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는 인천이다. 자유공원에 서 있는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를 둘러싸고 급진 세력과 보수세력이 첨예하게 대결을 벌였던 인천에서도 23일 사학법 반대를 부르짖는 함성이 울려퍼졌다. 

    16일과 19일 서울시청 광장과 부산에서 열렸던 사학법 반대 촛불집회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한나라당은 이날  인천시청 앞 광장에서 ‘사학법 원천무효를 위한 장외집회’를 열었다.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집회 참석을 강력히 촉구했던 당직자들의 얼굴에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으며 사학법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됐던 인천 집회에는 주요 당직자들과 인천시당위원장을 비롯한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50여명과 1만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강한 열기를 내뿜었다. 


    이규택 “바다물이 2% 염분때문에 짠 것처럼 학교도 2~3명 개방이사 때문에 망해”

    가장 마이크를 잡은 이규택 의원은 “영하 10도의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가 인산인해를 이루는 이유는 뭐겠느냐”고 반문한 뒤 “바로 사학법이 잘못됐다는 증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사학법 무효화 투쟁기구 본부장이기도 한 이 의원은 “교육부총리는 개방형인사가 불과 2~3명인데 뭐가 문제냐고 말하지만 숫자가 문제가 아니다. 인천 앞바다의 바다물이 짠 이유는 염분 2~3% 때문인 것처럼 2~3명의 개방형이사가 학교를 망치게 할 수 있다”고 말하자 시민들은 여기저기서 ‘말잘하네’, ‘옳소’ 하며 호응했다.

    이 의원은 “알렉산더 대왕이 ‘나는 승리를 훔치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열린당은 사학법 날치기 해서 승리 훔쳤으나 한나라당은 그러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지켜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원복 인천시당위원장은 “사립전문대나 종합대를 세우는 데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이 든다”고 전제한 뒤 “이 나라 대다수 사학 설립자들은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교육에 그 많은 돈을 투자했고 건전한 정신이 있는 민간 자본가들이 사재를 털었다”며 “이들은 건국의 최고 공로자이므로 상을 줘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 땅에 이들이 없었다면 우리나라 교육이 제대로 섰겠느냐”고 반문한 뒤 “열린당은 이 땅의 대다수 사학 설립자들을 도둑으로 몰아가고 있는데 사학 비리는 현행법으로도 막아낼 수 있다”며 “은혜를 악으로 갚고 조강지처를 함부로 버려서는 안된다. 이들은 사학법을 이렇게 처리했듯이 국보법도 날치기 처리하려고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열린우리당을 향해 “이름 잘못 지은 정당”이라며 “우리가 닫혀있어야지 우리가 열려있어서 소떼고 양떼고 다 나가게 된다”고 비꼬자 한 시민은 이에 응수하며 “노무현 타도하자”고 맞장구를 쳤다. 

    '학교를 사랑하는 모임' "노 대통령 거부권 행사하라'

    학교를 사랑하는 모임의 최상기 대표는 5~6여명의 학부모와 단상에 오른 뒤 ‘노 대통령의 거부권만이 교육의 혼란을 막는다’는 플랫카드를 들고 나와 ‘노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최 대표는 “우리가 흔히 ‘뭐가 무서워 피해간다,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탓한다’는 말을 한다”며 “어느 교사가 사학이 부패했다고 하는데 정말 부패한 교사는 누구이냐. 전교조는 물러가라”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우리 학부모는 국가적 위기이자 학교교육을 정상화 하고 교단을 안정시키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지금 국가 100년 대계의 근간인 교육정신이 무너지고 있다”며 “어떻게 학교를 이념노선, 투쟁의 장으로 만드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정부에 돌팔매질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현 정부는 교단 쑥대밭 만든 전교조에 대해 회초리 한번 안든 정부인데 더 이상 이 정부에 무엇을 기대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제 전교조에 우리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며 이들에게 수업도 받지 않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조전혁 "현정권 너무 답답하고 헌법의 회색지대 넘나들고 있어"

    이어 등단한 조전혁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상임대표는 단상에 올라서자마자 “경제학 교수인 내가 왜 이자리에 섰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너무 답답해서 나왔다”고 그간의 심정을 토로했다.

    조 대표는 “여당이 헌법의 회색지대를 넘나들고 있다는 의혹을 갖지 않을 수없다”며 “이 법(사학법)은 위헌적 악법일 뿐만 아니라 훈령법률로서 사학재단의 자유를 구속하려는 법”이라며 “사학재단의 비리를 막고자 한다면 외부강사제를 도입하는 방법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학교의 비리는 회계 장부를 보면 거의 다 밝혀진다”며 “여당은 비리를 예방하는 차원이라고 하는데 범죄자 한 명 있다고 모든 국민에게 전자팔찌 채우겠다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며 “자유민주주의사회의 시민이라면 이런 폭정에 당연히 반기를 들고 반대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조 대표는 “(현 정권은 아이스크림 못 먹는 사람에게 커피, 딸기 아이스크림 중 택일하라고 말한 뒤 못 먹는다고 답하면 ‘아니면 말고’ 식’”이라며 “세계적으로 공립학교가 성공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는데 개정사학법이 적용되면 아무도 사학을 운영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대표로 나온 서울신학대 강지은 학생은 “학교는 미래한국을 위해 보호받아야 할 성역”이라며 “박 대표가 왜 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가냘픈 몸을 이끌고 집회에 나왔는지 알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학생은 박대표를 향해 “용기 잃지 말고 끝까지 힘내라”고 응원의 목소리를 전해 시민들의 갈채를 받았다.

    촛불집회의 나레이션을 맡은 전여옥 의원은 “우리는 우리의 아이가 뺄셈이 아닌 덧셈을, 부정문이 아닌 긍정문을, 원망과 분열이 아닌 사랑과 화합을 먼저 배우길 원한다”며 “대통령, 열린당, 전교조로부터 우리아이를 지키겠다”고 힘있는 목소리로 말하자 시민들은 ‘전여옥 전여옥’을 외치며 동조했다.

    박근혜 “열린당은 거짓말하고 있다”

    ‘한나라 최고, 박근혜 최고’ 등 시민들의 열띤 성원과 함께 마지막으로 단상에 오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오늘도 추운 날씨가 이어지는데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거 같다”며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우리 아이를 지키겠다는 우리의 뜨거운 마음을 죽일 수는 없다”고 굳은 결의를 나타냈다.

    박 대표는 “열린당은 사학법 날치기 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열린당은 사학의 비리를 막기 위해 사학법을 통과시켰고 한나라당은 비리척결을 막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우리가 사학법을 반대하는 이유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규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이어 “열린당은 여론조사도 조작했다”고 주장한 뒤 “어떻게 국민들에게 여론조사까지 조작해서 말하는지 모르겠다”며 “이 정권이야 말로 조작정권, 거짓말 정권”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열린당은 마치 우리 때문에 민생법안 처리 못한 것처럼 이야기 하며 모든 책임을 한나라당에 뒤집어 씌우고 있다”며 “그렇게 민생이 중요하다면 민생부터 챙길 것이지 왜 사학법부터 통과시켰냐”고 강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이 정권은 사학법 날치기 후 처음 의기양양했으나 이제는 노 대통령이 종교지도자들을 만나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며 “그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날치기 사학법 무효’라고 외치자 시민들은 ‘박근혜 최고’라고 화답했다.

    박 대표는 “노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하고 잘못을 인정하라”며 “민생 놔두고 사학법 먼저 날치기 한 것은 뭔가 음모가 있는 것”이라며 “현 정권이 국민 잘 먹고 잘살게 했다면 이해했을 것”이라며 “코드 맞는 사람들끼리 3년 동안 허송세월 보냈다”고 현 정권을 비꼬았다.

    박 대표는 전교조에 고발당한 데 대해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그 이유는 욕설이 담긴 교육용 동영상을 틀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등 지난날 전교조가 우리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전교조는 나를 고발했지만 나는 국민들에게 전교조를 고발한다”며 “모든 것을 던져서 우리의 아이들 대한민국을 지켜나가겠다”고 굳은 결의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