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감’이라는 단어가 있다. 종종 흔히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이면서도 그 구체적인 뜻을 이야기하려고 들면 어려운 경우가 있다. 박진감이란 단어가 꼭 그런 단어였다. 그래서 박진감이란 단어의 뜻이 뭔지 한번 찾아보았다.

    네이버 국어사전의 풀이에 따르면 박진감의 뜻은 현실의 모습과 똑같을 만큼 진실감이 넘치는 느낌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매우 생생하게 어떤 ‘느낌’이 온다는 이야기이다.

    ‘느낌’없는 정치인, 박 진

    그러나 박 진 의원(이하 박씨)을 보고 있으면 별다른 ‘느낌’이 안 온다. 맹형규 전 의원에게는 서울방송 앵커로서의 편안한 중년남성의 이미지, 부정적으로 보자면 전형적인 장년층 한나라당 지지자의 모습이 느껴진다. 또한 홍준표 의원에게는 슬롯머신 검사로서의 날카로운 이미지가 느껴지고, 부정적인 측면으로 보면 지나치게 차갑고 권위적으로 보이는 인상이 생각난다.

    그렇다면 박 씨의 경우에는 어떤 느낌을 찾을 수 있을까? 사실 나는 처음부터 박씨에 대한 약간의 사전 지식이 있었다. 내가 이 글을 쓰기 위해 약간의 박씨에 대한 자료를 찾기 전 내 머리에 들어있던 박씨에 대한 사전지식은 이런 것들이었다.

    ① 서울 종로 국회의원
    ② 영어를 매우 잘하는 엘리트
    ③ 돌고래 다이어트

    나는 박씨 관련 자료를 찾으며 박씨가 외무고시에 최연소(20세)로 합격했으며 김문수 의원과 정책 공조를 지방선거에서 할 예정이라는 등의 자료를 찾아냈다. 그리고 박씨 홈페이지도 둘러 보았다.

    박씨는 ‘파랑새’란 동화를 아는가

    나는 박씨의 홈페이지를 비롯한 이런 저런 자료들을 찾아보고 이런 결론을 내렸다. 아직도 박씨는 ‘파랑새’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파랑새’라는 동화가 있다. 메테를링크란 사람이 쓴 이 동화는 아마 박씨도 읽어봤으리라 믿는다. 이 동화의 내용은 이렇다. 동화의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으나 대략 이런 내용이다. 어느 어린 남매가 이웃의 부탁을 받고 ‘파랑새’를 찾으러 계속 돌아다닌다. 그러나 파랑새는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이 어린 남매는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정작 이들이 그렇게 열심히 찾았던 파랑새는 실제로는 이웃집에 있었다. 그렇다면 이 동화의 주제는 무엇일까?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중요한 진리도 의외로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가만히 생각해보라.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박씨의 선거 핵심 메시지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기 위함이다.

    박씨는 글로벌 세일즈맨?

    박씨 홈페이지에 가보면 오른손에 지구본을 안고 왼손으로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고 있는 박씨가 방문객을 맞는다. 그리고 사이트 상단과 하단에는 ‘글로벌 세일즈맨’이라고 되어 있다.

    이 메시지 설정은 서울시 유권자들의 피부에 와 닿는 설정이 아니다. 홍 의원의 ‘아파트 반값 정책’은 그 주장 자체가 현실성이 있건 없건 대중들의 피부에 와 닿는 메시지이다. 그러나 ‘글로벌 세일즈맨’이란 박씨의 슬로건에서는 어떠한 감동이나 느낌이 와 닿지 않는다. 그리고 박씨의 이미지와 ‘글로벌 세일즈맨’이라는 이미지도 들어맞지 않는다.

    박씨가 기업인 출신이라면 ‘글로벌 세일즈맨’이란 이미지와 박씨가 맞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씨는 기업인 출신이 아니다. 그리고 글로벌 세일즈맨이라면 세계에 무엇인가를 팔고 다닌다는 의미다. 그런데 박씨는 박씨의 홈페이지에 서울을 세계 4강 도시로 만들겠다고 적어놓고 있다. 그런데 무엇을 팔면서 서울을 세계 4강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그리고 일반 서울시민들에게 있어 서울이 ‘세계 4강도시’가 되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박씨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핵심 메시지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민들의 최대 목표는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박씨의 눈높이에서 볼 때 서울이 세계 4강 도시가 되면 행복할지 몰라도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일반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세계 4강 도시와 같은 막연한 이야기보다 자신의 한 달 수입이 단 돈 10만원이라도 늘어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왜 박진인가’하는 질문에 답변을 뚜렷하게

    그리고 나는 박씨의 홈페이지에서 ‘서울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왜 박진이어야 하나’라는 것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힘썼다. 그런데 현재 박진 의원 메인 홈페이지에서는 이런 해답을 충분히 찾을 수 없었고 박씨의 선거용 홈페이지 하단에 찾기 어렵게 링크되어 있는 원래 박씨 홈페이지에 가서야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해답’이 좀 빈약하다는 것이 아쉽게 생각된다. 그리고 무엇이 핵심 요점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지난번 맹형규 전 의원의 홈페이지에서도 진부하고 막연한 구호가 핵심 메시지로 설정되어 있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는데 박씨의 홈페이지도 마찬가지였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박씨의 사진도 문제가 있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박씨의 사진은 특별히 따뜻한 이미지를 주지도 못하며 특별한 개성도 없다. 선거용 홈페이지가 아닌 원래 박진 의원 홈의 사진 가운데 자유게시판 배경으로 쓰이는 사진의 경우에는 얼굴의 주름이 확연하게 노출되어 있는 점도 문제였다.

    내가 볼 때 박씨 측은 홈페이지에 자신의 사진을 걸면서 젊은 인상을 주기 위해 그랬던 것으로 보이지만 별로 좋은 인상을 주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다. 맹형규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과 차별화를 위해서라면 넥타이를 풀고 편안한 옷차림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면 박씨는 안경을 쓰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그리고 당장 큰 문제는 입 주변의 팔자 주름이다. 박씨가 다이어트를 하기 전에는 팔자 주름이 눈에 잘 안 띄었으나 지금은 팔자 주름이 깊게 드러나서 나이 들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