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8일, 노동조합법 ‘제3자 개입 금지’ 조항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민노당의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민노당은 선고공판 결과에 따른 의원직 박탈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권 의원을 살릴 수 있는 길’이 뻔히 눈앞에 있는데도 마냥 지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는 ‘제3자 개입’에 따른 처벌의 근거가 되는 부칙 제10조(‘제3자 개입 금지’ 조항은 지난 97년 이미 삭제)를 아예 없애는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그렇지만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28일 선고공판 이전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법사위에 계류 중인 개정안(노동조합과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28일 이전에 통과될 경우에는 권 의원의 의원직 유지가 가능한 상황이지만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이 국회로 돌아올 가능성은 현재로서 희박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심상정 원내수석부대표는 13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부칙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이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대로 처리가 안 되는 것”이라면서 “과거의 노동악법으로 인해 원내정당의 대표이며 민노당의 지역구 국회의원 의석을 잃게 된다면 진보정당에 대한 의도적 탄압으로, 국민 누구도 납득할 수 없다”고 흥분했다.

    심 수석부대표는 또 “재판은 10년전 노동탄압이 전부였던 시대에 벌어졌던 것으로 ‘제3자 개입 금지’ 조항은 사문화된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들도 권 의원이 97년 이미 사문화된 조항을 적용받아 재판을 받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에 탄원을 낼 생각”이라고 했다.

    민노당의 이같은 ‘딱한’ 사정에 열린우리당도 거들고 나섰다. 국회 환노위 소속 이목희 의원은 이날 오전 고위정책회의에서 “▲국회에서 법 의결절차가 완료되지 않더라도 시대악법으로 이미 그 관련 법 내용이 없어진 점 ▲부칙을 삭제하는 입법 작업이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 ▲권 의원이 유능하고 성실한 국회의원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사법부가 관대한 처분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또 “국회에서는 부칙 10조를 삭제하는 법안이 상정돼 법안심사 소위와 환노위를 통과했다. 다만 법사위에서 한나라당 소속 위원장이 법안심사 소위의 심의를 거부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속히 법사위 심의에 임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은근히 한나라당을 향해 국회 정상화도 촉구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열린당의 사학법 강행처리로 빚어진 파행정국 속에서 한나라당이 쉽사리 국회 정상화에 응하길 기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며 비관론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때문에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을 바라보는 민노당의 입술은 더욱 바짝 타들어가기만 하는 모양새다.

    권 의원은 지난 94년 지하철노조 파업과 관련해 노동조합법의 '제3자 개입 금지‘ 조항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받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