역문제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모병제 공약을 내놓으면 오히려 여권이 역풍을 맞을 것이란 주장을 내놓는다. 하지만 어차피 한나라당을 열성적으로 반대하는 33%는 무슨 이유가 있든 한나라당을 절대 선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병제 공약에 솔깃해 할 부동층은 그렇지 않다. 부동층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모병제 사회로 전환된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뿐만 아니라 북한과 평화무드가 지속된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대중은 이런 달콤한 이야기에 대책없이 넘어갈 것이다.

    2007 대선, 한나라당에게 매우 어려운 게임

    많은 이들은 2007년 대선이 한나라당의 손쉬운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는 한나라당이라면 무조건 반대하는 33%가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여권과 상당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득권 계층(이해당사자 집단)이 엄청나게 존재하고 있다.

    전교조, 참여연대,민주노총 등을 비롯해 엄청난 인구를 갖고 있는 호남 유권자 집단, 한나라당 집권 이후 구조조정 압력에 시달릴 공무원 집단까지 합치면 여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득권 계층의 크기는 엄청나다. 수백만이 넘는 이들이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 한 명씩만 포섭해도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대책없이 참패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한번 자문자답해 보기 바란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 같지만 정작 자신이 매일 만나던 사람들만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라. 이 글을 읽는 독자 주변에 있는 낯선 사람들이 과연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설령 지금 한나라당에 지지한다고 여론조사에 의사를 표시해도 대선 직전에 가서는 얼마든지 생각이 바뀔 수 있다.

    요즘 나오는 여론조사에는 함정이 있다. 우선 여론조사에 성실히 응하는 사람의 의사만 집계에 잡힌다는 사실이며 여론조사 결과만큼 실제 지지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는 점이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후보 지지를 표명해 놓고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유권자 비율도 상당하리라는 생각이다.

    정리하면 2007년 대선의 실제 환경은 지금의 그것과는 사뭇 다를 수 있다. 이런 현실을 냉철하게 놓고 볼 때 안 씨의 문제제기는 우리 보수사회에 매우 필요한 것이었다. 문제제기 내용 자체가 실현 가능성이 없고 있고를 떠나 미리 철저하게 준비한다는 자세가 좋은 것이다.

    모병제는 과연 실현 가능성이 없나

    그렇다면 이제는 모병제 자체에 대해 살펴보자. 모병제는 과연 실현 가능성이 없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 안씨와 징병제 옹호론자들은 북핵 환경과 남북대치 상황을 들어 모병제를 반대하지만 어차피 전쟁은 군인의 숫자로 하는 것이 아님이 최근의 전쟁을 지켜볼 때 명확해졌다.

    그 다음은 모병제 반대론자들이 즐겨 제기하는 비용문제다. 모병제 반대론자들은 모병제 도입으로 인해 생기는 비용문제만 생각하지 모병제 도입으로 인해 생기는 가치창출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령 내가 군대에 2년 가는 대신 사회에서 직장을 갖고 노동을 하면 최소한 연 1200만원 이상의 가치가 창출된다. 이런 식으로 우리 젊은이들이 거의 대부분 징병되어 군대에 감으로서 엄청난 액수의 가치가 사장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불필요한 병기를 사들이지 않고 모병제 비용에 투자하면 얼마든지 모병제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육군은 육군대로, 해군은 해군대로, 공군은 공군대로 자신들의 군을 키우기 위해 이런 저런 무기를 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의 요구가 과연 합리적인 지는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오늘날의 군은 작아야 강군이다. 군대가 대군이 되면 될 수록 우수한 인력과 장비를 구매할 수 없어 약군으로 전락한다. 그래서 선진국 군대는 모두 소군이다. 영국군은 한국군보다 숫자가 훨씬 적지만 그렇다고 영국군을 한국군에 비해 약하다고 말하는 이는 없다.

    다만 모병제로 전환을 한다면 최소 3년 이상의 기간은 두고 모병제 전환을 해야 한다. 당장 모병제 전환을 한다면 군의 인력수급은 큰 혼란을 빚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징병제 폐지론의 대응카드는?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병제 전환을 여권에 앞서 먼저 치고 나가야 하는가. 현실적으로 그래도 모병제가 싫다는 이들이 많다면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다음과 같다.

    일단 징병제를 유지하되 복무기간은 6개월 이상 단축시켜야 한다. 복무조건이 열악한 곳에 근무하는 병사들은 6개월보다 많은 기간을 단축시켜주고 상대적으로 복무조건이 양호한 곳의 병사들은 6개월보다 작은 기간을 단축시켜주면 된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국내 이공계 박사과정 학생들의 병역을 면제해주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국내 이공계 박사과정에 병역면제 혜택을 주면 지원학생의 양과 질에 있어 위기로 치닫고 있는 국내 이공계 대학원이 회생할 것이다. 보수사회 일각에서는 이공계 문제에 병역문제를 결부시키는 것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많을 것이나 지난 70년대에 이미 병역특례제도로 이공계 학생을 군대에 보내지 않는 파격조치를 내놔 기술입국의 발판을 마련했다면 시대가 바뀐 지금은 아예 병역면제 조치를 내놔야 무너지는 이공계를 떠받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공계를 살리는 진정한 대책은 국내 이공계인의 경쟁력 상승이다. 특히 자라나는 이공계 대학생과 대학원생의 실력증진이 시급한 과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생과 대학원생에게 이공계 공부를 마음놓고 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줘야 하는데 그 기본이 이공계 대학원생에 대한 병역면제 혜택이다.

    정리하면 여권세력에서 징병제 폐지정책을 내놓을 경우 한나라당은 군 복무기간 단축과 군 복무환경 개선, 이공계 박사과정 대학원생에 대한 병역면제 혜택 부여와 병역특례 시스템 개선이란 대안책을 내놓고 징병제의 장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대응하는 것이 합당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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