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탄에 빠진 나라를 구할 대현(大賢)을 기다리며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의 삼고초려(三顧草廬)장에는 유현덕(劉玄德)이 제갈량(諸葛亮)을 초빙하기 위해 세 번이나 제갈량의 누옥을 방문하는 광경이 나온다. 그 중에서 두 번째 방문은 북풍한설을 무릅쓰고 방문에 나선 유현덕이 제갈량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서는 서운하고 안타까운 심사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제갈량의 누옥에 도착한 유현덕 일행은 제갈량의 동생 제갈균이 읊고 있던 노래 소리에 얼이 빠진다. 노래를 읊고 있던 제갈균을 제갈량으로 오인하고 그에게 큰 예를 표하는 유현덕의 모습이 애처롭기만 하다. 추운 겨울 언 붓을 녹여가며 흰 종이에 제갈량에게 보내는 자신의 지극한 정성을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는 유현덕의 심사를 어찌 글로 그려낼 수 있으리오?

    "제가 선생님의 높으신 명망을 우러러 사모한지 오래며 두 차례나 뵈러 왔다가 뵙지 못하고 돌아가니 그 섭섭한 심사를 무엇에 비하겠습니까? 제가 한조(漢朝)의 후예로 외람되이 명예와 작위를 받고 있어 살펴보니, 지금 조정은 쇠약해지고 기강은 무너졌으며 군웅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악당들이 임금을 속이고 있으니 가슴이 그대로 찢어지는 듯 합니다. 나에게 비록 이를 바로잡아 보려는 지성은 있으나 이를 경륜할 계책이 없으니, 바라건데 선생님께서 인자하신 마음과 충의로서 강태공(姜太公)의 큰 재주와 장자방(張子房)의 큰 계책을 베푸신다면 천하와 사직에 그보다 더 큰 다행이 없을 것입니다. 우선 두어 자로 이 마음을 표하고 목욕 재개한 다음에 다시 와서 존안을 뵙고 사정을 아뢰려 하오니 선생님께서는 양찰하소서"

    글 쓰기를 마친 유현덕이 제갈균에게 작별을 고하고 돌아오는데 또 다시 바람이 크게 일어나며 큰 눈이 펑펑 쏟아진다. 이에 유현덕이 고개를 돌려 제갈량의 거처인 와룡강(臥龍岡)을 바라보며 우울한 심사를 금치 못한다. 후대 시인은 이 모습을 이렇게 묘사하였다.

    일천풍설방현량(一天風雪訪賢良) 바람불고 눈 오던 날 현인을 찾아갔다가
    불우공회의감상(不遇空回意感傷)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는 그 심사 애달퍼라
    동합계교산석활(凍合溪橋山石滑) 시내의 돌다리는 얼어붙어 매끄럽고
    한침안마로도장(寒侵鞍馬路途長) 말안장에 한기가 스미는데 갈 길은 머네
    당두편편이화락(當頭片片梨花落) 머리 위로 송이송이 배꽃은 떨어지고
    박면분분류서광(撲面紛紛柳絮狂) 버들강아지 훨훨 날아 얼굴을 때리는데
    회수정편요망처(回首停鞭遙望處) 말고삐 잡고서 고개 돌려 바라보니
    란은퇴만와룡강(爛銀堆滿臥龍岡) 와룡강 언덕 위엔 눈 더미만 쌓였구나

    바로 이 시는 좌파정권 10년의 실정(失政)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국민들의 허탈한 심정 그리고 새로운 정부와 지도자를 애타게 기다리는 바램과 조금도 다름이 없는 것 같다. 자신의 처소로 돌아온 유현덕은 다음해 봄 날 길일(吉日)을 택해 제갈량을 세 번째 방문하고 이에 제갈량은 마침내 유현덕의 출사 요청을 받아들인다.

    이제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들은 유현덕이 제갈량을 초빙하는 간절한 심정으로 도탄에 빠진 나라와 국민을 구출할 수 있는 유능한 지도자를 선택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국민들이 과연 어떤 지도자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대한민국의 존속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예로부터 지도자의 능력과 인격은 국가의 흥망을 좌우한다. 국가가 만신창이(滿身瘡痍)가 된 지금 우리에게는 미래를 향한 합리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안으로는 용솟음치는 국민의 역량을 결집하고 밖으로는 주변국과의 관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훌륭하게 국가를 이끌어갈 능력과 인격을 갖춘 지도자가 절실하다.

    국가를 번영으로 이끌 새로운 지도자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능력과 인격을 바탕으로 강력한 지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첫째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중시하는 인물이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좌파정권의 무모한 자주(自主)의 환상에 따라 건국 이후 빛나는 발전의 역사는 철저히 부정되었고 국가의 최후 보루인 국방체계마저 붕괴되었다.

    둘째 건국 이후의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성취를 계승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좌파정권의 분배 중시의 경제정책과 이분법적 투쟁 위주의 정치에 따라 국가는 발전과 화합보다는 극단과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있다.

    셋째 미래지향적 국가관과 전문지식을 겸비한 인재를 두루 포용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좌파정권의 합리성과 전문성보다는 독선과 이념 위주의 인재 기용에 따라 국가는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 분위기에서 과거지향적이고 부정적 분위기로 퇴색하였다.

    넷째 우월한 민주제도와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통일과 동북아 강국을 추구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우리 민족(民族)끼리'라는 구실 아래 이루어진 좌파정권의 김정일에 대한 무분별한 접근 결과 북한에 대한 결정적 열세와 국제사회로부터의 철저한 소외를 자초하였다.

    다섯째 민족의 자랑스런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고 이를 시대에 맞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좌파정권의 자학적 역사관에 따라 주변국과의 역사, 영토 분쟁은 격화되고 있고, 이념 중시 역사관에 따라 근면하고 창의력이 강한 민족의 우수성은 갈수록 퇴색되고 있다.

    현대국가에서는 경험과 업적을 쌓아 가는 과정에서 능력과 인격이 형성되고 이에 따라 합리적인 권위도 탄생하게 되는 것이며 통치는 바로 그 권위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그런데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 이르는 과정에서 우리는 능력보다는 투쟁성을, 인격보다는 이념 위주의 선동가형 정치가를 지도자로 선택하였다. 오늘과 같은 참담한 현실은 이러한 선택의 결과이다.

    우리는 1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어떤 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 현재 여권에서는 또 다른 선동가형 인사를 지도자로 만들기 위해 준비중이라는 소문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 다시 이런 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