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신속통합기획·공공재개발 현장 구역 지정 본격화낙후한 저층 주거지 재개발, 서민들의 희망으로 떠올라건설 경기 침체 여파와 주민 갈등 조장으로 '희망고문'에 그칠 수도
  • ▲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후보지.ⓒ서울시
    ▲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후보지.ⓒ서울시
    올 들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 후보지들과 공공정비사업 현장들이 속속 구역 지정되면서 서울 시내 재개발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빠른 통합 심의 절차로 낙후한 저층 주거지 곳곳에서 재개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섣부른 행정을 시행할 경우 주민 갈등 요소가 심화하면서 오히려 답보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날 도봉구 방학동 685 일대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의 신통기획을 확정했다. 이 지역은 2종(7층)→3종 주거로 용도지역이 상향돼 사업성을 확보, 용적률 280%를 적용해 최고 31층 160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이곳은 1970년대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통해 조성된 준공업지역 배후 저층 주거지로 노후한 단독·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있다. 보행자와 차량이 혼재한 좁은 도로와 주차공간 부족 문제로 주민들이 늘 불편을 겪었다.

    이번 신통기획으로 인근의 모아타운 및 정비사업 추진 등으로 대대적인 도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연말까지 정비계획 결정이 완료될 것으로 시는 전망하고 있다.

    신통기획은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 등을 간소화해 민간 주도로 공급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3년 전부터 실시해온 프로젝트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재개발보다 1년가량 늦게 출시됐지만 서울시의 적극적인 행정지원 덕분에 이례적인 사업 속도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현재 110곳에서 신통기획을 추진 중인데, 이 중 62곳은 완료했다. 나머지 48곳은 패스트트랙을 위한 자문 중이다.

    당초 서울시는 2021년 12월 신통기획 후보지 21곳을 선정하면서 통상적으로 5년이 소요되던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2년으로 단축할 것을 약속했다. 지난해 5월부터는 공모 방식을 수시모집으로 전환하면서 신통기획 재개발 열풍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 ▲ 공공재개발 위치도.ⓒ서울시
    ▲ 공공재개발 위치도.ⓒ서울시
    이와 함께 공공재개발 사업도 올해부터 구역 지정이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성북구 장위8·9구역, 영등포구 양평13구역, 동대문구 용두1구역 6지구 등 공공재개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정비계획 결정과 정비구역 지정 사항을 고시했다. 이들 구역은 2021년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곳이다.

    공공재개발은 국토교통부·서울시가 10년 이상 정비사업이 정체된 사업지를 선정해 진행하는 정비사업 형태 중 하나다. LH·SH 등이 정비사업에 참여해 낙후지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심 내 주택 공급을 촉진하는 사업으로, 규제완화를 통해 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신통기획과 비슷하다.

    현 정부가 정비사업 정상화를 위해 꺼내든 재개발 규제완화 혜택과 통합 심의의 일종인 '사전기획'이 적용된 곳이기 때문에 사실상 현 정부의 정책이 반영된 최초의 재개발 현장들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차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24곳이 선정됐다. 이 중 동대문 신설1·전농9구역, 송파 거여새마을 등 3곳의 정비계획 결정이 고시됐다. 나머지 구역들은 정비계획 입안을 추진 중이거나 결정 고시를 추진 중이다. 

    2차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8곳은 주민설명회를 완료하고 사전기획을 준비 중이다. 구역에 따라 LH와 SH가 나눠서 시행하며 사업시행자를 지정하고, 주민대표회의 구성 - 사업시행계획 인가 - 관리처분계획 인가 - 착공 - 준공 - 입주 순으로 절차가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재개발사업 기상도는 훈풍으로 지속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수요자들의 관심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4·10총선'을 앞두고 공약이라는 굵직한 발판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재개발은 정부와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분야이기 때문에 올해 속도를 내거나 첫 발을 내딛는 사업이 늘어날 것"이라며 "상반기 총선 과정에서 정비사업 관련 규제완화 정책들이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 신속통합기획 조감도.ⓒ서울시
    ▲ 신속통합기획 조감도.ⓒ서울시
    다만 재개발사업 흥행이 예고되는 상황에서도 정비업계는 주택시장의 한파와 건설경기 침체 여파가 재개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은 새해 벽두부터 공사비 지급 문제로 공사가 중단됐다. 대조1구역은 2022년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이 기존 공사비의 30%에 달하는 1300억 원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사업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이후 집행부 해임과 주민 갈등, 소송 등이 이어지면서 사업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재개발사업 부진 원인은 처음부터 규제가 아닌 '사업성'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신통기획 등으로 사업의 속도를 높인다고 해도 재개발사업의 수익성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활성화까지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섣부른 입법 행위와 정책 시행으로 사업 지연과 주민 갈등이 초래되는 현상도 지적되고 있다. 서울시가 정비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꺼내든 조합 직접설립 제도가 일선 재개발 현장에서 불협화음을 조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 재개발 세력과 외부 세력 간 분쟁을 조장하고 있어서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좋을 때는 어느 곳이든 속도감 있게 추진된다"면서 "재개발 갈등의 핵심은 규제가 아니라 사업성에 있기 때문에 집값 안정을 명목으로 내세우지만 오히려 시장을 자극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