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 문제 개입이 ‘평화협정’체결로 비약은 '곤란'
  • -사드 배치, 우리의 ‘안보지킴이’이지 미중의 외교적 거래대상이 아니다
    - 중국의 사드 문제 개입이 ‘평화협정’체결로 비약돼서는 곤란

    병신년(丙申年)이 벽두부터 한반도와 국제정세가 마치 “원숭이 재주 부리듯” 해서 우리 국민은 불안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한미 사드배치(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협의 공식화,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로 첫 재주가 넘어가기도 전에 대한민국은 황당한 사태에 직면했다.
    지난 23일 한미의 사드배치 협의 협정이 체결 30분 전에 돌연 연기된 가운데, 미국의 케리 국무장관과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 간에 북한 제재 수준이 합의되었다.

    왕이 부장은 한 발짝 더 나아가 “한반도 평화협정의 체결 없이는 북한의 비핵화가 있을 수 없다”는 발언으로 모처럼 회복되어가던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한미 및 한미일 공조에 찬물을 끼얹었다.
    케리와 왕이의 회담과 함께 우리의 안보 사각지대를 채울 사드배치 문제가 유야무야될 지경에 이르렀다.

    사드배치는 북핵‧미사일 억제의 실효적 군사조치

    북한의 4차 핵 실험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사드배치 문제 제기(2016.1.13)와 한민구 국방장관의 사드 수용검토 발언(2016.1.25)에 이어 한미 간 사드배치 협의(2016.2.7) 공식화 이후, 국방부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와 사드 배치는 다른 사안이며”, “자위권적 차원에서 우리 국방부가 주체가 돼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주권적 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박근혜 정부는 사드배치 문제와 관련해서는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이 미중의 마치 장기판두기로 돌변한 것 같은 상황이다.

    이런 지경을 지켜보는 국민은 “우리가 국제정치 장기놀음의 졸이냐”라는 자조와 더불어 “고래싸움에 등이 터져버린” 구한말 망국의 트라우마 재현에 몸서리치는 듯하다.

    늑대 같은 김정은에게 물리지 않으려다가 자칫 호랑이 같은 중국의 포효(咆哮)에 겁박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박근혜 대통령과 우리 국민은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을 물리 쳐야 할 것이다. 국제정치의 장기판은 냉엄한 국가들의 게임이다.
    미중이라는 강대국들이 힘을 쓰는 판에서 한국이라는 중견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범한 각오와 명민함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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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DB


    장기판의 마지막 단계에서 왕을 잡는 것은 준마(馬), 대포(包)나 코끼리(象)가 아니다. 졸(卒)이 왕을 잡고 게임을 끝내는 것이다.
    미국이 사드배치를 부르자, 중국인 대북 제재동참을 내주며 ‘한반도 평화협정’을 내민 상태다. 졸이 되었다고 비분강개만 하면 일찍 죽는다.

    미중의 패권이 널뛰는 게임에서 우리는 ‘졸획마왕책’(卒獲魔王策)으로 핵과 미사일로 주민에 대한 폭압전제와 대남 위협을 일삼는 ‘광기의 무법자’ 김정은을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첫째, 남북한 관계의 본질, 특히 북한 정권의 의도와 능력에 대한 엄정한 ‘현실주의적’ 인식에 근거한 대북정책의 패러다임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

    1990년대 초 구소련의 붕괴, 독일통일이라는 탈냉전의 변화무드에 ‘핵’이라는 찬물을 끼얹은 북한을 우리는 지금까지 무려 23년이나 민족주의적 감상으로 감싸오지 않았나를 반성해야 한다.
    “어떤 동맹도 민족을 우선하지 못한다”라는 김영삼 대통령의 낭만적 취임사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북한은 1992년 1월 우리와 맺은 ‘한반도 비핵화협정’을 무산시켰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물론이거니와 ‘평화번영정책’, ‘비핵개방정책’ 등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조차도 북한에 대해 우리는 ‘민족’을 전제했던 것이다.
    김정은 일가의 폭압에 시름하는 북한 주민은 분명 우리 민족의 선량한 일원이어서 통일과 해방의 동참자이다.

    그러나 전대미문의 독재를 펼치고 있는 김씨 정권은 우리의 ‘실존적 적’인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북한 핵문제는 정권유지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것을 엄혹히 인식하지 않았다.
    적당한 당근을 주면, 그리고 미국 등 국제사회의 협상과 제재로 해결되리라, 아니면 극단적인 경제난으로 구소련이나 동유럽 국가들과 같이 스스로 붕괴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에 젖어있었다.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은 폭정의 김씨 왕조의 ‘궤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는 23여 년 동안 북한의 기만책과 지연전술의 자양분이 된 우리의 대북 민족 감상주의 의식을 일소한 것이다.

    사드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공세의 흥정물이 아니다

    둘째,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지 않고 당당한 중견국(中堅國, Middle Power)로서 ‘용강국’(用强國) 외교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궁극적으로 북한의 체제전환을 통한 통일대박을 이루기 위한 ‘창조외교’의 방향성과 구사전략으로 나타나야 한다.
    사드배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실효적 억지의 문제를 넘어선 패권적 외교게임이 작동하고 있음을 직시하고 이에 대한 우리의 군사적, 외교적, 정치적 대책을 유기적으로 구축해야한다.

    사드배치 문제를 놓고 한미, 한중간에 급박하게 전개된 최근의 정세에 우리의 외교안보팀은 불분명한 전략적, 정책적 기조로 중국과 미국의 입장에 진폭 큰 반응만 하는 입장이었다.
    북한의 모험적 핵‧미사일 도발에 우리의 외교안보정책은 미국과의 사드배치 협의에 쏠렸다가 중국의 한반도 평화협정론에 화들짝 놀라는 형국이 되었다.

    한미 간의 사드배치 협의 공식화가 중국의 강화된 대북한 제재 결정을 이끌어낸 ‘외교적 카드’로서의 의미는 있었다.
    그러나 북한 핵 및 미사일 도발을 실효적으로 억지하는 우리의 당면한 군사적 필요성이 미중간의 외교적 거래, 중국이 주장하는 평화협정론에 실종돼 버릴 위기를 맞은 것이다.

    중국의 제안은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대북한 후견 유지와 주한미군의 철수 등으로 한반도와 미국의 영향력을 저감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자명하다.
    이런 점에서 최근 우리 외교와 국민감정이 친중으로 치우쳤지 않았나를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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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사드배치 문제로 우리에게 주권적 개입을 일삼으며, 미국과의 외교적 거래에 몰두하는 것은 북한의 핵 모험주의를 제어하는 책임 강대국이 아니라 중국 스스로의 패권화임이 드러난 것이다.

    한국외교, 중견국의 돌고래 ‘명민(明敏)전략’ 구사 시점

    결론적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집단적, 그리고 국가별로 전에 없는 강력한 제재가 결의되고 실행될 것이다.

    하지만 사드배치 반대와 평화협정 카드로 대북 제재에 중국이 동참하고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견된다 하더라도 북한의 비핵화는 결코 쉬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김정은의 ‘사활적’ 정권유지 수단이므로 우리와 국제사회의 제재에 의해 포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북핵‧미사일 억제의 실효적 군사조치와 관련하여 새로운 조치를 기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 첫째가 사드배치를 필두로 군사적 충분 방어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정부는 사드배치에 대해 미국과 체계적인 협의를 주도하여 빠른 시일 내에 공식협약을 맺어야 할 것이다.

    필요시 정부는 우리군의‘사드도입’까지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사의 결집에도 매진해야 한다. 이미 군 일각에서는 “주한미군 사드배치 문제가 최종 확정되면 이지스 구축함에 SM-3 대공미사일 탑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둘째로 한미 간 사드배치 협정 체결이 지연된 것을 이유로 인해 우리 사회에 반미기류가 조성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한미동맹의 전략목표는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억지력 증강과 무력도발에 대한 원천차단이다.
    여기에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이 잠시 끼어든다고 해서, 한미 간에 간극이 생기거나 공고한 한미동맹에 흠집이 나서는 안 된다.

    우리는 중견국의 국가위상을 바탕으로 구한말의 새우가 아니라 21세기 돌고래로서 거인고래들의 힘의 대결에 창조적으로 대처하는 ‘명민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윤지원 교수(평택대 외교안보전공·남북한문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