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장기전세주택 입주한 A씨, 12년간 살면서 자가 마련오피스텔 경매 넘어갔지만 장기전세주택 당첨돼 가족 지킨 사연 등중산층 3~4인 가구에 안정적인 거주환경 제공소셜믹스 도입했지만 임대주택 편견 여전
  •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장기전세주택 공급 16주년’을 맞아 거주자 수기공모전을 열고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서울시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장기전세주택 공급 16주년’을 맞아 거주자 수기공모전을 열고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서울시
    #1. 시어머니, 남편, 세 자녀와 함께 지난 2010년 장기전세주택(시프트)에 입주한 A씨는 12년 동안 거주했다. 중학생이었던 막내는 훌쩍 자라 성인이 됐고 시어머니는 노년을 안정적으로 보내다 돌아가셨다. 이사 걱정 없이 장기전세주택에 살며 꾸준히 저축하고 청약을 시도한 결과 꿈꾸던 내 집 마련에도 성공한 A씨는 현재 자가에 거주하고 있다.

    #2. 장기전세주택에 입주하던 날, B씨는 '내 방'이 생겼다며 좋아하던 큰 아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12년 동안 장기전세주택에 살며 9개월 갓난 아기였던 둘째는 어엿한 중학생이 됐다. 장기전세주택에 주로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 많이 입주하다 보니 단지에 있는 3개의 놀이터는 오후만 되면 시끌벅적하고 부모들끼리도 쉽게 가까워졌다.

    지난해 서울시가 오세훈표 '장기전세주택 공급 16주년'을 맞아 연 거주자 수기공모전 수상자들의 사연이다.

    '시프트(Shift)'라고 잘 알려진 장기전세주택은 오세훈 시장이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도입해 어느덧 17년의 세월이 흘렀다. 2007년 8월 마곡수명산파크2단지 입주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서울 시내에 총 3만3973가구가 공급됐다.

    수기집에는 전세로 살던 오피스텔이 경매에 넘어가 위기를 겪었던 C씨가 장기전세주택에 당첨돼 여섯 가족의 가장으로서 안도하고 전세사기, 깡통전세 걱정 없는 안정적 보금자리의 소중함을 느꼈다는 이야기도 담겼다. 최근 전세 사기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서민들의 희망이 아닐 수 없다.

    당시 작품 선정에 참여한 심사위원은 "장기전세주택이 단순히 거주공간을 넘어 가족의 안전한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꿈을 키우고 이루는 데 '디딤돌 역할'을 충실히 해줬음을 확인했다"며 "서울시민의 삶과 희망을 지원하는 가치 있는 제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했다.
  • ▲ 서울의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 서울의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무엇보다 취약계층에 월세로 공급되던 공공임대주택을 중산층 무주택자에게 전세로 내준다는 발상이 파격적이었다. 주택의 개념을 소유에서 거주로 전환(shift)하겠다는 오세훈 시장의 철학이 담겨 있다.

    장기전세주택의 임대기간은 기본계약 2년이며 2년마다 최장 20년까지 재계약이 가능하다. 기존 임대주택이 초소형 위주로 공급됐던 것과 달리, 30~40평대 중대형까지 공급함으로써 중산층 3~4인 가구가 여유있게 거주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 때문에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나 '반포자이' 같은 아파트에도 장기전세주택이 공급된다. 이들 아파트는 매매시세가 평당 1억원인데다 가장 작은 전용 59㎡의 전세 시세가 12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장기전세주택의 전세 보증금은 7억5250만원 수준이다.

    2009년 '반포자이' 전용 59㎡ 신혼부부용 전세주택에 당첨된 김모씨는 당시 전세금 시세보다 1억 원 이상 저렴한 2억2400만 원에 집을 계약했다. 전세금 인상폭은 매 2년간 5% 이내로 묶여 있어 4억원을 넘지 않는다. 

    지난해 모집공고한 같은 아파트 전용 59㎡ 장기전세주택 전세보증금 7억1750만원보다도 3억원 이상 저렴하다. 물론 이 역시 현재 주변 시세에 비해선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특히 장기전세주택은 내부시설이나 자재가 일반 분양용과 동일하다. 방 3개에 주방과 거실, 욕실 2개가 있고 베란다가 확장돼 있어 실제 활용하는 공간은 넓다. 한 개 동에 일반 분양과 전세주택이 골고루 섞여 있어 티도 많이 나지 않는다.

    다만 구별이 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일부 단지에선 장기전세주택 모집 공고에 해당 동을 표기해 임대주택 거주자를 걸러내는 일도 발생했다. 이 때문에 차별을 당해 당첨을 포기했거나 이사를 하게 됐다는 사례가 종종 나온다.

    한 장기전세주택 입주민은 "주민들끼리 가입하는 인터넷 동호회에 임대주택 주민들에 대한 노골적인 항의 글도 종종 올라온다"면서 "동네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은 여전히 부담스럽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