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금호23구역 공공재개발 여부 주민투표 진행 예정2010년 정비구역 지정됐다 3년 만에 해제… 개발 기대감 높아시세보다 낮은 수용가격 등 일부 주민 반대 여전
  • ▲ 서울 성동구 지하철 3호선 금호역 인근 금남시장 삼거리에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송학주 기자
    ▲ 서울 성동구 지하철 3호선 금호역 인근 금남시장 삼거리에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송학주 기자
    "정비계획 입안 동의율 달성은 성동구청에 접수도 되지 않은 허위사실이며 검증도 확인도 되지 않은 거짓말입니다. 빨리 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꼼꼼히 따져보고 가셔도 늦지 않습니다."

    서울 성동구 서울지하철 3호선 금호역 인근 금남시장삼거리에 걸려 있는 현수막의 글이다. 해당 현수막은 '금호23구역' 공공재개발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바로 옆에는 '경축, 정비계획 입안 제안 동의율 달성'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버젓이 나부끼고 있다.

    금호23구역 공공재개발 추진을 두고 주민들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곳은 해당 구청에서 다음달 말쯤 공공재개발 추진 여부를 위한 주민 의견 조사를 시행한다.

    공공재개발은 2021년 문재인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지방 대도시 등에 2025년까지 공공 주도로 신규 주택 83만6000가구를 공급할 부지를 확보하는 '2·4주택공급대책'의 하나로 추진됐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10년 이상 정비사업이 정체된 사업지를 선정해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정비사업에 참여한다. 공공이 공적 지원을 받아 정체된 정비사업을 정상화하고 규제 완화를 통해 사업의 속도를 높여 도심 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2·4대책 당시 1차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금호23구역은 사유지 '토지등소유자' 347명 중 209명이 동의(60.2%)해 정비계획 입안 제안 동의율을 충족한 상황이라고 알려졌다.

    이곳은 2010년 7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2013년 7월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면서 재개발이 무산된 전력이 있다.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이 많았던 탓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난 22일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변경·고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변경된 도시정비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비계획(안) 수립 단계에서 전체 토지등소유자 2분의 1 이상과 토지 면적 2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정비구역 지정이 가능하다. 기존에는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 

    이에 따라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절차 진행은 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다만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더라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날부터 1년(최대 2년) 이내 토지등소유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로 SH공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하지 못하면 정비구역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주민 의견 조사 결과 공공재개발 반대가 30% 이상인 경우 서울시에 후보지 해제를 요청할 예정"이라며 "찬성이 3분의 2 이상이거나 찬성 60% 미만과 반대 15% 미만을 동시에 충족하는 경우 입안 절차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 ▲ 서울 성동구 지하철 3호선 금호역 인근 금남시장 삼거리에 공공재개발 찬반 현수막이 걸려있다.ⓒ송학주 기자
    ▲ 서울 성동구 지하철 3호선 금호역 인근 금남시장 삼거리에 공공재개발 찬반 현수막이 걸려있다.ⓒ송학주 기자
    금호23구역은 금호동의 마지막 '노른자위' 재개발사업지로 알려진 곳이다. 서울지하철 3호선 금호역이 인접한 역세권이면서 한강을 남쪽으로 조망하는 수변생활권 지역이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강남구 압구정동이다.

    주차장 하나 없는 낡은 시장을 이제는 주민들조차 외면하는 실정이라 상가 소유자들까지 재개발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10~20%의 기부채납이 의무사항인 용도지역 상향을 거부하고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개발해 기부채납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기부채납에 따른 임대주택 부담이 크다고 알려진 공공재개발이지만 신축 764가구 대비 일반분양 물량이 258가구에 이른다. 그만큼 사업성이 좋다는 뜻이다.

    금호23구역 공공재개발준비위 관계자는 "우리 구역은 금호·옥수동 일대 재개발 중에서 최고의 사업성을 자랑한다"며 "소위 '금싸라기 땅'으로 불린 뛰어난 입지가 재개발을 통해 쾌적한 주거 환경으로 도약하고, 상가들은 주차장이 확보된 연도형 상가로 변모해 금호동 일대가 예전 명성을 되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렇다면 왜 일부 주민은 재개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일까. 시세보다 낮은 토지 수용 가격에 일부 주민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금남시장에 걸려 있는 현수막 중 '내 땅은 헐값에 가져가고 돈은 몇 억씩 더 내고 금호23 공공재개발 결사반대!'라는 문구가 이를 잘 보여준다. 게다가 재개발을 환영하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원주민보다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땅을 사들인 투기세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양측이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주민 간 대립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 주도 정비사업을 발표하면서 주민 간 대립으로 오랜 기간 사업 진행이 지체된 지역을 빠른 시일 내에 개발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같은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도시정비사업 경험이 적은 공기업이 이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