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노딜' 볼턴 "트럼프, 北과 무모한 핵협상 재개"트럼프가 실패한 북핵협상 재개할까…전문가 이견 분분"방위비 증액, 주한미군 中 견제 역할 주문 예상""증액한 방위비, 미 첨단 무기 보유 늘리면 상쇄 가능""패권국 포기는 경기침체…트럼프, 中 대만 침공 방관 못해"
  • ▲ 지난 2019년 2월 27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독회담과 만찬을 했다.ⓒ북한 노동신문/뉴시스
    ▲ 지난 2019년 2월 27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독회담과 만찬을 했다.ⓒ북한 노동신문/뉴시스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 대세론'을 굳히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임기 초에 북한과 '무모한 핵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미북 협상이 북한이 원하는 '군축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내년 말 만료되는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재협상, 주한미군을 대상으로 한 트럼프의 '대중(對中) 견제' 역할 요구 등 예상되는 한미 갈등 요소를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30일(현지시간) 존 볼턴 전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2020년 펴낸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 새로 쓴 18쪽 분량의 서문을 통해 "그(트럼프)는 평양에 (대북제재 해제 등) 너무 많은 양보를 하려고 했는데, 두 번째 임기 초기에 (이를) 다시 시도할 수 있다"며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무모한 협상은 일본과 한국을 추가로 소원하게 할 수 있으며 중국의 영향을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가 '북핵 동결'의 대가로 대북 경제제재 완화 등을 제공하는 거래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라는 보도가 나온 지 약 한 달 만이다. 

    지난해 말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대북 구상을 브리핑 받은 3명의 익명 인사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하되 새로운 핵무기 제조를 막기 위해 대북 경제제재 완화와 다른 형태의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상"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짜뉴스라며 해당 보도를 일축했다.

    '영변 비핵화'를 조건으로 대북제재 완전 해제를 요구하다 결렬된 하노이회담의 악몽을 트럼프가 되풀이할지 의견이 갈린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와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을 역임한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KPFF) 이사장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미 북한과 협상에 실패했던 경험이 있는 트럼프가 함부로 똑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이미 사실상의 핵 보유국이 된 상황에서 북핵 동결의 대가로 대북제재를 해제해봐야 트럼프가 얻을 정치적 이득이 별로 없다"며 "트럼프가 북한과 주고받을 것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군축협상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북핵 수준이 트럼프 1기 때와 비교하면 비약적으로 발전한 현재 워싱턴 정가에서는 '북한의 비핵화'보다 상호 군축이 실질적인 북핵정책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통화에서 "북한이 계속해서 핵을 개발하는 단계였던 트럼프 1기 때는 실질적인 북핵정책은 비핵화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사실상의 핵 보유국이 된 지금은 미북 간 상호 군축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상호 군축을 추진한다면 한국도 핵을 보유하겠다고 반발할 수밖에 없다. 미북 협상을 놓고 한미 간에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철저히 단기적 이익을 따져가며 동맹관계도 사업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트럼프가 대만이 중국에 침공 당하도록 방관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더 이상 동맹국과 전 세계에 국제안보라는 공공재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패권국의 지위를 내려놓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미국이 패권국으로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트럼프의 미국'이 된다면 한국의 삼성이나 대만의 TSMC과 같은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겠는가"라며 "미국우선주의로 단기에는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미국의 글로벌 동맹 체제와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무너진 상황에서는 많은 국가가 미국에 등을 돌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1기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2기에서도 한미 SMA는 한미 갈등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가 2026년부터 적용될 제12차 SM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조기에 착수하기로 한 것은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시 한국의 방위비분담금 5배 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 

    트럼프가 당시 요구했던 주한미군의 월급과 무기 구입비, 훈련 비용 등은 미군이 어디에 주둔하든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므로 한국이 부담할 필요가 없다. 다만 미군을 한국에 이전 배치함으로써 추가되는 주한미군기지 건설비, 한국 내 수송 비용, 주한미군기지 내 한국인 근로자의 노무비 등은 방위비 분담 대상이다.

    일각에서는 방위비분담금 수준을 주일미군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일주둔군지위협정에 명시됐듯 주일미군의 주요 주둔 목적은 일본의 방위가 아니라 유사시 주한미군 후방지원이지만, 일본은 1996년부터 건설비·노무비·공공요금을 포함한 주일미군 현지 비용 전액을 심사를 거쳐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일본처럼 미군 주둔 비용을 거의 전액 부담하는 조건으로 미국 첨단 무기 보유량을 늘려 주한미군의 화력을 대폭 증강한다면 증액된 분담금 이상을 사실상 무기 구입을 통해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천 전 수석은 "동맹을 경시하는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면 한미관계는 악화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한국에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과 주한미군 철수를 선택하라고 요구하며 압박할 것"이라며 "그렇지만 우리가 협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도 찾아보면 있을 수 있다. 트럼프가 요구하는 증액 수준에 따라 우리도 여러가지로 계산해봐야 한다. 우리가 분담금을 더 내는 대신 미국의 첨단 무기를 더 들여오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가 동맹국들을 향해 중국 견제에 동참을 요구하며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2기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견제를 주요 목적으로 하는 주한미군에 중국 견제의 역할까지 주문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미국과 협상을 통해 전략적으로 한미관계를 이간하며 파고들 가능성이 크다. 미국을 협상장으로 유인하기 위해 수십 년간 미 대선 전후에 바짝 도발 수위를 높여온 북한이 올해에도 한 달간 여덟 차례 도발을 감행한 것은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