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은 남자 72.8세, 여자 80세이다.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90세 이상 살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60세에 은퇴하더라도 30년동안은 제 2의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이는 인생의 1/3에 해당하는 기간으로서, ‘덤으로 사는’ 인생이 아니라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다가온다.

    2005년 말 우리사회의 60세 이상 인구는 650여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13.4%를 차지한다. 올해 640만 명인 은퇴자가 2015년 경에는 890만 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불황이 장기화된 경제현실에 따른 조기퇴직 분위기 때문에 50대 중반이 넘어서면 은퇴 후 생활을 본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럼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돈만 있으면 될까? 우리 인간은 은퇴후 모든 속박에서 해방되고 자유를 느끼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젊어서 돈을 번다. 그러나 영화에나 나오는 이국땅에서 낮에는 골프치고 저녁에는 말을 타며 해변을 산책하고 밤에는 칵테일 바에서 와인을 홀짝이는 것만이 은퇴생활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부모와 자신과 자녀의 삶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명제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은퇴 계획은 인생의 재설계이다. 자신 외에 그 누구도 자신의 은퇴생활을 준비해주지 않는다.

    농림부가 지역균형발전과 농촌 공동화 개선을 위한 일환으로 지난 10월 12~15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2006 전원마을 페스티벌’에서 경북 봉화군의 ‘은퇴자 마을 조성 계획’이 최우수상에 선정됐다. 공영개발 방식으로 사업비 918억 원을 들여 12만여 평에 건설되는 이 사업은 아파트·빌라·단독주택 548가구에 인구유입 효과 1200명을 예상하고 있다.

    그 계획에는 9홀 퍼블릭 골프장·수영장·헬스클럽 등의 운동시설과 찜질방·한의원·보건 진료소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이한 것은 입주민 일거리 제공을 위해 텃밭·과수원·장뇌삼밭 등을 분양하고 약초가공 공장·전통장류·더덕·장생도라지 등의 생산시설을 갖춘 ‘자족형 전원마을’로 기존 전원단지와는 차별화된 전국 최고의 커뮤니티 시설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리핀은 정부가 은퇴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85년 은퇴청을 설립했고 올해 7월에는 아로요 대통령이 은퇴산업을 국가 주요 산업으로 선포하면서 외국인 은퇴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필리핀 바교지역 등에는 코리아타운이 형성돼있고 한국인 은퇴자 600명이 은퇴산업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한국이 필리핀의 은퇴자 주요 유치 대상국임은 자명하다.

    올해 해외골프 인구는 63만 5천명,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1조 1400억원으로 추정된다(한국레저산업연구소). 2005년 한 해 유학·연수비로 33억 8천만 달러가 쓰여졌다. 이처럼 어렵게 벌어들인 소중한 국부(國富)가 힘없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경제 현실에 은퇴자들마저 국내의 마땅한 보금자리가 없어서 해외를 기웃거리는 일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인구감소→구매력 저하→인프라 유지곤란→인구 추가 이탈 현상으로 무너지고 있는 ‘지방의 삶’을 되살리기 위해 당사자인 지자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도시민 연령대별 농어촌 이주의향 비교’에 관한 한국농촌경제연구소(2005.10)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49.6%, 30대 54.8%, 40대 59.6%, 50대 65.0%, 60대 51.6%로 20대 이상 도시민 상당수는 농어촌의 ’웰빙생활(wellbing life)에 대한 꿈을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는 오염되지 않은 자연 자본이 새로운 혁명을 선도한다는 것이 '자연자본주의(Natural Capitalism)'의 요체이다. 이의 실현을 위해 ‘은퇴자 마을’을 ‘생명 마을’로, 생명마을을 ‘생명도시’로 한단계씩 발전시키면 어떨까. 젊어서는 일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여가를 즐긴다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일과 여과의 균형’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은퇴의 심리(new retirementality)’를 생명마을에서 찾을 수 있고, ‘일이 있는 삶은 아름답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급자족이 완벽하게 구현되고 유기농법 등으로 생명환경을 보전할 수 있는 생명마을은 바쁜 삶에 허우적 거리는 현대인들에게 ‘희망의 땅’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에서 승용차로 2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하여 주말이면 가족들이 만나 오순도순 정담을 나눌 수 있는 청정지역, 한국에서 최고의 순 진정 생명환경을 보존하고 있는 경북 봉화군같은 지역이 천혜의 적지(適地)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