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기소된 송영길, 옥중 창당해 출마 선언2심 실형 조국, 대장동 일당 유동규도 잇따라 출마"법적 문제는 없지만… '무책임'한 출마" 지적
  • ▲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023년12월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023년12월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제22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4·10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종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형이 확정되지 않은 피고인들의 출마에는 법적 문제가 없지만, 이와 별개로 ‘무책임한 출마’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피고인 신분으로 출마해 당선되더라도 추후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는 만큼 의정공백 사태 초래는 물론 재·보선에 따른 세금 손실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소나무당을 창당했다. 송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옥중 창당’한 송 전 대표는 광주나 목포 출마가 예상되고 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민주당 당대표로 당선되기 위해 2021년 3~4월 총 6650만 원이 든 돈봉투를 현역 국회의원 20명(총 6000만 원)과 경선 캠프 지역본부장 10명(총 650만 원)에게 살포하는 과정을 박용수 전 보좌관을 통해 직접 보고받고 승인한 혐의(정당법 위반)를 받고 있다.

    또 2020~21년 후원 조직인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통해 후원금 7억6300만 원을 수수하고(정치자금법 위반), 2021년 7~8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소각처리시설 관련 청탁과 함께 뇌물 4000만 원을 먹사연을 통해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도 있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송 전 대표는 ‘정치활동을 하겠다’며 재판부에 보석을 요청하기도 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6일 열린 공판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2심까지 유죄이지만 법정구속되지 않아 창당 등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며 재판부 측에 보석을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송 전 대표는 옥중 창당,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위상이 건재한 것으로 안다"며 "보석을 허가해서 불구속 상태가 된다면 주요 증인들에게 심리적 압박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라며 보석 반대 견해를 밝혔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공개 접견을 마친 후 당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공개 접견을 마친 후 당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연이은 범죄 피고인들의 출마 선언… 신당 창당까지

    피고인 신분으로 출마를 선언한 것은 송 전 대표 뿐만이 아니다.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백현동' 사건 등으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2일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단수 공천됐다. 

    이 대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및 제3자 뇌물, 위증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돼 무려 3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2010~18년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면서 민간업자들과 공모해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이익 7886억 원을 몰아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성남FC 후원금 명목으로 네이버·두산건설·차병원그룹 등에 토지 용도변경 등을 빌미로 133억5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말했다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검사 사칭' 재판이 진행되던 2018년 12월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였던 김모 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위증을 교사한 혐의로도 기소된 상태다.

    한때 이 대표의 측근이었던 ‘대장동 키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도 정계 진출을 선언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달 14일 "이재명보다 범죄도 적고 일 잘할 자신이 있다"며 이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를 선언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에 입당한 유 전 본부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조국혁신당'을 창당하고 비례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달 2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저도 확실하게 출마할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로 국회의원직을 중간에 그만두면 저의 동지들이 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례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하더라도 다음 순번 비례 후보자가 의원직을 승계한다.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법조계 "공정 해친 사람들의 정계 진출... 무책임하고 상식적이지 않아"

    이처럼 피고인들이 잇따라 출마를 선언할 수 있는 것은 현행법상 형이 확정되지 않은 피고인들의 출마가 제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18세 이상의 국민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다만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을 선고받고 그 형이 실효되지 않은 경우에는 공직선거법 제19조 2항에 따라 형기를 마친 후에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즉,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들은 형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헌법 제27조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무죄로 추정되고 출마에도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법조계는 이런 피고인들의 출마 러시가 '무책임하고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더라도 임기 내에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출직 공무원은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당선 무효가 된다. 현직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 의정공백이 생길 뿐만 아니라 재·보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선거 비용으로 세금이 또다시 투입되게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1대 국회의원보궐선거에 후보자 1인당 평균 1억7600만 원의 선거 비용이 지출됐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공정을 해친 사람이 정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보기 안 좋다"며 "혐의가 어느 정도 확인된 상황이고 잘못한 것이 있으면 처벌을 받고 자숙하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정계 진출이라니 우리 정치를 희화화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이들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며 "거론된 이들 가운데 일부는 재판이 거의 끝난 상황이어서 당선되더라도 곧바로 의원직을 상실하는 촌극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