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UPR서 '중국' 직접 거론하며 '탈북자 인권보호' 첫 권고영국·체코·우루과이 등 3개국도 탈북자 강제북송 금지 권고전문가들 "과거에 비해 상당히 진일보…'의지연합' 구축해야"
  • ▲ 윤성덕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는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차 중국 보편적정례인권검토(UPR)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엔웹TV 캡처
    ▲ 윤성덕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는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차 중국 보편적정례인권검토(UPR)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엔웹TV 캡처
    한국 정부가 23일(현지 시각) 중국에 대한 유엔의 '보편적 정례 인권 검토(UPR)'에서 중국에 대해 탈북자들을 보호하고 강제송환금지(non-refoulment) 원칙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수십 년 간 계속된 중국에 대한 '조용한 외교' 기조를 탈피해 한국 정부 최초로 중국 UPR에서 탈북자 인권 문제를 직접 거론함으로써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가치외교'를 구현한 것이다.

    윤성덕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중국의 UPR에서 "중국이 북한을 포함한 외국 출신 이탈자(escapee)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제공하길 권고한다. 또한, 중국은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비롯한 관련 국제규범을 준수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1951년 국제사회가 채택한 '난민의지위에관한협약(유엔 난민협약)'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난민법 제정을 검토할 것 등을 추가로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UPR에서 서방 국가들의 질의는 신장 위구르, 티베트, 홍콩 문제 집중됐다. 중국에 탈북자 강제송환금지를 권고한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영국, 체코, 우루과이, 아프가니스탄 등 5개국이다. 그중에서 '북한'이나 '탈북자'를 언급한 국가는 한국과 체코 뿐이다.

    바츨라프 바렉 주제네바 체코 대사는 중국에 "북한 난민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는 행위를 자제하라", 사이먼 맨리 주제네바 영국 주재 대사는 "(중국은) 시민사회와 독립 언론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강제 송환을 끝내며, 인권 옹호자들에 대한 표적 수사를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첸 슈 주네바 중국대표부 대사가 이끄는 대표단은 서방 국가들이 신장 위구르·티베트·홍콩 지역의 인권 문제를 '정치 이슈화'하고 있다고 날선 반응을 보였지만, 강제송환금지 의무 준수 요구와 탈북자 강제송환 문제에 대해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중국 대표단은 "자국 인권 보호 수준이 크게 발전했고 중국이 국제적 인권 교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자평한 것은 중국이 탈북자 문제를 중시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중국의 인권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방광혁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우리는 중국의 국민이 선택한 정치 체제와 경제발전 경로를 중국 정부가 지키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중국은 현대화를 통해 평등한 인권의 향유와 번영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은 중국이 계속해서 인권 보호 수준을 높이고 인민의 발전을 촉진하며 위대한 부흥을 촉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중국 UPR에서 한국 정부가 탈북자 문제를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중국을 직접 거명한 것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진전된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우리 정부가 중국의 행태를 바꾸려면 발언을 위한 발언에 그쳐선 안 됐다. 중국은 한국의 압박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호주,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 같은 주요 우방국들, 인권을 중시하는 국가들과 네트워킹해서 '의지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 접근법'을 취해 국제적으로 압박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영환 TJWG 대표는 통화에서 "이번 중국 UPR에서의 우리 정부의 권고는 탈북자에 대한 강제송환금지 의무를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던 서면질의보다 진일보했다"며 "다만 우리 정부의 취지에 적극적으로 동조한 국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외교부의 로비가 아쉬웠다"고 말했다.

    2008년 처음 도입된 UPR은 약 4년 6개월을 주기로 193개의 전체 유엔 회원국 인권 상황을 다른 회원국들로부터 포괄적으로 심의 받는 제도다. 2009년, 2013년, 2018년에 이뤄진 지난 1~3차 중국 UPR에서는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가 다뤄지지 않았지만, 최근 공개된 UPR 실무그룹의 요약 보고서에는 UPR 사상 처음으로 탈북자 강제 북송에 따른 우려가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