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후보로 다른 사람을 밀 수도 있나?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정말 적합하고 필요한 분이라면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분들이 밀 수 있는 것 아닌가"(2005년 9월7일 주간동아 인터뷰)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에게 대선 후보를 양보하고 뒤에 밀어주는 '겸양지덕(謙讓之德)'을 발휘할 생각은 없는가?
    "그런 것이 겸양지덕이 되겠느냐. 경선 룰이 있기 때문에 참여할 사람은 자유롭게 참여해 당원과 국민의 심판을 받은 뒤 이기면 대선에 나가고 지면 승복하고 그러는 것이다. 그런 것이 겸양지덕에 해당하는지 모르겠다"(2006년 5월 9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

    대선 주자로 나서느냐? "가능성을 열어놨다"(2006년 5월 10일 기자간담회)


    차기대선 출마여부를 묻는 숱한 질문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그동안 말을 아껴왔다. 8개월 전만 해도 박 대표는 차기 대선 후보로 다른 사람을 지원할 수 도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대표임기만료를 한 달여 앞두고 박 대표가 차기대권에 대해 강한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예전에 없던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서도 표정과 행동 뿐 아니라 복장과 습관 화법 등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동적이던 토론회 자세도 적극적으로 바뀌었고 자신에 대한 비판이나 답하기 곤란한 질문도 피해가지 않고 오히려 취재진에 반문하는 등 확 달라진 모습이다. 당직자들도 "박 대표에게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한다.

    이런 박 대표의 변화 원인에 대해 다수의 당직자들은 5·31지방선거 공천을 꼽는다. 이번 공천에서 박 대표가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실제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중 영남지역의 경우 박 대표 측 인사들을 중심으로 공천이 이뤄졌다.

    전북·전남·제주도지사의 경우 당내 친박(親朴)그룹으로 분류되는 김형오 전 인재영입위원장이 영입을 했고 경남도지사 김태호 후보도 박 대표 측이 지원했다는 후문. 경북도지사 김관용 후보의 경우 이명박 시장의 고향이자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에서 포항시장을 지낸 정장식씨와 이 시장측 인사로 분류되는 김광원 의원을 당내 경선에서 눌렀다. 부산의 허남식 후보도 반박(反朴)그룹인 수요모임의 지원을 받던 권철현 의원과의 경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후보로 선출됐다.
     
    또 지방선거 출마로 인해 공석이 됐던 각 지역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도 최근 상당수가 친박성향 인사들로 채워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박 대표가 이 시장에게 밀리던 당 조직싸움에서 이번 지방선거 공천과정을 통해 균형을 이루는 데 상당 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것.

    이처럼 광역단체장과 각 지역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을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로 채울 경우 내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전국 각 지역의 당원들의 표심을 흡수하기가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예전에 없던 자신감이 생긴 모습"이라며 "대선출마를 직접 언급하고 경선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는 것은 그 만큼 당내 조직싸움에서 해볼 만 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뒤 "이번 지방선거 공천작업에서 상당한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여론조사 역시 박 대표의 지지율은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상황. 반면 경쟁자인 이 시장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고 두 사람의 순위도 바뀌었다. 박 대표는 최근 조사된 차기대선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고건 전 국무총리 마저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모 일간지가 지난 1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표는 24.9%의 지지율을 얻으며 고 전 총리(22.7%)와 이 시장(21.6%)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며 1위를 차지했다. 한 당직자는 "박 대표가 지휘하는 이번 지방선거를 압승할 경우 이 시장 보다 상대적으로 박 대표에게 힘이 쏠릴 수도 있다"며 "이젠 여유있던 이 시장이 긴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