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담화 '국민께 드리는 말씀' 발표"전공의 50일 가까이 현장 이탈 불법 집단행동""의사 허락받고 증원? 국민 목숨값 그정도인가""의사 증원 더는 늦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
  • ▲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지금 전공의들은 50일 가까이 의료 현장을 이탈해 불법 집단행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을 재확인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의료계가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할 경우 증원 규모를 조정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의료개혁 필요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사 증원을 의사들의 허락 없이는 할 수 없다고 한다면, 거꾸로 국민의 '목숨값'이 그것밖에 안 되는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일부에서는 일시에 2000명을 늘리는 것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며 "심지어 정부가 주먹구구식, 일방적으로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고 비난한다. 결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2022년 5월 출범 이후 꾸준히 의료계와 의사 증원 논의를 계속해 왔다"며 "논의가 부족했다는 일부 의료계 주장 역시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은 "의료계가 참여하는 '의료현안협의체',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의사인력전문위원회' 등 다양한 협의기구를 통해 37차례에 걸쳐 의사 증원 방안을 협의해 왔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보건복지부 양자 협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에서는 2023년 1월 이후 무려 19차례나 의사 증원 방안을 논의했다"며 "의료현안협의체에는 의협 산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회도 참여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2023년 2월 9일 2차 회의 ▲3월 16일 3차 회의 ▲3월 30일 5차 회의 ▲4월 20일 7차 회의 ▲5월 4일 8차 회의 ▲6월 8일 10차 회의 등 협의체에서 논의된 내용을 일일이 언급하며 정부가 의료계와 소통 노력을 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논의를 계속한 끝에 2024년 1월 15일과 16일에 걸쳐 의협, 대한전공의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6개 단체에 공문을 보내 적정 의대증원 규모에 관한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2024년 1월 17일 복지부는 25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증원 규모를 제시해 줄 것을 의협에 공식적으로 요청했다"며 "의협은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고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아무런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를 향해 "이제 와서 근거도 없이 350명, 500명, 1000명 등 중구난방으로 여러 숫자를 던지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지금보다 500명에서 1000명을 줄여야 한다는 으름장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과학적 근거'와 '통일된 안'을 단서로 달았지만, 이는 2025학년도 대학별 의대 정원 배분이 완료돼 증원 규모 조정이 불가능하다고 밝혀온 윤 대통령이 증원 규모 조정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됐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정부의 정책은 늘 열려있는 법"이라며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제대로 된 논리와 근거 없이 힘으로 부딪혀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시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법 집단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합리적 제안과 근거를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충분히 검토한 정당한 정책을 절차에 맞춰 진행하고 있는데 근거도 없이 힘의 논리로 중단하거나 멈출 수는 없다"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공적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는 다수의 선진국 사례를 언급하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산출하게 된 근거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의 현재 의사 수는 20만3000명(우리나라 인구 5000만명 기준으로 환산하면 15만6000명) ▲프랑스 21만4000명(우리나라 기준 환산 16만3000명) ▲독일 37만4000명(우리나라 기준 환산 23만2000명 ▲일본 32만7000명(우리나라 기준 환산 13만4000명) 이라고 밝히며 "모두 우리나라 의사 수 11만5000명보다 크게 높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현재 매년 배출하는 의사 수가 영국은 1만1000명, 프랑스는 1만명, 독일은 1만127명, 일본은 9384명이다. 모두 우리나라의 3058명보다 크게 많다"며 "향후 10년에서 20년이 지나면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의 의사 수와 우리나라 의사 수의 격차는 훨씬 더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대통령은 "이런 비정상적 구조를 바로 잡기 위해 의사 증원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고 강조하며 의료 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윤 대통령은 국민들을 향해 "계속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얼마나 불편하고 불안하시냐"면서 "이 어려운 상황에도 불편을 감수하며
    정부의 의료개혁에 힘을 보태주고 계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국민들의 불편을 조속히 해소해드리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