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정세균 당의장 일행이 사학법 개정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16일 천주교 서울대교구를 방문했지만 정진석 대주교로부터 개정 사학법에 대한 반대의견만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 열린당으로서는 혹떼러 갔다가 혹만 붙이고 온 셈이다.  

    천주교 서울대교주 정진석 대주교는 이날 정 의장에게 “사립학교의 근본 취지는 자유”라며 “북한처럼 자유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나라가 파탄이 되면 안 된다. 국가통제력이 너무 강하면 안된다”면서 사립학교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내 보였다.

    정 대주교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사학법 강행 처리 당위성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 위해 방문한 정 의장과 김덕규 부의장 등을 면담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사학법 개정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정 대주교는 “완전한 자유방임은 안되고, 완전한 통제도 안된다”면서 “사립학교의 근본 취지는 자유다. 국가의 통제와 자율이 균등을 이루어야 하는데 그것이 균형을 조금 치우쳤다고 보는 것이 가톨릭의 입장”이라면 개정 사학법의 불균형성을 지적했다.

    정 대주교는 그러면서 “북한처럼 자유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나라가 파탄이 되면 안 된다”면서 “사립학교가 왜 있나. 사립학교의 자유를 인정해 줘야한다. 그것이 천주교의 주장”이라면서 정 의장을 비롯한 열린당 지도부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정 대주교는 계속해서 “왜 그렇게 조급하게 사립학교법을 개정했느냐”면서 “통제를 하면 감독이 필요하고 그 감독하는 자에 대한 감독이 필요하다. 그것이 공산주의다. 공산주의 국가가 그래서 망한다. 사람도, 사립학교도 국가에서 통제를 하니까 사립학교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열린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정 대주교는 또 사학법 개정에 따른 전교조의 개방형 이사 선출에 대해서는 “전교조에 안 들어간 사람은 (사학법에) 관심이 없다. 전교조만 선출이 된다. 그럼 그 사람들이 들어오면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킬 텐데, 우리 사회 모든 학교의 이사회가 모두 문제가 일어난다면 그것이 국가발전이 저해되지 않겠느냐”면서 전교조에 대한 강한 우려감을 표했다.

    정 대주교는 이어 “가톨릭 학교를 보면 개방형이사 잘 하고 있다”면서 “(현재도 소수 문제가 있는 학교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있는 법을 적용해서 적극적으로 검토하면 된다. 지금도 관선이사 있지 않느냐. 관선이사제도 활용하면 되는데 왜 개정법으로 시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정 대주교는 또 사학법 처리 과정에서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지 않고 의장 직권상정으로 처리된 데 대해서도 “절차를 거쳐야죠. 한나라당이 물리적으로 막아도 정치인들로서 법에 있는 절차를 제대로 밟아서 해야지 왜 본회의에만 의장 직권으로 올리나? 그것은 안 된다”고 사학법 처리 과정의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했다. “역사를 두려워하셔야 한다”고까지 충고했다.

    정 대주교는 “여러분이 귀중한 시간내서 좋은 말을 하고 통과될 때까지 애쓴 것을 이해는 하지만 내가 다른 주교들을 설득할 힘은 없다. 여러분 말을 충분히 들었는데 이것 가지고 다른 주교들을 설득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 장은 “전체 사학이 아무 문제가 없는데 몇몇 사학이 문제를 일으키니 그 사학들을 겨냥해 사학법을 개정한 것이다. 전체 사학이 건강해지면 자율성을 더 줄 수도 있다. 운영의 자율성 뿐만 아니라 학생 모집 자율성이나 이런 부분도 훨씬 더 자율로 갈 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 그런 과정에 있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자율성을 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것이 취지”라면서 사학법 개정안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한편 이날 방문에는 정 의장을 비롯해 김영춘 비상집행위원,  의원, 오영식 공보부대표, 이미경·노웅래·김춘진 의원 등이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