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독버섯처럼 자라난 증오정치가 악영향 미쳐"정성호 "상대방 악마화, 국민들 극단적 행동하게 만들어"
  • ▲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의 자리가 비어있다. ⓒ서성진 기자
    ▲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의 자리가 비어있다. ⓒ서성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극단적 지지층의 폭력적 팬덤을 대상으로 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는 소위 '개딸(개혁의딸)'로 불리는 친명 강성 지지자들과 결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 피습사건 피의자 김모(67) 씨는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과 민주당 당적을 가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새누리당 당원이었던 김씨는 탈당 이후 지난해 초 민주당에 입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팬덤에 기대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는 극단정치가 이번 정치 테러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정치인을 향한 맹목적 추종이 반대 정치인을 향한 증오와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대표 피습 이후 여야 가릴 것 없이 이러한 정치행태에 따른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3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난 증오정치가 국민께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정하고, 머리를 맞대 정치문화를 혁신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친명계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S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징후는 상대방에 대한 관용의 정치가 실종되는 것,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라며 "그런 것들이 지지자들, 국민들을 양 극단으로 몰아넣고 극단적 행동을 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사람 중심의 정치가 정치의 감성화를 낳고, 이는 팬덤이라는 형태로 가시화됐다"며 "정치권이 팬덤 눈치를 보면서 정치가 사라지고 갈등이 더 커지고 감성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최근 이 같은 폭력적 팬덤으로 골치를 앓은 것은 민주당이었다. 비명계 의원들을 향한 이 대표의 극단적 지지층의 공세 수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초기에 '문자폭탄'으로 시작했던 정치공세는 시간이 지나면서 의원들이 거주하는 자택이나 사무실 앞으로 찾아가는 항의시위로 이어졌다. 한 비명계 의원은 살해 협박을 받아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이런 과한 행동이 민주당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지지자들의 폭력적 행동을 제지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민주당을 탈당한 이상민 의원은 탈당성명에서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변질되어 딱 잡아떼고 버티며 우기는 반상식적이고 파렴치하기까지 한 행태가 상습적으로 만연하다"고 개탄했다. 

    일부 친명계 의원들은 극성 지지세력의 눈치를 보며 폭력적 팬덤 행위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개딸들에 이어 친명계 의원들이 이 의원의 탈당을 비난하는 모습을 두고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드라마 '더 글로리'의 학교폭력 가담자 같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을 향한 민주당 의원들의 '조리돌림'을 학폭에 비유한 것이다.

    이 대표 극성 지지자들은 이번 피습사태를 두고 "배후에 윤석열이 있다"는 식의 음모론을 펼치기도 했다. 이경 민주당 전 상근부대변인은 이에 동조하듯 "대통령이 민생은 뒷전이고 카르텔, 이념 운운하며 국민 분열을 극대화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가 병상에서 회복한 이후 폭력적 팬덤에 따른 대책 논의를 위한 토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비명계로 꼽히는 민주당 한 의원은 통화에서 "우리가 깊이 있게 토론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반성의 기회로 삼고 극성 지지자들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청산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며 "정치권 전체가 다 같이 책임져야 한다. 정화하는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