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현직 간부들이 ‘386간첩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노동당. 이번 사건이 불러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건 진화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간첩단 사건 불똥을 피하려고 민노당이 먼저 선택한 방법은 ‘민노당답게’ 국정원 앞 항의시위였다. 사건이 터지자마자 민노당은 이번 사건을 노무현 정권의 '신(新)공안 탄압'으로 단정하며 국가보안법 폐지와 국정원 해체를 주장했다. 국가기관인 국정원과 검찰 수사 자체를 다짜고짜 ‘조작’으로 몰아붙인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문성현 대표와 당 간판인 권영길·노회찬 의원 등은 예정됐던 방북을 강행했다. “북한 핵실험으로 야기된 한반도 위기상황을 타개하고 남북 대화통로를 새롭게 열기 위해서”라는 '거창한' 명분도 내세웠다. 


    이들은 출국 전 비난여론을 의식해 “북의 명확한 입장을 알 수 있고 한반도 비핵화 원칙과 평화로운 사태해결을 위한 초석을 놓을 기회”이기에 “방북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변했었다. 그러나 북핵 사태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던 민노당은 평양에 도착하자마자 예상대로 “자신들의 패권을 위해서라면 조선반도에서 언제라도 전쟁을 일으켜 보겠다는 미국과 일본의 준동이 계속되고 있고 북측이 진행한 핵실험을 둘러싼 또 다른 긴장과 대립이 우리 모두를 답답하게 한다”(10월 31일 평양도착 성명)며 ‘반미(反美) 감정’부터 드러냈다.

    간첩단 사건 발발 이후 민노당이 보인 이 같은 행보에 한나라당과 보수진영 뿐 아니라 민노당 당원 등 지지자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민노당은 “수차례 왜 방북 하는지 설명했고 전·현직 당직자가 관련된 사건에 대해 당 또한 책임있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하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모습이다.

    당을 향한 비난이 고조되자 민노당은 1일 한나라당을 향해 “국정감사를 악용해 민노당의 방북취지를 폄하하고 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며 심지어 간첩 정당인 양 매도했다”고 비난하며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 등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발끈했다. 최순영 수석부대표와 이영순 공보부대표는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 면담까지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자신들의 방북이 정당성을 얻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반성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북한은 6자회담 복귀를 선언했다. 이름뿐인 정당으로 북한노동당 외곽조직에 가까운 조선사회민주당 초청으로 평양에 간 민노당이 갖고 돌아올 보따리는 빈약할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방북 결과에 별다른 성과가 없었을 때 쏟아질 비난 또한 민노당이 감수해야 한다.

    “국민 지지를 받는 제도권 정당에 대한 비난은 국민들을 비하하는 것”(정호진 부대변인)이라는 민노당은 자신들 스스로 간첩단 사건과 방북 비판 자체를 ‘색깔론’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정원 앞 항의시위 같은 이벤트가 아니라 제도권 정당으로서 간첩단 사건 진실규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북핵 사태에 이어 386간첩단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한반도 안보불안이 고조된 상황에서 ‘꿋꿋이’ 방북을 강행하면서 ‘색깔’을 확실히 보여준 민노당이 정작 국민들 눈에는 어떻게 비쳤는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