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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가 무슨일을 해도 '집토끼' 거저먹나

입력 2006-04-10 09:24 | 수정 2006-04-10 16:40
조선일보 10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박두식 정당팀장이 쓴 칼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2002년 대통령 선거 이후 한나라당에선 ‘집토끼·산토끼 논쟁’이 주기적으로 반복돼 왔다. 집토끼는 한나라당을 지지해 온 보수적 유권자를 뜻한다. 산토끼는 중도 성향의 유권자와 젊은 층 등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 중 어느 쪽에 초점을 둘 것인가 하는 게 이 논란의 핵심이다.

오세훈 전 의원이 새로 가세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도, 집토끼·산토끼 논쟁의 연상선 위에서 당내 의견이 갈리고 있다. 기존 후보들의 경쟁력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집토끼론자와, 젊은 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오 전 의원 같은 후보가 필요하다는 산토끼측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대목이, 집토끼에 관한 가설이다. 한나라당이 말하는 집토끼는 나이가 50대 이상이고, 지역적으로 영남이고, 이념적으로 보수·안정 층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6일 발표한 ‘한국인의 이념성향’ 분석에 따르면, 이 ‘보수·안정층’은 우리 인구의 37.1% 정도라고 한다. 한나라당이 최근의 당 지지율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보다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이들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이다.

골수 지지층 박수에 빠져 경쟁력 잃어가는 줄 몰라 

이들이 집토끼로 불리는 것은 한나라당에 대한 유별난 충성도 때문이다. KSOI의 지난달 30일 조사에서 2002년 대통령선거 때 이회창 후보를 찍었다는 사람의 61.7%가 한나라당을 계속 지지하는 것으로 나왔다. 반면, 노무현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사람 중 열린우리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은 33.8%였다. 두 번의 대선에서 지고, 2004년 총선에서 패배했는데도, 보수층은 한나라당에 대해 변함없는 애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수치상으론 그렇다. 이를 바탕으로 한나라당은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을 달리 어디 갈 데가 없는, 자신들의 울타리 안에 갇혀 있다고 가정하곤 한다.

실제 보수·안정층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불만 때문에라도, 이들의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는 더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고정 지지층에 대한 믿음은 한나라당을 안이하게 만들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유행하고 있는 ‘웰빙(well-being)족’, ‘이지고잉(easy going·쉽게 가자는 것)’ 같은 자조적인 표현이야말로 이런 심리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 지지층은 절박한데, 막상 이들의 비원(悲願)을 대신 풀어줘야 할 배우들은 느긋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의 경쟁 상대인 열린우리당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뭐든 한다’고 나선 상태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한나라당의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그 이면에도 집토끼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해도, 고정 지지층이 우리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식의 발상이다.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유력 후보는 최근 TV 회견에서, 본인의 경쟁력에 관한 질문을 받자 “그냥 후보 이름만 불러주면 열린우리당 후보에 지지만, 소속 정당을 알려주면 무조건 이긴다”고 대답했다. ‘보수·안정층이 떠받쳐 주는 정당 지지율이 있으니 나를 지지해달라’는 식의 얘기다. 

한나라당은 나라의 아젠다(agenda·의제)를 제시하는 데서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북한 인권이나, 감세(減稅) 주장처럼 적잖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이슈들의 저작권도 뉴라이트 같은 한나라당 바깥 세력의 몫이다. 선거 경쟁력이나 아젠다 생산 능력 등을 놓고 정당의 종합 평점을 매긴다면, 한나라당은 불량 학생 수준인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의 문제는 집토끼·산토끼 타령이 아니라, 허약체질 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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