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시 지분쪼개기나 신축 등으로 분양권 늘리는 투기 심각원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추진 어려워지기도…임대주택 공급 차질서울시, 권리산정기준일을 앞당기고 행위허가도 제한
  • ▲ 서울 송파구의 한 주택가 모습.ⓒ연합뉴스
    ▲ 서울 송파구의 한 주택가 모습.ⓒ연합뉴스
    서울에서 재개발을 추진하는 사업구역들마다 투기세력이 몰리며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시가 권리산정기준일을 앞당기고 행위허가도 제한해 '지분쪼개기' 등 편법을 이용해 분양권을 늘리는 행태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인 것이다.

    특히 일부 재개발 사업은 장기전세주택(시프트) 등 서민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포함하고 있어 서울시민 주거불안 해소에 차질이 예상된다. 정작 임대주택 확대 공급의 사업 취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재개발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지분쪼개기, 신축 빌라 난립 등 분양권을 늘리려는 투기 세력 출몰이 잦아지고 있다.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택공급 정책 중 하나로, 지하철역 반경 350~500m를 고밀개발하는 사업이다. 2007년 처음 도입돼 역세권 주택 정비사업 용적률을 최대 500%로 완화해주고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을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한다.

    이 사업은 지구단위계획과 정비계획 등 크게 두 축으로 추진된다. 이 가운데 토지 등 소유자의 지분으로 이뤄지는 정비계획 부문에서 투기 세력이 향후 시세차익을 노리고 지분쪼개기나 신축 빌라 등을 짓는다.

    대표적으로 2021년 용산구 원효로1가 남영·효창공원앞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재개발 사업시, 주민 동의서 징구를 시작한 뒤 투기 세력이 몰려든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이 구역의 원 소유주는 1160가구였지만 1년도 안돼 신축 빌라가 350가구가 늘어난 것이다.

    그 결과 토지등 소유주가 25% 가량이 늘어나면서 일반 분양분 감소와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이 증가했다. 게다가 소유주가 늘어나면 임대주택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300가구 넘게 임대주택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 지역 이외에도 현재 서울에 모아타운이나 신통기획 등 각종 재개발 사업에 투자를 권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현금청산 이슈가 있는 권리산정기준일이 지정되기 전에 프리미엄을 붙여 파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 ▲ 서울의 장기전세주택 청약접수 현장.ⓒ연합뉴스
    ▲ 서울의 장기전세주택 청약접수 현장.ⓒ연합뉴스
    이런 투기세력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해 말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투기 방지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권리산정기준일을 별도로 지정하거나 행위허가를 제한하는 방식 등을 이용한다.

    권리산정기준일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조합원이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를 산정하는 기준이다. 당초 정비구역 지정고시일이 기준일이었지만 정비계획 공람공고일로 앞당겨 지분쪼개기를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다.

    지분쪼개기의 대표적인 사례는 분양대상 기준이 되는 90㎡ 이상 토지를 다수로 만들기 위해 필지를 분할하거나나 단독주택 또는 다가구주택을 다세대로 전환하는 행위다. 또 토지·건축물을 분리 취득하거나 다세대·공동주택 신축 등은 권리산정기준일 다음날까지 완료해야 분양권을 받을 권리가 생긴다.

    분양권 취득을 목적으로 불필요한 건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개발행위 제한절차도 추진한다. 사업 추진 구역 내에서 분양권을 얻기 위해 주택을 신축하는 경우 사업지 내 노후도 요건에 영향을 미쳐 정비사업의 걸림돌이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입주권을 받으려는 개인뿐 아니라 빌라 등을 신축해 개인에게 사고 파려는 개발업자까지 가세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결국 토지 등 소유주가 늘어나면 일반분양분 감소로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이 증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용적률을 상향한 장기전세주택 취지도 훼손된다. 애초에 상향된 용적률의 일부를 시에 기부채납해 장기전세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소유주가 늘어나면 시가 공급하는 임대주택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서울 곳곳에서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 많은 관심 속에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지만 투기세력이 유입되면서 사업에 지장을 주거나 원주민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권리산정기준일을 앞당겨 투기를 사전에 방지하는 한편 시장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해 추가적인 대책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