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 성북을 7·26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탄핵 역풍으로 인한 4·15총선 패배로 일선에서 물러난 지 2년여 만에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조 전 대표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7대 총선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민주당 대표직을 사퇴하고 그동안 정치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며 “이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국가와 국민을 위한 마지막 봉사에 나서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행히 유권자의 지지를 받아 국회에 복귀한다면 심각하게 도전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을 수호하고 헌법의 기본이념인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체제 및 법치주의를 신명을 바쳐 지켜나가겠다”며 “50년 역사와 전통의 민주당 재도약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의 복귀는 민주당 당권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화갑 대표의 리더십에 회의적 입장을 견지해 온 ‘반(反)한화갑’ 진영이 조 전 대표를 중심으로 급속히 뭉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조 전 대표가 7·26보선을 통해 국회로 돌아온다면 6선의 김원기 의원과 함께 17대 국회 최다선 의원이 되는 만큼 그 영향력 또한 한 대표에겐 부담이다. 

    그동안 ‘반한(反韓)’ 진영은 한화갑 체제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도 한 대표를 대신할 특별한 대안이 없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당내 불만에도 불구하고 한화갑 체제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따라서 조 전 대표가 반한 세력 결집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 전 의원측은 당권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도 “한 대표가 당권을 쥐고 놓지 않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하지만 한 대표 자신의 지역구(전남 무안·신안) 군수 자리도 놓치지 않았느냐”고 한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조 전 대표는 성북을 출마를 결정한 후 반한 인사로 분류되는 이승희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지난 5·31지방선거 과정에서 ‘10억 사과상자’ 사건이 터졌을 당시 “조 전 대표를 삼고초려(三顧草廬)해서라도 모셔와야 한다”고 한화갑 체제에 반기를 든 바 있다.

    조 전 대표는 예비후보등록을 하기 전 한 대표에게 출마의사를 밝혔으며 한 대표는 별 다른 입장을 나타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열 대변인은 “조 전 대표가 이번 보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당 지도부에 밝혀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개인 입장이지 민주당 공천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화갑 "기득권 고집하지 않겠다"

    한편 한 대표는 이날 광주 모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정치적 세력과 정당, 개인을 포함해 정치 틀을 짜는 데 기득권을 고집하지 않고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진력하겠다”며 “기득권 포기는 개인에 관한 것과 당 차원의 기득권 모두”라고 밝혔다.그는 또 “사실 민주당만으로 수권정당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만 고집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이 정계개편의 중심에 서겠다”며 자신만만해 하던 태도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당내·외 기류변화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탈당해도 열린우리당과 통합은 없다고 한 것도 표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선거 전략상 한 말이다. 노 대통령이 탈당하면 열린당과 통합이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한 자신의 지역구인 무안·신안 군수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모두 패한 것과 관련, “공천과정에서 잡음이 있었고, 최선의 후보를 공천했다고 자신할 수 없다”며 “지역구 관리를 못했다는 지적을 수용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