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서울 화장자 수 5만1622명… 1만7062명 초과서울시립승화원·추모공원 3일차 화장률은 53.3%로 2명 중 1명은 4일장원정화장은 평균 6.6배 비싸… 화장시설 추가 확보는 요원
  • ▲ 2022년 3월17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함백산 추모공원 화장장에 화장시간 안내문이 나타나고 있다. ⓒ뉴시스
    ▲ 2022년 3월17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함백산 추모공원 화장장에 화장시간 안내문이 나타나고 있다. ⓒ뉴시스
    "수도권에 화장장이 7개뿐이라는 것이 말이 돼요? 가족이 사망했을 때 화장장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굴러본 사람이라면 하루빨리 화장장이 지어져야 할 것 같아요."

    3일장이 4일장으로 늘어나는 등 '화장 대란'으로 인해 화장시설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서울시 등 지자체는 때아닌 '님비(NIMBY)'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 사망자 대부분은 발인과 함께 '화장장(火葬場)'으로 보내진다. 보건복지부 장사정보서비스 'e하늘 장사정보'에 따르면 2022년 사망자 37만2939명 중 34만2128명이 화장됐다. 화장률은 무려 91.7%다. 전년보다 0.9% 늘어난 수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장례문화는 매장이 주류였다. 대부분 선산이나 공동묘지에 묻혔다. 1993년 화장률은 19.1%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0년을 넘어서면서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2005년 52.6%로 절반을 넘긴 화장률은 이후 매년 2~3%씩 증가했다. 현재는 사망자 10명 중 9명이 화장된다.

    화장이 장례문화의 기본으로 정착하면서 화장시설에는 고인을 배웅하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부산·대구 등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화장시설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에서는 '화장 대란'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실제로 서울의 경우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화장로 23기)과 서울 서초구의 서울추모공원(화장로 11기)에서 연간 3만4560구를 화장할 수 있다. 하지만 2022년 화장자 수는 5만1622명으로 무려 1만7062명이나 초과됐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하루에 3회 가동할 수 있는 화장로가 1년(360일 기준) 가동된다고 가정했을 때 서울에만 추가로 15.8기의 화장로가 필요한 실정이다. 경기도는 24.7기, 부산은 10.6기, 대구는 4.9기가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포화상태를 넘어선 화장시설 문제는 장례문화까지 바꾸고 있다. 고인이 숨을 거둔 뒤 3일장을 치르던 풍습이 4일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 화장시설의 3일차 화장률은 53.3%에 그쳤다. 

    2명 중 1명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4일장을 치르는 셈이다. 일부 장례식장에서는 3일장에 맞춰 발인하지 못해 안치실에 시신을 두는 경우까지 나타났다.
  • ▲ 26일 서울시립승화원 예약현황. 28일까지 예약이 가득차 있다. ⓒ이바름 기자
    ▲ 26일 서울시립승화원 예약현황. 28일까지 예약이 가득차 있다. ⓒ이바름 기자
    '원정 화장'도 큰 문제로 지목된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화장시설이 여유로운 충청도나 강원도 등 지역으로 운구해 화장하는 방법이다. 경기도 구리·남양주·양평·이천시 등 시·도 경계선 인근 지역에서 빈번하게 이뤄지는 모습이다.

    다만 이 경우 비용이 평균 6.6배나 더 들어 부담이 크다. 서울시민이 서울시립승화원 등에서 화장할 경우 비용은 12만 원이다. 그러나 경기도나 강원도에서 화장하게 되면 70만~10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강원도민의 도내 화장시설 이용 비용은 7만~15만 원이지만, 관외 주민이 강원도 춘천안식원이나 원주추모공원 화장장 등을 이용할 경우 7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충북 제천의 경우 관내 주민의 화장시설 이용료는 5만 원, 관외는 100만 원으로 20배나 차이가 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관내 화장시설의 추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화장시설 설치는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도시계획시설규칙)에 따라 △토지 취득과 화장장 관리·운영이 쉽고 장래에 확장 가능한 지역 △배수가 잘되는 장소 ·교통이 편리한 곳 등에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더라도 결국 주민들의 결사반대에 부닥쳐 무위로 돌아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화장시설이 장례식장과 함께 대표적인 기피·혐오시설로 분류되는 탓이다.

    수도권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진 화장시설인 경기도 화성의 함백산추모공원(2021)은 인접 서수원 주민들의 집단 반대 민원에 더해 법적 공방까지 이어지며 무려 10년 만에 지어졌다.

    지자체들은 화장시설 입지 인근지역을 위한 인센티브 정책을 추진해 성난 민심을 달래는 형국이다. 경기도 이천시는 지난 14일 지역 내 화장시설 설치 후보지를 공개모집하면서 선정 지역에 주민인센티브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유치지역에 30억원, 주변지역에 40억원, 해당 읍·면·동에 30억원 등이다.

    서울시 장사문화팀 관계자는 "시는 2곳의 화장시설에서 일 평균 143건의 화장을 수용하고 있다"며 "초고령사회와 동절기 및 환절기 등의 계절적 요인으로 늘어나는 화 수요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24년 기준 화장 수요는 하루 152건이며, 현 증가 추세대로라면 2028년에는 하루 170건 정도 화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화장 시간을 120분에서 100분으로 줄이고, 화장시설 연장 운영, 30명 인력 추가 증원 등으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