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웅래·기동민·이수진, 줄줄이 총선 출마임혁백 "대법원 전까지 무죄 추정 원칙"국민의힘 "국회가 범죄자 방탄벙커 돼"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범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연이어 총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법리스크'를 안은 야권 인사들도 신당 창당 및 출마 준비에 나서면서 선거판이 혼탁해지는 모습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당을 탈당한 이성만 무소속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에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민주당은 앞서 이 의원 지역구인 인천 부평갑에 노종면 전 기자를 전략 공천한 상태다. 

    이 의원은 "제 말과 행동도 여전히 민주당의 정신과 함께 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을 대표하는 후보로서 총선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돈 봉투 수수 의혹 의원 중 처음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6000만 원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 중인 노웅래 민주당 의원도 지난 14일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검찰 공화국에 핍박받는 게 이재명 대표 아니냐"며 "이 대표만 외롭게 혼자 싸우는 것이 아니라 같이 싸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우리 민주당의 입장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의 말처럼 '사법리스크 출마자' 중 선봉장에 선 사람이 이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부터 제기된 각종 범죄 의혹이 현실화되면서 3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매주 두 세 차례 법정에 출석하고 있지만 총선을 지휘하며 본인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

    이 외에도 재판을 받으면서 출마를 준비 중인 민주당 의원들이 적지 않다. 라임 핵심 인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 중인 기동민·이수진(비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황운하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이들 모두에게 공천 후보자 심사에서 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 대표는 최근 이들 의원에 대한 컷오프(공천 배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이 가장 많은 재판을 받고 있으면서 동료 의원들의 사법리스크에 엄중한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에게도 연락해 사건 경위를 물었다고 한다. 사실상 불출마를 종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렇게 재판을 받는 의원들의 총선 출마가 가능한 이유는 지난해 바뀐 민주당 공천룰 때문이다. 당시 민주당은 '하급심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부적격 처리한다'는 규정을 삭제했다. 재판 진행 중인 이 대표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는데 실제로 다수 의원들이 혜택을 보게 된 셈이다.  

    여기에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부패 혐의자에 대해 "대법원 유죄 판결 전까지는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재판을 받는 의원들의 출마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반대로 범죄 혐의자들의 출마를 사실상 방치한 것이라고도 해석될 여지도 큰 상황이다.

    민주당이 재판 중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송영길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건이다. 두 사람은 각각 신당 창당을 시사했지만 아직까지 민주당은 거리두기를 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선거 막판 유불리를 따져 이들과 연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등 12개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핵심으로 지목된 송 전 대표는 구속기소된 상태다.

    이에 대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한 분, 2심에서 실형 선고받은 분, 돈 봉투 뿌려서 구속 중이신 분들이 당당하게 연일 출마 선언 내지 창당 선언을 하고 있다"며 "어쩌다 대한민국 국회가 범죄자들의 방탄벙커가 됐는지 정말 부끄럽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