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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칫국부터 마시는 한나라당

입력 2006-02-14 10:44 수정 2006-02-14 10:44

조선일보 14일자 오피니언면 '태평로'란에 이 신문 주용중 논설위원이 쓴 '김칫국부터 마시는 한나라당'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민주당의 추미애 전 의원이나 호남 출신 의원을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밀면 지역정치 타파를 위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지금 우리 당엔 그런 역발상(逆發想)을 추진할 사람도 없고, 그런 카드가 먹힐 여지도 없어요.” 한나라당의 한 재선 의원이 사석에서 털어놓은 말이다.

5·31 지방선거를 앞둔 요즘 한나라당은 누구와 합세하기보다는 ‘우리끼리 해도 충분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민주당과의 연대나 국민중심당과의 연합 공천은 현재로선 상대방이 응할 리 없고, 자민련과의 통합은 실익이 적다니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천하의 인재들이 낚싯대를 놓고 정치의 중심을 잡도록 돕겠다”고 호언하던 김형오 인재영입위원장이 최근 사퇴한 것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그가 기초단체장 영입 대상자 164명의 명단을 올리자 당은 단박에 퇴짜를 놓았다. 그 명단엔 몇몇 문제 인사도 있었지만, 이미 기초단체장 후보를 나름대로 점찍어 놓은 의원들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후보 영입도 거의 물 건너갔다. 당내 주자들이 들고 일어난 데다,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이 서로 신경전을 벌인 탓도 컸다.

벌써부터 한나라당이 배불러 있는 이유는 지방선거 승리를 장담하기 때문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수도권의 웬만한 지역에선 기초단체장 예비 후보들이 기다랗게 줄을 서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나홀로’를 외치고 있는 사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국민중심당은 서로 ‘물밑 교신’에 한창이다. 이들은 이번 지방선거를 짝짓기를 위한 전초 무대로 여기고 있다. 우선은 각자 열심히 뛰어 ‘몸집’을 키우겠다는 전략이지만, 몸집을 키우는 이유는 지방선거 후 본격적인 연대 협상 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중요한 것은 대선이니까.

이번에 열린우리당은 호남에선 민주당, 충청에선 국민중심당과 표를 다퉈야 한다. 어느 한 곳도 쉽지 않다. 그런 탓인지 열린우리당의 각 계파들은 요즘 ‘범민주세력 대통합’ ‘중도개혁세력 대통합’을 부르짖으며 바깥을 향해 추파를 던진다. 벌써부터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다’라는 말이 나오니 지방선거 후에는 더욱 자세를 낮출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은 열린우리당의 ‘구애(求愛)’를 일단 뿌리치고 있지만 후일을 기약하는 모습이 꼭 싫지만은 않아 보인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원과 “주파수를 맞춰가는 중”이라고 말한 고건 전 총리도 자신이 이 연대의 중심에 서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가세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은 전통적 지지율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하자, 열린우리당 쪽에선 “범민주세력의 통합을 요구하신 뜻”이라고 반겼다. 김 전 대통령이 오는 4월 방북하면 열린우리당은 그 결과를 5월 선거에 이용하려 할 것이다. 반(反)한나라당 전선에서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은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반보수 대연합’을 구성하라고 남측 인사들에게 촉구했다.

한나라당도 이에 맞서 지방선거 후 뉴라이트 세력을 포함해 가능한 한 넓은 연대를 추구하려 애쓸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과는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는 반한나라당 세력의 리스트는 훨씬 길다. 결국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승리는 반한나라당 세력의 연대를 부추기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또 이기고 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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