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정치권의 발언 수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상대 당을 향해 ‘매춘’ 운운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한 쿠테타 발언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그야말로 여의도 정가에 매춘과 쿠테타가 판치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20일 현안 관련 브리핑 도중, 태국에서 발생한 군부 쿠테타를 언급하면서 “남의 일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노 정권은 이번 태국의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노 대통령을 겨냥했다. 유 대변인은 이어 “태국 쿠테타의 주요인은 부패한 권력이었다”면서 “태국 탁신 총리의 통치스타일은 여러 면에서 노 대통령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그는 그 예로, 노 대통령이 비판언론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언론과의 전쟁’이나 코드인사와 낙하산 인사로 인한 혼란, 청와대 측근들의 비리 연루 의혹,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을 외면하는 모습 등을 들었다.

    자신의 브리핑 차례를 기다리면서 유 대변인의 브리핑을 옆에서 지켜보던 열린우리당 공보부대표 노웅래 의원은 즉각적으로 “타산지석이란 말을 이런 데 쓰는 것이냐”면서 “이게 말인지 소인지 돼지인지도 모르는 말이 아니냐”고 반발했다. 이어 당 대변인실에서 유 대변인의 브리핑을 지켜보던 열린당 우상호 대변인도 즉각 국회 기자실로 뛰어와 ‘분노의 브리핑’을 시작했다. 우 대변인은 유 대변인의 ‘쿠테타’ 발언에 대해 “얼마든지 대한민국도 태국처럼 쿠테타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해석되는 중요한 발언”이라면서 “외국의 불행한 쿠테타를 사례로 들어 노 정부에 위협을 가하는 것은 공당의 대변인 논평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대변인은 분이 덜 풀렸는지 “해야 할 논평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논평이 있다. 5․16 군사쿠테타와 5공쿠테타 이후 정치군인들의 정치개입으로 수십년간 민주주의가 지체되고 수많은 민주인사들이 옥고를 치른, 국민의 역사적 고통이 그렇게 가볍게 다룰 사안이냐”면서 “용서할 수 없는 논평을 즉각 취소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도 유 대변인의 ‘쿠테타’ 발언에 대해 “군사정권에 뿌리를 둔 한나라당임을 새삼 확인시키는 발언”이라면서 “한나라당은 지난번 탄핵 당시 결국 돌아온 것이 무엇인지를 잘 돌이켜 보면 자신의 과거를 들추게 하는 행동과 발언은 별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열린당을 거들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열린당 홍보기획위원장인 민병두 의원이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겨냥해 “정치적 매춘행위를 한다”고 한 발언 때문에 한때 파문이 일었다. 열린당은 “당의 공식 발언이 아니었으며, 지도부가 민 의원의 발언에 대해 적절한 표현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면서 즉각적인 파문 차단에 나서기도 했다. 일순간 ‘매춘행위 당사자’로 취급당한 민주당은 “열린당은 정치적 악덕 포주에 불과하다”면서 맞대응했다.

    20일 여의도 정가는 매춘과 쿠테타가 판친, 씁쓸한 하루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