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행 일주일 만에… "더 자주 뵙겠다" 지역주민들에 안부문자울산 남구을은 국민의힘 우세 지역…"새 인물 세우는 게 낫다"일각선 "부적절" 지적… "한 석이 아쉬운 상황" 신중론도
  • ▲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 ⓒ이종현 기자
    ▲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 ⓒ이종현 기자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전격 사퇴를 선언한 후 잠행을 이어간 지 일주일 만에 자신의 지역구민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재출마 의지를 피력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오히려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당 쇄신을 위해 희생을 선언한 인물이 국민의힘 텃밭지역에 다시 나서는 것은 진정한 희생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일 일주일 간의 침묵을 깨고 울산 남을 지역구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그동안 바빴던 중앙당 업무를 내려놓고 울산의 발전과 남구의 미래를 위해 챙겨야 할 일에 더욱 전념하려 한다"며 "그동안 자주 뵙지 못해 죄송했습니다만, 이제는 조금 더 자주 뵙고 낮은 자세로 경청하며 당원동지와 시민들의 삶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당 대표 사퇴 발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뒤 공개 행보를 이어가지 않던 김 전 대표가 첫 행보로 당원들에게 보내는 안부문자를 택한 것을 두고 지역구 관리를 하며 울산 남을에서 '5선'에 도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에서는 김 전 대표의 이러한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이 지배적이다.

    김 전 대표의 지역구인 울산 남을은 17대 총선부터 줄곧 국민의힘 몫이었던 만큼 누가 나가도 당선이 가능한, 국민의힘 '텃밭'지역으로 분류된다. 이에 굳이 김 전 대표를 다시 그 지역구에 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1일 본지와 통화에서 "김기현 전 대표 지역구는 꼭 김 전 대표가 아니어도 된다"며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랑 거의 20% 정도 차이가 났던 것으로 안다. 그 정도로 국민의힘에 우호적이라면 오히려 새로운 인물을 세우는 것이 지역주민 입장에서도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당 쇄신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대표직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아주 껄끄러웠다"며 "이미지가 최악으로 떨어지면서 끝냈는데, 선거에 도움이 되겠나. 김기현 전 대표는 이제 선거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 되어버렸고, 그래서 공천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 전 대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총선 위기론'에 직면한 국민의힘이 '현상유지'라도 하기 위해서는 지역구 관리를 해오던 사람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 우리 당이은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다"라며 "당선될 수 있는 사람이면 전면에 세우는 것이 맞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고 해서 공천을 안 주고 울산에서 한 석 잃어버리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