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논설위원 비판에‥김덕영, '반박 글'로 맞불"건국전쟁=폐쇄적" VS. "'공론의 장' 만든 영화"
  • ▲ 김덕영 감독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건국전쟁2 : 인간 이승만' 제작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김덕영 감독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건국전쟁2 : 인간 이승만' 제작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다큐멘터리 '건국전쟁'을 두고 연출자인 김덕영 감독과 중앙일보가 정면으로 붙었다. 문화전문기자 출신인 신준봉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지난 1일 자 칼럼으로 '건국전쟁은 볼 사람은 보고 안 볼 사람은 절대 안 볼 가능성이 높은 폐쇄적인 영화'라고 비판하자, 김 감독이 "우리 역사의 허구와 모순점들을 지적한 다큐를 '폐쇄적'이고 '나쁜 영화'로 몰아갔다"고 응수하며 양자 간 '설전(舌戰)'이 벌어진 것. 문제된 칼럼을 외부 필자가 아닌 중앙일보를 대표하는 논설위원이 썼다는 점에서 네티즌들은 두 사람의 논박(論駁) 대결을 한 거대 일간지와 독립영화 감독 개인의 정면 충돌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볼 사람은 보고 안 볼 사람은 절대 안 볼 영화"

    김 감독의 울분을 자아낸 글은 지난 3·1절 중앙일보 지면에 올라왔다. <[신준봉의 시선] '건국전쟁' 너머 이승만을 보려면>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신 위원은 "지난달 27일 100만 관객을 돌파한 이승만 다큐 '건국전쟁'이 갈수록 총선 재료가 되는 모양새다. 당연히 집권 여당이 반색하는 재료다"라고 단정하며 시작부터 정치적인 잣대를 들이댔다.

    영화 초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불쑥 등장하는 장면부터 상징적이었다고 평가한 신 위원은 "가뜩이나 민감한 현대사 소재 다큐에 현역 여당 실세까지 등장시켰으니, 현 정부에 비판적인 상당수 관객은 안 봐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감독에게 이 다큐를 기획한 의도를 물어보지도 않고, 소위 '반대 진영' 예비관람객들의 보이콧을 감수하면서 만들었을 것이라고 단정한 것이다.

    나아가 신 위원은 "'건국전쟁'은 4·19의 헌법정신에 위배되지 않는다" "호남이 변하고 있다"는 김 감독의 여러 발언을 나열하며 "이승만 복권(復權) 전도사를 넘어 여당의 총선 일꾼으로 나선 인상"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신 위원은 한 영화시장 분석가의 말을 인용해 "'건국전쟁'은 50대 이상 장년층 관객이 다른 다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며 "2017년 '노무현입니다'의 50대 이상 관객은 전체의 12%, 2018년 세월호 다큐 '그날, 바다'는 11%에 불과했는데, '건국전쟁'은 46%나 차지한다"고 강조했다(2월 14일 기준).

    그러면서 지난달 25일 '건국전쟁'을 봤다고 말한 신 위원은 "반백의 장년층 관객이 적지 않아 보였다"며 "어떤 연령층보다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이, 46%에 달하는 50대 이상 관객 가운데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면 영화는 그만큼 폐쇄적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록 가정이지만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이 건국전쟁을 많이 관람했을 가능성을 점치면서 이 영화를 '폐쇄적'이라고 쉽게 단정해버리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 것이다.

    신 위원은 '건국전쟁'에 대한 주류 영화계의 불편한 시선도 전달했다. 신 위원은 "김덕영 감독은 그동안 이승만 콘텐트가 한쪽으로 치우쳤다며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대화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게 가령 '건국전쟁'을 봤다는 영화 평론가를 찾기가 어렵다"며 "극단적인 얘기는 싫다는 것이다. 한 평론가는 '일방적인 얘기만 해대는 가장 공포스러운 영화였다'고 평했다"고 전했다.

    ◆"'노년층 결집 영화'로 이미지 왜곡‥ 갈라치기 시도"


    이 같은 칼럼을 접한 김 감독은 이틀 후 페이스북에 장문의 '반박 글'을 올렸다.

    김 감독은 "신준봉 논설위원의 글은 여러 가지 객관적 데이터들을 들이대면서 마치 엄정 중립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는 인상을 독자들에게 지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데이터 선별부터 편파적이라 결국엔 '건국전쟁'을 욕보이는 글이란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개인적으로 '자신은 중도라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는다'면서 은근히 중립적인 척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놓고 비난하는 사람의 글보다 더 위험한 글"이라고 비판의 소리를 높인 김 감독은 "이 글은 우리 사회에서 여론의 판관 역할을 하는 중도층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신 위원은 '건국전쟁'이 '50대 이상 노인들의 영화'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근거는 자신이 극장에서 본 노인들의 숫자다. 그걸 일반화시킬 수 있는 논거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 감독은 "2월 20일까지 집계됐던 영진위 통합전산망 자료에 의하면 20대부터 40대까지의 관람비율은 55% 정도에 달한다. 50대 이상의 관람비율 45%보다 10% 앞선 수치"라며 "'건국전쟁' 100만 명 관객 돌파가 노년층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결국 영화관을 자주 찾는 20대에서 40대까지 젊은층에서 영화를 많이 관람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신 위원의 글은 '건국전쟁'을 '노년층 결집 영화'라는 이미지로 왜곡시키면서 젊은층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목적으로밖에는 해석될 수 없다"고 단정한 김 감독은 "구체적이고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자료조차 왜곡시킨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 김 감독은 "어떤 연령층보다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이, 46%에 달하는 50대 이상 관객 가운데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면 영화는 그만큼 폐쇄적이라고 봐야 한다"는 신 위원의 글을 거론하며 신 위원이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해 '갈라치기'를 하고 있고, 해당 칼럼은 논리의 흐름도 맞지 않는 데다 갑자기 '궤변'으로 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감독은 "신 위원은 노년층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면 영화는 그만큼 폐쇄적이라고 주장하는데, 그 근거가 뭐냐"며 "나이가 들면 폐쇄적이란 뜻인가? 나이가 들고 보수 성향이 강하면 폐쇄적이란 뜻인가? 아니 도대체 '폐쇄적'이라는 단어는 무슨 의미인가?"라고 거듭 물었다.

    이처럼 신 위원이 '건국전쟁'을 폐쇄적이라고 비판한 것을, 관객까지 폐쇄적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간주한 김 감독은 "사적적 의미로 '폐쇄적'이란 '외부와 통하거나 교류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며 신 위원을 향해 "당신이 말하고 있는 그 노년층에 당신도 포함되지 않나? 그럼 당신도 '폐쇄적'인 존재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 감독은 "만약 당신 자신은 폐쇄적이지 않은 존재라고 주장한다면 당신은 폐쇄적이지 않고, 다른 보수 성향의 노년층은 모두 폐쇄적이라는 근거를 명확히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도대체 논설위원이라는 사람의 글에서 논리도 없고, 구체성도 없다. 이래 가지고 중앙일보와 같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언론사의 논설위원이라 할 수 있을까? 신문을 욕보이는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 감독은 "신 위원의 글은 결국 나이 든 사람은 모두 폐쇄적이고, 폐쇄적인 사람이 좋아하는 '건국전쟁'은 좋은 영화가 아니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다"며 "3년 반이란 긴 시간 동안 대한민국과 미국·유럽·필리핀까지 취재 범위를 넓혀가면서 오로지 객관적인 증거, 시각적 자료를 찾기 위해 노력한 영화를 '폐쇄적'이고 '나쁜 영화'로 몰아가는 것을 감독 입장에서 어떻게 가만히 앉아서 수용할 수 있겠나"라고 불만을 표했다.

    "그래서 '신준봉의 시선'은 저에게는 매우 폭력적인 글"이라고 강조한 김 감독은 "'건국전쟁'을 봤다는 영화 평론가를 찾기가 어렵다. 한 평론가는 '일방적인 얘기만 해대는 가장 공포스러운 영화였다'고 평가했다"는 신 위원의 글을 인용하며 "상업적 목적의 극영화도 아니고, 다큐멘터리 영화가 100만이라는 관객 수를 넘겼는데, 이 정도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일단 사회적 현상의 하나로 인식하고 분석하는 것이 정상적인 평론가들의 역할이다. 그걸 방기하는 것은 한국 영화계를 위해서도 좋지 못한 선례가 된다"고 충고했다.

    김 감독은 "'건국전쟁'은 그동안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증거를 꺼내서 무엇이 옳은지 대중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만들고 있는 영화"라며 "그걸 거부하면서 무슨 '대화'와 '타협', 국민적 화합을 운운할 수 있는가. 당신들이야말로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폐쇄적'인 존재들"이라고 꾸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