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2일자 오피니언면 '오후여담'란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위로를 받아야 할 강금실의 패인을 논하는 것은 혹독할지 모른다. 그러나 강금실의 패배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왜 강금실은 실패했을까. 열린우리당의 옷을 입었기 때문일까. 맞는 얘기다. 첫째, 시류(時流)를 거스른 데 있다. 먹구름처럼 깔려 있는 거대한 반노(反盧)·반 열린우리당 정서라는 시류. 이런 물결에 역주행하며 이길 수 있다는 판단 자체가 과욕이었다. 선거는 혼자만 밤새워 공부하면 점수를 딸 수 있는 고시공부가 아니다.

    둘째,‘개인기’로 ‘바람’을 잠재우려는 선거 전략이 잘못됐다. 애초에 보라색을 들고 나온 것부터 근원적 잘못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무자비한 비판으로 대세를 장악하려 했어야 했다.
    셋째, 오세훈의 복병 가능성 예측이 부실했다. 나만 똑똑하면 이길 수 있다는 오만 때문이었다. 그러나 선거는 비교우위를 가리는 게임이다. 강금실의 보라색은 대항마 오세훈의 녹색에 바로 흡수됐다.
    넷째, 역발상의 파격에도 한계가 있음을 몰랐다. 검정과 보라를 섞어 만든 선거 현수막. 서울 시민들은 ‘근조(謹弔)’ 휘장이 어느날 시내 곳곳에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는 나중에 급히 현수막을 갈아 달았다.

    다섯째, 선거전까지는 “호호호∼”하며 잘 관리해오던 신비주의를 깬 것이다. 변호사 시절 극도의 외설 시비를 불러일으킨 소설가에 대한 거침없는 변론문을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보신탕에 소주도. 전 남편과의 개인사에 대해서도 미주알 고주알 털어놓았다. 고향 제주도에 내려가선 남성 전유의 제례 예복을 입고 절을 했다. 보수·우파는 아예 고개를 돌렸다. 이런 패착의 연속 속에서 오세훈을 상대로 선제적 기습공격 한번 제대로 못했다. 그러자 막판엔 ‘72시간 불면(不眠) 선거운동’까지 벌이는 독기를 보였다. 선거는 기인열전이 아닌데도.

    강금실이 변호사로 돌아가지 않고 “국민 곁에 있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이젠 정치에 중독되고 있는 것 같다. 대권 도전 가능성 얘기도 나온다. 열린우리당에선 또 그를 최고의 승리자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강금실은 이런 감언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열린우리당에 속았던 것이다. 이를 거울 삼아야 다시 실패하지 않는다. 이쯤에서 변호사로 돌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정 정치를 하고 싶으면 시류가 자신을 부를 때를 기다려야 한다. 초조해지면 더 망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