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태(安泰)를 과신하고 있으면 위기에 빠진다. 순경(順境)에 만심하고 있으면 멸망을 초래한다. 치안(治安)의 꿈에 푹 빠져 있으면 변란이 일어난다”고 ‘역경(易經)’은 경고하고 있다. 좋은 상태는 영원히 계속되지 않고 언제 바뀔지도 모르므로 순조로울 때라도 멸망을 잊지 않고, 치안이 좋을 때라도 분쟁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크게는 나라를 보전할 수가 있다는 말이다.

    ‘치세(治世)에 난세(亂世)를 잊지 말라’라는 역경(易經)의 명언(名言)은 국가 최고지도자가 각골명심(刻骨銘心)해야 할 마음가짐인 것이다. 하물며 현재의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은 건국과 6·25 전쟁 이후 최대의 위기인 것만은 틀림없다. 위기의 시대에는 후생(後生)을 두려워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대체로 국가 지도자는 자신에 대한 평판을 크게 의식하여, 그것이 스스로 내린 평가와 동떨어져 있기라도 하면,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탄식한다. 그러나 국민의 눈은 청맹과니가 아니다. 국민의 눈은 끊임없이 위정자에게 쏠려있어, 아무리 작은 과오도 놓치지 않는다.

    국가 지도자가 선정(善政)을 베풀면 국민들은 당장 그것을 칭송하지만, 과오를 범하면 즉시 그것을 비난한다. 국민들의 칭송이나 비난은 굳이 여론조사를 통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옳은 것이다.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명군(明君)과 역사에 남는 지도자는 항상 국민들을 두려워했다. 그리하여 춘추시대(春秋時代)의 명재상 관중(管仲)은 관자(管子)에서 “자기 자신이 옳지 못한 것을 우려하고,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우려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는가.

    최근 ‘국회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10월 초 유엔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의 후임을 비롯한 외교안보라인을 대폭 개편할 것’이라는 청와대 발표가 있었다. 이제 국민들은 외교안보라인 개편이 북한 핵실험 사태에 대한 정부 대응 기조와 논의 구조의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지를 주목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한미동맹과 국제공조 강화를 위한 인물을 내세울 것인지, 아니면 북한과의 무력 충돌 방지 등 남북관계 기조 유지에 중점을 두는 진용을 짤 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현재까지는 그 동안 대북 포용정책을 충실히 대변했던 인사들이 주로 후임 하마평에 오르고 있어 국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임기 말 친정강화를 위한 ‘회전문 인사’를 우려하고 있다.

    노 대통령에게 이번 인사는 그동안의 대북 및 4강 외교정책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퇴임 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팔순의 노구를 이끌고 대학과 고향을 오가며 수고를 하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북핵문제는 일과성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내년 대통령 선거 국면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큰 사항이다. 따라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 결과 또는 향후 미국의 대응 수위 등의 상황 변화를 염두에 둔 인사는 망사(亡事)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영웅 부재의 시대, 요즘 민족사를 빛낸 영웅의 일대기를 그린 ‘주몽’과 ‘대조영’이 시청자들의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동북공정(東北工程)의 역사왜곡을 바로 잡아 주고, 강대국 중국과 싸워서 이기는 조상들의 늠름한 기상이 북핵에 멍들은 국민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씻어주는 그 무엇이 있어서 일 것이다.

    삼국시대 오(吳)나라의 손권(孫權)은 적벽대전(赤壁大戰)에서 노숙(魯肅)과 주유(周瑜)를 기용하여 4만으로 조조의 30만 대군을 격퇴했으며, 유비의 침공을 받은 이능(夷陵) 싸움에서는 무명의 육손(陸遜)을 사령관으로 발탁하여 곤경을 극복했다. 난세의 거친 풍랑을 젊은 인재를 등용해서 헤쳐나간 좋은 예이다. ‘후생(後生)을 두려워하라’는 공자(孔子)의 말에 가장 공감한 사람은 손권인지도 모른다.

    이제 햇볕·포용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새 술은 새부대에’라는 말이 있다. 이제 ‘오기인사, 코드인사, 회전문인사’에 종지부를 찍고 국민과 야당이 동의할 수 있는 후생(後生)을 두려워하는 인사를 기대한다. 오늘의 코리아는 우리만의 조국이 아니라 자손만대(子孫萬代) 영성(盈盛)해야 할 나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