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미국의 중간선거는 부시 대통령이 이끄는 공화당의 패배로 결말이 났다. 중간선거답지 않게 이라크 전쟁이 주된 논쟁의 대상이 되었고 미국 국민은 부시대통령의 이라크 정책에 대한 불만을 이번 선거를 통해 표시하였다. 이라크 침공은 대성공이었으나 저항세력과 테러조직의 끈질긴 테러공격으로 미군의 사상자가 계속 늘고 있고 이에 대해 미국 국민은 미군의 철수를 희망하고 있다. 그렇다고 미군이 당장 철수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하든 이라크 정부군의 능력을 키워 이라크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기 전에 미군이 철수하는 것은 더 큰 비극을 가져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하고 싶은 말은 이라크 전쟁에 대한 것이 아니다. 바로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국민의 뜻을 수요한 부시 대통령의 자세에 대해 한 마디 하고 싶다. 바로 노무현이 배워야 할 교훈이 아닌가 한다.

    선거 결과 공화당의 참패로 끝나고 민주당의 승리가 확실해지자 부시는 곧 바로 럼스펠드 국방장관을 해임하였다. 사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이번 선거의 주요 공격목표였던 것이 사실이고 부시 대통령은 이를 겸허하게 수용한 것이다. 부시대통령으로서야 럼스펠드와 같이 임기를 끝내고 싶었을 것이다. 지금 미군이 이라크에서 수렁에 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전쟁에서 패해서가 아니라 이라크의 국내정치 상황이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생긴 비군사적 요인 때문에 발생한 사태다. 군사작전에서는 럼스펠드가 전광석화와 같은 공격으로 초기에 이라크군을 궤멸시키는데 성공하였다. 그 다음은 군사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이며 이 문제는 부시도 조기에 해결하기에는 벅찬 문제였다.

    미국은 장관의 임기가 거의 대통령의 임기와 같다. 대통령과 함께 국민이 위임한 정책을 끝까지 수행하고 그 결과에 대해 다음 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다. 장관은 그 분야의 전문적 지식과 전문가로서의 윤리로 무장되어 있으며 따라서 어느 당에서 임명한 장관이든 그 분야를 대표할 충분한 자격과 실력이 있다. 럼스펠드 장관도 군사분야의 전문가로서의 실력을 충분히 보여주었고 또 성공하였다. 한국의 장관이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오직 대통령에 대한 충성에만 의존하는 정치적 인사며 따라서 정책을 열우당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실험’하듯이 ‘되면 다행이고 안되면 말고 식’으로 밀어붙이는 것과는 천양지차가 있다.

    하여간 부시 대통령이 럼스펠드를 해임한 것은 그의 군사적 역량이 부족하다고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미국 국민이, 특히 민주당이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그에 응하는 의미가 강하다. 민주당은 부시 대통령의 남은 임기동안 서로 다른 정책노선을 가지고 있지만 호흡을 맞출 수 있는지 없는지를 럼스펠드에 대한 처분으로 판단하려고 하였다. 럼스펠드를 해임하면 민주당과 호흡을 맞춰 남은 임기동안 국정의 동반자로서 국익을 위해 협력할 자세가 되어있다고 판단하나 그렇지 못할 경우 협력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노무현은 취임 초기부터 인사권을 행사함에 있어 국민의 희망은 물론 국회의 청문회 결과조차 참고하기를 거부하고 오로지 자신의 고집대로만 밀고 나갔다. 결과 장관은 모두 노무현과 코드를 맞추기에 급급했고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하던 사람도 결국 노무현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 노무현은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심복이 필요했던 것이다. 지금 임기말에도 이 자세에는 변함이 없다. 철저히 자신의 뜻에 따라 소신을 굽히고 노예처럼 굴종적으로 눈치 살피기에만 급급한 소인배들을 장관에도 앉히고 기타 중요한 자리에 앉히고 있다. 모든 사람들의 인격을 말살하는 인격살인 또는 인격강간식 인사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최대의 존중은 그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는 것이다.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을 때는 그 견해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 주어야 한다. 장관으로서 소신껏, 전문가로서의 소신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도록 도와주고, 그 소신으로 인해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을 묻는 것이 인격적 대우다.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소신을 꺽고 노예처럼 비굴하게 처신하도록 만든다면 이는 인격말살이요 인격강간이다. 노무현은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해왔다. 럼스펠드를 럼스펠드답게 행동하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고 그를 끝까지 지원하였으나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럼스펠드답게 물러나게 하는 것, 이것이 노무현이 배워야 할 교훈이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