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선보상과 코드인사 감상법

    노무현 참여정부엔 공직의 진정한 의미와 윤리가 뭔지 모르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인사제도가 정실에 의해 좌우되면 공직질서가 무너져 내리고, 그 결과가 민심이반으로 되돌아 온다는 이치는 고금(古今)의 진리이다.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임명한 것은 이 정부의 도덕성 상실과 인사 시스템의 병폐를 단적으로 나타내어 씁쓸하다.

    이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자유와 정의를 표방하고 구악과 차별해 새 시대, 새 질서, 새 정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정부이다. 그러나 인사문제에 있어서는 국민의 여망과 야당의 비판에 아랑곳 하지 않고 역대 정부보다 더 원칙없는 오기 인사로 점철하고 있다.

    첫째, ‘공모제’는 공염불로 끝났다. 이 전 장관의 사전 내정설에 따라 하위직 직원 2명만 들러리로 나섰을 뿐 제대로 된 전문가들은 신청도 하지 않았다. 공모제는 허울에 불과하고 내 사람 심기에 급급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증명됐다.

    둘째, ‘개방형 직위제’는 허장성세에 머물고 있다. 민간인이나 타부처 공무원에게 자리를 준다는 취지는 매우 좋았으나, 참여정부에서 민간인 75명과 타 부처 공무원 12명 불과해 내부 임용비율이 58.6%나 되니 개방은 요원한 것 같다.

    셋째, 낙선보상에 따른 보은 인사이다. 이 전 장관은 총선에서 낙선한 뒤 환경부 장관으로, 대구시장 선거에서 떨어진 뒤 다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한 정권에서 두 번씩이나 신세를 갚은 인사권자도 문제이지만, 문제인식 없이 그것을 수용한 사람의 공인정신이 더 큰 문제이다.

    넷째, 전문성이 없다. 환경운동을 했다고 해서 다 환경전문가라고 말할 수 없다. 국민은 이 전 장관이 열린우리당의 대구 시장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장관 경력을 쌓은 것을 다 알고 있다. 청와대는 이 전 장관이 치과 의사 출신이기 때문에 24조원의 예산을 다룰 건강보험 전문가라고 강변할 수 있겠는가?

    역대 정권도 예외 없이 임기 말에는 인맥, 학연, 지연 등으로 코드 인사를 하곤 했다. 청와대는 그런대 왜 새삼 인사권자의 고유재량인 코드 인사를 문제 삼느냐고 볼멘소리를 하고 억울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도를 넘은 인사의 전횡이 우리 사회의 인내 수준을 넘어섰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출처진퇴(出處進退)를 아는가

    예로부터 선비의 덕목(德目)으로 ‘출처진퇴(出處進退)’가 있다. 선비라고 하면 벼슬에 나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족불욕 지지불태(知足不辱 知止不殆)- ‘족한 줄 알면 욕됨이 없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로움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처세함에 있어 이 진퇴만큼 중요한 경우도 그리 흔치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앉고 싶어 하고, 일단 앉으면 도무지 물러나려는 생각을 않는 경우가 많다.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인들에게는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은 조정에서 물러나 낙향하는 일이 잦았다. 누군가가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이황이 말했다. “임금께서는 나의 의견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받아들이니 그 일로 해서 나랏일이 그르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리하여 짐이 무거워 낙향한다.”

    아마도 당시 이황에 대한 임금의 신임은 대단했던 듯하다. 그러나 이황은 그것을 빌미로 자리보전을 꿈꾸는 것조차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걱정은 자신에 대한 지나친 신임이 오히려 정사(政事)를 그르칠 요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무오류를 주장하는 인사권자의 핏발선 오만과 그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부류의 사람들에게 경종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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