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외대부고 학생 4명, 국회의원 300명에게 메일 돌려설문조사 결과, 의원 대다수가 과학 아닌 선입견 보여학생들 "과학적 증거 기반으로 건설적 논의 진행되길"
  • ▲ 후쿠시마 제1원전. ⓒ연합뉴스
    ▲ 후쿠시마 제1원전. ⓒ연합뉴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쟁은 정치적인가요, 과학적인가요? 그렇다면 본인의 생각은 정치적인가요, 과학적인가요?" 

    고등학생들이 정치인들을 향해 당찬 질문을 던졌다. 흥미롭게도 결과는 '논쟁은 정치적이나 자신의 의견은 과학적'이라고 답한 국회의원들이 대다수라는 것. 학생들은 "논쟁에 정치적이기 보다는 과학적으로 접근해달라"는 '촌철살인' 당부도 남겼다. 

    지난해 말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용인외대부고) 재학생(당시 1학년) 최윤선, 민동빈, 최예원, 이다현 등 4명은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에 대한 찬반 입장’과 ‘자신의 주장이 과학적인지 정치적인지 판단해달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또 본인과 다른 의견을 제시한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똑같이 과학적 또는 정치적으로 판단하는지 물었다.

    이번 조사는 학생들이 지난해 말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이메일과 전화를 돌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중 7%에 해당되는 21명으로부터 답이 왔다. ‘방류 반대’는 민주당(12), 정의당(1), 진보당(1) 소속 의원 등 14명이었고, ‘방류 찬성’은 국민의힘 소속 7명이었다. 

    이들 중 91%는 처리수 방류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과학적’이라고 밝혔다. ‘정치적’이라고 밝힌 비율은 고작 9%로 나타났다. 반면 본인과 의견이 다른 의원의 주장에 대해선 86%에 달하는 의원들이 ‘정치적’이라고 답했고, ‘과학적’이라고 인정한 경우는 14%에 그쳤다. 

    이에 더해 학생들은 후쿠시마 처리수 찬반 논쟁의 성격이 ‘과학적’인지 또는 ‘정치적’으로 규정하는지에 대한 입장도 물었다. 그 결과 48%에 해당하는 의원들이 ‘정치적’이라는 답을 내놨다. 역설적이게도 본인의 주장이 ‘과학적’이라고 밝힌 의원들 상당수가 논쟁의 성격에 대해선 ‘정치적’이라고 답한 것이다. 

    이를 통해 ‘과학적’이라고 주장한 의원들 개개인의 판단보단 정치적 고려가 오히려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회의원들의 처리수 방류 문제 다툼에 정치적 논리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꿈을 과학기술 외교관이라고 밝힌 최윤선 학생은 "과학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정치·과학·외교 분야가 서로 연관되는 일이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며 이번 주제 선정 이유에 대해서도 "평소 과학적 증거에 기반을 두고 건설적인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언론을 통해 후쿠시마 처리수를 방류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실제 국회의원들이 해당 사안을 두고 어떻게 논의할지 궁금해 해당 주제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문조사 결과 관련 "처리수 방류와 관련해 국가적으로 논의가 이뤄질 때, (국회의원들이) 정치적 입장보단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토론을 진행했으면 좋겠다"며 "기회가 된다면 국회의사당을 직접 방문해 의원분들을 직접 만나 여러 주제에 대해 대면조사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