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과 투자 은행 등이 한국 경제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이 어려워 질 것이라는 예상이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우리 경제는 4.3% 성장에 머물며 경상수지는 45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고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역시 4.1% 성장에 22억 달러 적자를 예상했다.

    도이체 뱅크는 최근 아시아 경제 월간보고서에서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이 4%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주택시장 위축에 따른 소비부진으로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2.3%로 떨어지면서 한국의 수출이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위기의 한국경제 회생을 위해 집권당인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지난 9월 12일 관훈토론회에서 “실업과 만성적인 경기불안, 노후에 대한 공포로부터 서민을 해방시키기 위해서는 뉴딜과 사회대타협 밖에 없다”는 문제제기를 했다.

    그러나 막상 정치의 장인 국회에서는 ‘뉴딜’이나 ‘사회대타협’은 온데간데없고 기업인 ‘기죽이기’가 한창이다. 10월 11일부터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에 기업인들에 대한 무더기 국감증인 채택으로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확산과 경제 활성화에 부담을 주고 있어 문제이다.

    국회 정무위에서는 한화그룹과 SK텔레콤, KTF 등 이동통신사, 롯데백화점 등 유통회사, SK(주), GS칼텍스 등 정유회사의 최고경영자(CEO) 20여명을 포함한 증인 44명과 참고인 15명 등 모두 59명을 국감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하기로 합의 했다. 비자금 조성, 불법 하도급, 유가 폭리 등을 따지겠다는 것이다.

    열린 우리당 소속 박병석 위원장은 “책임 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을 불러야 한다”며 반드시 이들 CEO를 소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다른 상임위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쟁적으로 기업인의 국감증인 채택에 나서고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교훈을 되새기자

    국회의 국감증인 신청에 따른 실효성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실제로 지난 1988년부터 2005년까지 채택된 일반증인 2천 152명 가운데 17%인 370명이 출석하지 않았고, 이중 22%인 81명만이 상임위의결로 검찰에 고발됐다. 또 고발된 증인 가운데 실제 기소된 경우는 약식기소 19명, 벌금형 15명 등 34명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무혐의, 기소중지, 기소유예 등을 통해 법적 면제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국회법(정당한 이유 없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어긴 자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한 술 더 떠 국회의 기업인 무더기 국감증인 채택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기업의 CEO들은 국감기간 해외 출장 일정을 잡는 등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3일부터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상당기간 체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가 국정감사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는 것이 거시적으로는 국가경제를 더 건강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실효성이 있는 국감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과연 매년 국감기간 중 안나가도 그만(?)인 ‘무더기 국감증인 신청’ 과 ‘회피용 해외출장’이라는 진풍경이 벌여져야 하는가.

    실효성 있는 국감이 되게 하기 위해 해당 기업체의 부사장이나 실무책임자들을 불러 ‘실무 국감’이 되게 하는 방안은 없을까.

    기업인을 무분별하게 국감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은 국민의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길 수 있다. 일단 증인으로 서게 되면 '죄인 아닌 죄인'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줘 기업과 기업인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나아가 정상적인 기업 경영활동을 저해해 국가경제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무슨 일이든 그 정도가 넘는 것은 그 정도에 미치지 못함과 같이 좋지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교훈을 되새겨 보자.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