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호·천강정·안영근 등 여야 인사 12명 이준석 신당 합류 선언공천받기 어렵거나 과거 당내 선거서 고배 마신 인사들로 채워져국힘 내부서 "개혁 빌미로 정치하겠다고 또 나오면 국민이 좋게 보겠나"
  •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을 떠나며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을 떠나며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주도하는 개혁신당(가칭)에 국민의힘·국민의당·민생당 출신 인사들이 합류했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이들 모두 국민의힘에서 공천받기 힘들거나 험지에 출마해 당선이 어려운 인사들이라며, 국민의힘을 비판하며 신당행을 택한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영등포갑 당협위원장인 문병호 전 의원 등 12명은 5일 국회에서 개혁신당 입당을 선언했다. 전 의원은 문 전 의원을 비롯해 한나라당·열린우리당 출신 안영근 전 의원(16·17대), 열린우리당 출신 한광원 전 의원이다.

    아울러 천강정 전 국민의힘 경기도당 의료정책원장, 서은환 전 국민의당 강원도당 디지털소통위원장, 설영호 전 민생당 선대위 대변인, 유승우 전 국민의당 부산 서동지역위원장, 이승호 전 국민의당 경기도당위원장, 이연기 전 김동연 대선 캠프 메시지실장, 장석남 전 국민의당 충북 청원지역위원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준석 신당에 현역의원이 '0명'인 만큼 이날 기자회견은 박상주 한국의희망 부대변인 이름으로 예약됐다. 국회 기자회견장은 현역의원이나 정당 대변인 이름으로만 예약할 수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오늘 우리는 기존 당적을 모두 버리고 개혁신당에 조건 없이 참여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개혁신당의 깃발 아래 이념과 지역, 진영과 세대를 초월하는 통합의 정치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윤석열정부와 집권 여당은 출범 이후 입으로는 '공정과 상식, 자유'를 수없이 외쳐대고 있지만 공정과 상식은 실종됐고 시민의 자유는 억압받고" 있으며 "이재명 대표의 거대 야당은 무(無)비전, 무능에 빠져 있고, 국회 다수당으로서의 막중한 책임을 외면한 채 당리당략에만 매몰돼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번 총선은 시민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린 채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윤석열정권과 거대 야당에 대한 엄중한 심판의 장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의원은 회견 후 "국민의힘에서 지역도 정치적 고향인 인천 부평이 아닌 서울 영등포로 갔다"며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야겠다"고 인천 부평갑 출마를 예고했다.

    문 전 의원은 이어 신당 성공 가능성과 관련 "그간 인물 중심의 리더 1인 정당이었다"며 "이준석·천하람·허은아·이기인이 주도하지만 뒷받침하는 것은 젊은 세대의 집단적 열정이기에 흐름이 넓고 깊게 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여야 정치인 12명이 이른바 이준석 신당 합류 의사를 밝혔으나, 이들 모두 국민의힘에서 공천받기 어렵거나 험지 출마를 준비하던 인사들이다. 여권에서는 거대 양당 심판을 주장하며 제3지대에 합류한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호남 출신인 문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 등 민주당 계열 정당에 몸담았다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국민의당·바른미래당 창당에 참여하며 안철수계로 불리던 인물이다. 한 전 의원은 2012년 대선에서 지인 등에게 받은 여성의 신체부위가 포함된 투표 독려 메시지를 발송해 문재인 캠프에서 사직한 바 있다.

    천 전 국민의힘 경기도당 의료정책원장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다가 컷오프됐다. 이후 김기현 대표 체제가 들어선 국민의힘 3·8전당대회, 태영호 의원의 사퇴로 치러진 국민의힘 최고위원보궐선거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준석 신당을 향해 "음주운전 재범자, 문재인 캠프 출신으로 성희롱 문자 보낸 정치인 등 온갖 잡다한 사람들로 개혁할 시간에 그냥 이재명의 민주당 밑으로 들어가는 게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어차피 복수에 눈이 멀어 정부를 공격할 수만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허은아 전 의원 등 이준석 신당에 이미 합류한 인사들이 국민의힘 현역의원의 합류가 이어질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전혀 동요가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서는 공천 탈락 후 이준석 신당에 합류하는 인사들이 늘어도 크게 개혁 주장에 힘이 실리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양당 어디에서든 공천받기 힘들어 정치를 그만하는 것이 정치개혁인 사람들이 개혁을 빌미로 또 정치 하겠다고 나오면 국민 누가 좋게 보겠느냐"고 되물었다.

    한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17개 광역자치단체별 신당 당원 가입 현황을 공개했다. 총 3만2745명으로 △서울 8155명 △경기 9722명 △대구 2016명 △부산 1983명 △인천 1764명 △경남 1487명 △경북 1448명 등이다. 당원 1000명이 넘으면 각 시·도당을 창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