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 대통령은 염동연 씨와의 대화에서 “나는 민주당과의 통합에 절대 동의할 수도 없고, 동의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러니까 나랑 같이 죽읍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의 이 말은 열린우리당의 주인이 바로 노 대통령 자신임을 은유적으로 시사 하는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민주당과 죽어도 안 된다. 전당대회에서 누가 옳은지 겨뤄보자’라는 말은 여당의 정계개편론과 맞물려 노무현 대통령이 쏟아낸 반노 그룹 열린우리당 의원들에 대한 파상공격적인 말이기도 하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를 비롯한 다수의 의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에서 물러서 주는 것이 피차에 도움이 된다는 메시지를 계속 흘려보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노 대통령, 정치에서 떠나 달라’는 이러한 열린우리당의 요구(?)를 앞서 한 말로써 한방에 날려 버렸다.

    노 대통령은 ‘노 대통령 코드’의 거물급 정무특보단을 구성하여 이미 풀 가동시켰고, 이에 열 받은 열린우리당의 불만은 고조되었고, 가히 내연(內燃)상태를 연상케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역임했던 이부영 전 의원마저도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에서 쏜 떼라’고 초강력 펀치를 언론을 통해 날렸다. 김한길 원내대표가 총대를 멘 듯, 앞장서서 ‘노 대통령’을 암유적(暗喩的)으로 막후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모양새다.

    김한길 원내대표가 ‘대통령은 남은 임기동안 안보·경제 위기에 집중해서 총력을 기울여줄 것’을 강력하게 주문하자마자, 열린우리당이 코드안보라인 인사라고 하며 배격했던, 바로 그 인사들 즉, 송민순 외교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이재정 통일부장관 등 예정을 앞당겨 노 대통령이 임명해 버렸다. 격한 감정의 노을이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분명히 살아있는 권력자 노무현 대통령의 판정승이었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열린우리당의 초선의원들은 ‘자꾸 대통령이 말을 해서 갈등을 일으키기 보다는 말을 아끼는 것이 당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했고, 또 다른 초선의원은 ‘이제 대통령의 말을 차라리 관심의 대상에서 던져 잊어버리고 싶다’는 자조의 목소리까지 나오기도 했다.

    확실한 것은 ‘치유될 수 없을 정도’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과의 내면적 갈등이 가열되고 있고, 또 폭발할 수 있는 개연성마저도 눈앞에 다가서 있다는 사실이다.

    노 정권과 집권당에 대한 10%대의 국민 여론지지율은 과거에 없었던 수직하강을 계속한 결과이고, 이제 ‘냉소’와, ‘분노’와, ‘체념’과, ‘반격’이 교차되는 최악의 정치 환경에 열린우리당은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못살겠다. 갈아보자’라는 ‘복고적 어젠다’가 멀지 않아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에서 나올 낌새가 엿보이기 시작한 것이 아닐런지 주목된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대치점을 마련하고 있고, 대결전이 임박해 있다는 징후와 조짐들이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노무현 코드로 정예화하려고 할 것이고,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을 열린우리당과의 관련성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작업하고 있음은 거의 틀림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는 생물과 같다. 아무리 국가를 거머쥐고 뒤흔드는 대통령의 독선 권력이 극대점에 도달한다 할지라도, 과거의 역사는 도도히 흘러 독선 권력의 차단이라는 민의(民意)가 항상 승리를 가져왔음을 정치인들은 상기해야 한다. 지금 노무현 대통령은 엄청난 위기 앞에서 위기를 의식하지 못하는 듯 초연하지만, 총체적인 국민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는 노 대통령은 회복하기 힘든 독선의 길을 주저하지 않고 걸어가고 있다는 것이 정가의 평이다.

    노 대통령에게는 민의가 수렴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인사문제부터 정치권 특히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까지 반대하고, 국민 여론조차도 반대하는 경우에도 스스럼없이 노 대통령 자신의 소신(?)대로 인사를 단행하고야 만다. 이것은 민주사회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대통령의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임기를 1년여 남겨놓고 있다.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10%선을 유지하고 있다. 10%라는 지지여론을 갖고 있다는데 대한 깊은 책임감이나, 성찰은 전혀 없는 것 같다. 오직 대통령 권력의 그 막강한 치장(治裝)에 시야가 눈을 가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제왕시대에도 있었던 직언(直言)이나 진언(進言)은 대한민국 권력사회에서 실종된 지 이미 오래다. 임명직 일부 고위관료들도 고위직에 대한 겸양이나, 책임이나, 사명감이 많이 탈색된 것 같다. 고위직 진출을 위해서라면 이념도, 가치도 헌신짝처럼 버리는 올곧지 못한 일부 고위직 공직자의 자세는 그래서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을 가져다주며 국민들은 그들의 얼굴을 아니꼬움으로 기억하게 된다.

    1956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고(故) 신익희 씨가 내 걸었던 ‘못살겠다. 갈아보자!’라는 시대어(時代語)가 새삼스럽게 2007대선에 나타날 징후가 보인다. 2007대선 - 생각만 해도 몸서리치는 전율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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