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회창 전 총재로 인해 한나라당 의원총회장이 한바탕 뒤집어졌다. 최구식 의원이 15일 사립학교법 재개정 의지를 다지기 위해 마련된 의총장에서 공개적으로 이 전 총재를 ‘원균’에 비유하면서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을 1년여 앞두고 강연정치를 재가동한 이 전 총재의 행보에 당내 눈과 귀가 쏠려 있던 차에 ‘비(非)좌파대연합’을 위해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벌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창(昌)의 귀환’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최 의원은 이날 사전에 원고까지 준비해 작심한 듯 이 전 총재에게 비판을 퍼부었다. 이 전 총재를 ‘이회창씨’라고 지칭한 최 의원은 “이씨는 두 차례 대선에 패배했다. 한 번도 패한 적 없는 불패의 군대를 이끌고 그랬다”며 “이씨는 충무공이 아니라 원균에 가깝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역사를 보면 원균은 그나마 나았다. 용감했고 주변에 잡음이 없었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칠천량 때도 무리한 작전으로 판단해 끝까지 피하려 했으나 곤장까지 치면서 나가라고 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나갔다”고 이 전 총재를 원균보다 못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이어 “이씨는 1차때는 아들병역, 2차 때는 아들딸 빌라 문제 등 본인 과오로 패배를 초래했다”며 “그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길 수 있었지만 이씨의 착각과 오판이 결정타를 날렸다”고 두 번의 대선패배에 대한 이 전 총재의 원죄론을 꺼냈다.

    그는 “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면서 여론조사를 보고하는 참모에게 화를 냈다”며 “그 바람에 나온 것이 ‘숨어있는 몇%’라는 여론조사 사상 가장 황당한 이론이다. 그 이론은 시간이 가면서 점점 사실로 둔갑해 우리 편을 마취시켰고 패배에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비판했다. “어느 전략가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최후의 승부수’를 측근에게 전달했지만 (이 전 총재가) 어차피 이기는데 이렇게까지 해야겠느냐는 취지로 말하더라고 했다”며 “그 결과가 오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패자는 대개 동정을 받거나 복수 때문에 승자도 겁은 내지만 한나라당은 다 빼앗기고도 상대로부터 비웃음을 받고 있다”며 “지금 한나라당이 공격당하는 ‘부패, 꼴통, 교만, 비겁, 기회주의, 이기주의’ 등 부정적 이미지는 대개 이회창 시절 만들어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총재를 향한 최 의원의 비판 수위가 점점 높아지자 회의장은 일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여기가 혼자 뜨는 자리냐. 뭐하는 짓거리야 집어치워”(윤두환 의원)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해, 말을 해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지”(박종근 의원) “누가 모르느냐. 왜 여기와서 저런 소리를 하느냐”(김무성 의원) “그만 내려와라. 사학법 얘기하라고 했더니 왜 딴소리냐”(심재철 의원) 등 회의장 곳곳에서 고성이 쏟아졌다. 

    의총에 참석한 소속 의원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최 의원은 미리 준비해 간 원고를 다 읽지도 못하고 이병석 수석원내부대표의 제지로 단상에서 내려와야 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말할 자유는 있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는) 분별력을 갖는 의원이 되자”며 “의원들이 자신이 한 말이 공개될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해 의총을 공개했는데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 유감이다”고 불쾌함을 나타냈다.

    그러나 최 의원은 이에 굴하지 않고 이날 준비한 원고를 기자들에게 배포해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를 반대하는 자신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그는 “1000만표를 얻은 분이니까 그 분을 활용해야 할 것 아니냐는 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분만 아니었다면 누가 나가도 100만표를 더 얻어 이겼을 텐데 하는 소리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지금 그 분이 할 일은 자숙하고 참회하고 반성하는 것 말고는 없다”고 했다. 그는 “원균은 그 때 전사했다. 그러고도 비참한 이름을 만세에 남기고 있다. 참고가 됐으면 한다”며 “인간적인 정리로 참고 있는 후배로부터 더 지독한 말을 듣지 않게 되길 빈다”고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