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부동산 입법 총공세에 이어 사립학교법도 국회를 ‘난장판’으로 몰아가면서까지 강행 처리한 것 등을 놓고 여권의 ‘국민 편가르기’ 재현이 우려되고 있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여권이 그동안의 실정(失政)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상실하자 계층과 계급간의 갈등을 조장해 지지층 재결집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일단 정치권은 여권의 이런 움직임을 놓고 여권의 총체적 지지율 하락의 근본 원인이 서민정당으로서의 이미지 구축 실패와 당내 정체성 붕괴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서민층과 골수 지지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내년 지방선거, 대선 구도를 겨냥한 강경·극단적인 국정 장악 시도에 나설 수 밖에 없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다.

    사학법 처리의 경우만 해도 한나라당은 물론, 사학 관련 단체들의 극렬한 반발 등 정국 급랭이 우려됐음에도 불구하고 ‘실력 행사’에 나선 점도 국정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집권 여당의 모습으로서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는 설명이다. 그간 신문법 과거사법 국가보안법에 이은 ‘4대 쟁점 법안’의 하나인 사학법을 처리함으로서 당 정체성을 확립하고 당내 결속을 공공히 다지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되지만 실상은 당내 강경파와 골수 지지층의 적잖은 압력에 당 지도부가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그간 부동산 입법 처리 등에서 보여준 ‘강공’ 일변도의 움직임이 이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7일 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조세법안심사소위에서 열린당이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등 8·31 부동산 대책 후속 입법안을 야당과 협상 중임에도 표결로 강행 처리한 것도 ‘빈·부 대결’구도를 통한 ‘국민 편가르기’의 대표적인 케이스라는 지적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이에 대해 ‘날치기’라고 강력 반발하며 국회를 보이콧, 정국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열린당의 회기 내 처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도 오히려 이를 방증하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설명이다. 실제 당 주변에서는 "부동산 대책이 실패하면 지방선거고 뭐고 없다" "개혁입법은 둘째 치더라도 부동산 입법까지 안되면 도대체 한 게 뭐냐"라는 등의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간 당내에서는 “서민정당이라면서 어떻게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보다 못한 것으로 나오느냐”는 등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었다.

    열린당 정세균 의장은 조세소위 강행 표결처리 직후인 8일 정국 파행상황 속에서도 “부동산 대책 후속입법 처리는 결코 흥정과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국민들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서민의 주거환경 개선에 중요한 전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며 재차 강한 의지를 다졌다. 이목희 의원도 “(한나라당 의원들이)한심스럽다. 자기들이 도덕적인 사람이냐. 어떻게 자신들이 타워팰리스에 산다고 어떻게 국회를 보이콧하느냐”며 ‘한나라당=타워팰리스’로 등식화하면서 은근히 비난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일에는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가 안보가 위태로운 상황이라면서 부자들의 동네 강남에선 왜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느냐. 당장 집을 팔고 외국으로 이민가면 집값도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하기도 했다. 

    여권은 당초 보유주택에 대한 과세기준을 기준시가 ‘9억원 초과’에서 ‘6억원 초과’로 확대한 종합부동산세 개정안과 1가구 2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담은 8·31 부동산 후속 대책을 내놓을 때도 “부동산 투기로 피해를 보고 있는 억울한 서민들을 위한 것”이라면서 지속적으로 한나라당을 비꼰 바 있다. 여권에 따르면 이같은 부동산 대책은 2% 땅 부자들의 세부담을 늘리자는 것이지 대다수 서민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지난 9월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1%로 올릴 경우 가장 피해를 보는게 서민’이라며 보유세 실효세율의 점진적 조정을 언급했을 때도 열린당은 “한나라당은 1%의 부동산 투기꾼과 1%의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세금을 내리자는, 2%의, 2%에 의한, 2% 정당” “부자옹호당” 등의 용어를 써가며 비난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