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31일자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정부의 주요 정책을 주도해 온 김병준 대통령정책실장이 물러났다. 김씨는 부동산 대책과 이른바 교육혁신, 국가균형발전, 정부혁신, 양극화 해소 등 많은 정책에 관여했다. 모든 정책에 정권의 코드인 균형과 평등을 주입했지만 구체적 성과를 낸 사례는 찾기 어렵다.

    김씨는 작년 2월 “주택 경기를 살려 건설을 부양할 생각이 없다”며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집값이 계속 오르자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 정책’, ‘세금폭탄 멀었다’, ‘시민단체의 활동에 관심을 갖자’ 등 반(反)시장적 발언을 쏟아냈다. 집값은 더 오르고 건설 경기는 침체됐다.

    돈이 국내에서 잘 돌게 하는 것이 경제정책의 핵심이다. 그런데 김씨 등 정책 권력자들은 투자도, 소비도, 주택 거래도, 주택 건설도, 관련 일자리 창출도 제대로 안되는 정책을 잘도 골랐다. 소득 하위계층의 빈곤화 확대뿐 아니라 전 계층의 하향 이동이 그 결과다.

    김씨는 이정우 전 대통령정책기획위원장과 함께 노 정권의 대표적 정책 설계자였다. 이씨는 분배 중시 정책을 고집했고 시장 억압적 부동산 정책을 주도했다. 김씨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노 대통령이 그 많은 학자 중에 하필이면 이런 사람들을 정책 브레인으로 기용하고 오래 의존한 것은 국민의 불행이다. 분배를 개선하자니, 대다수 경쟁국은 물론이고 일부 선진국보다도 낮은 경제성장으로 될 리가 없다. 이씨나 김씨가 고집해 온 정책들은 이들이 기대했던 효과보다 더 큰 역효과를 낳은 경우가 많다. 정책의 복잡한 파급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하고, 애당초 균형 감각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경제 주체들에게 좀 더 신나게 일하고, 벌고, 쓸 수 있는 분위기만 조성해 주었더라도 우리 경제는 훨씬 활발하게 돌아갔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김씨를 내각에 중용(重用)할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이 정권에서는 정책 실패, 국정 실패의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 궁금하다. 이미 입증된 실패까지 무시하는 인사가 성공할 것으로 본다면 이야말로 정권의 병(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