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 이겨낸 김혁건, '디지털 트윈'으로 재탄생JTBC 리얼라이브, AI 기술로 김혁건 리즈 시절 복원김혁건과 '디지털 트윈'의 듀엣공연 12월 26일 방영더원 프로듀싱 '바람의 시' 등 '더 크로스' 신곡 공개
  • "언젠가 기술이 더 발전해 '아바타(Avatar)'가 또 다른 내가 될 수 있다면…, 제가 그 아바타를 통해서 느끼고 노래하고 표현할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치 영화 '아바타'처럼요."

    11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전신마비 판정을 받은 '더 크로스(The Cross)'의 김혁건(42)이 자신을 똑닮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언급하며 "항상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모습을 실제로 보니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감격스러워하면서도, 자신을 복제하는 차원을 넘어, 영화 속 주인공처럼 '아바타'를 통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지난 14일 국내 최초로 메타버스 플랫폼(비커스)을 통해 진행된 JTBC '리얼라이브(RE-ALIVE)'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혁건은 자신의 젊은 시절 음성과 음역대, 그리고 외형까지 AI로 완벽히 복원한 '디지털 트윈'과 한 무대에 올라 '더 크로스'의 히트곡을 함께 부르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우연히 JTBC '얼라이브(ALIVE)'에서 고인이 된 임윤택 씨의 AI가 '서쪽 하늘'을 부르는 장면을 보고, 이 기술을 사용하면 제가 다시 건강했던 시절의 목소리로 저희의 음악을, 또 무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메일로 JTBC 제작진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디지털 트윈'이 영원히 제 목소리로 노래해 줬으면"


    지난해 방영된 JTBC '얼라이브'는 하늘의 별이 된 아티스트들의 음성과 신체를 AI 기술로 복원한 뒤 AI 가수와 실제 가수들이 확장현실(XR) 공연을 펼치는 신개념 음악 프로그램. 이 방송을 통해 유재하·임윤택 등 일찌기 유명을 달리한 전설의 가수들이 AI로 소환돼 팬들과 만나는 감격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얼라이브'의 시즌2 격인 JTBC '리얼라이브(RE-ALIVE)'는 19일 첫 방송의 주인공으로 활동 당시 3옥타브의 고음 샤우팅으로 음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비운의 가수 김혁건을 선정하고, 수개월간 김혁건의 젊은 시절 음성과 음색, 외형을 복원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김혁건의 파워풀한 고음과 성량 등을 복원하는 작업에는 AI 신기술이 총동원됐다.

    김혁건은 2012년 교통사고로 척수장애(사지마비) 판정을 받아 어깨 아래로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 로봇장치의 도움을 받아 인위적인 복식호흡으로 다시 노래는 부를 수 있게 됐지만, 체력적인 부담이 커 예전처럼 폭발적인 고음을 내는 것은 어렵게 됐다.

    이에 김혁건으로부터 '자신을 AI로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은 AI 음성 복원 업체는 김혁건의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3옥타브를 넘나드는 전성기 시절 샤우팅과 음색을 구현하는 훈련을 거듭했고, 외형 복원 업체는 '3D 모델링' 기술과 '디에이징(비주얼 데이터를 변형해 젊은 시절로 복원하는 기법)' 기술을 적극 활용해 대중이 기억하는 그 시절 김혁건의 모습을 완벽히 재현했다.

    "많은 분들에게 용기와 희망 드리는 무대 되길"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김혁건은 '('디지털 트윈' 제작을 의뢰한 후) '디지털 트윈'이 어떤 모습이면 좋겠다. 어떤 모습으로 무대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지금의 저보다 잘생겼으면 좋겠다. 리즈 시절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제가 앉아서 노래를 하는데요. 리즈 시절처럼 일어서서 멋지게 노래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예전처럼 강렬한 샤우팅을 보여주고 싶어요. 허리를 꺾으면서 샤우팅을 하는 그런 시그니처 포즈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김혁건은 "그런데 (실제로 자신의 젊은 시절 모습을 구현한 '디지털 트윈'을 보니) 잘생기지는 않았다"고 농담을 던진 뒤 "언젠가 기술이 더 발전해 영화처럼 '아바타'가 또 다른 내가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김혁건은 ''디지털 트윈'이 음성뿐 아니라 실제로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을 지녔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디지털 트윈'으로 다시 태어나고는 싶지만 이건 불가능할테고…, '디지털 트윈'이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내가 없어지더라 영원히 내 목소리로 노래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신의 '디지털 트윈'을 비롯해 동료 선·후배 가수들과 합동 공연을 펼친 김혁건은 "덕분에 저희 데뷔 20주년에 정말로 뜻깊은 무대를 보여 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제가 신체적인 문제로 장시간 노래를 할 수 없음에도 멋진 선배님과 후배님들의 도움으로 저희 '더 크로스'의 숨겨진 곡들까지 많은 넘버들을 들려 드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제가 사랑하는 선·후배님들과 함께 노래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밝힌 김혁건은 "저희의 노래가 정말 '바람의 시'가 돼서 또 '디지털 트윈'과 함께 '바람의 시'가 돼서, 많은 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해줄 수 있는 그런 무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JTBC '리얼라이브'를 통해 제가 AI와 함께 노래를 들려 드릴 수 있었어요. AI 기술이 계속 발전해서 저에게, 그리고 또 저처럼 AI 기술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일들이 계속됐으면 좋겠습니다."
  • 전성기 음역대 복원한 AI와 김혁건의 하모니

    김혁건의 의뢰로 김혁건의 리즈 시절을 복원한 '디지털 트윈'을 만든 제작진은 확장현실 기술을 이용해 김혁건이 '디지털 트윈'과 '더 크로스'의 히트곡을 함께 부르고, 박기영·루나 등과 듀엣 공연을 펼치는 환상적인 무대를 마련했다.

    26일 오후 10시 50분 JTBC에서 공개되는 이 녹화공연은 '더 크로스'의 신곡 프로듀서를 맡은 가수 더원과 박기영·루나·엔플라잉·이무진 등 쟁쟁한 실력파 가수들이 참여해 '더 크로스'의 곡을 커버하고 각자의 히트곡을 부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디지털 트윈'과 김혁건이 함께 부르는 '돈크라이(Don’t Cry)'. 최고음이 3옥타브가 넘는 이 곡을 김혁건의 전성기 음역대를 복원한 AI와 김혁건이 완벽한 하모니로 소화해 전율 돋는 감동을 선사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선하리 작가는 "'더 크로스' 하면 딱 떠오르는 곡이 바로 '돈 크라이'인데, 김혁건 씨께서 사고 이전만큼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에 대한 강한 갈증이 있으셨던 것 같다"며 "그런 부분을 보완해 주는 것이 바로 '디지털 트윈'이고, 그래서 이번에 '디지털 트윈'과 혁건 씨가 함께 하는 무대에서는 완벽 내지는 더욱 놀라운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선 작가는 "'부활'의 김태원 씨 등 많은 아티스트들이 김혁건 씨의 고음이 '우아하다'고까지 말하는 등 혁건 씨의 보컬을 극찬했다"며 "'더 크로스'와의 인연도 고려했지만 무엇보다 당대 최고 보컬들이 이번 공연에 모여야 한다는 게 저희의 기준이었고, 그렇게 모인 분들이 '더 크로스'의 정말로 어려운 곡들을 멋지게 편곡해 놀라운 가창력으로 불러 주셨다"고 밝혔다.

    JTBC '리얼라이브'를 연출한 이선우 피디는 "기존의 프로그램들이 홀로그램을 이용해 특정 인물을 재현하는 정도에 그쳤다면 저희 프로그램에서는 '딥페이크' 기법과 '3D 모델링' 등을 이용해 증강현실로 구현된 AI 가수가 실제 살아 있는 가수들과 공연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실 수 있다"며 "신곡 프로듀서를 맡은 더원 씨를 비롯해 참여해 주신 모든 뮤지션들이 너무나 열정적으로 공연을 펼쳐 주셨고, 특히 '디지털 트윈'과 김혁건 씨가 콜라보를 하는 장면은 다른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보기 힘든 차별점이 될 것"이라고 관전 포인트를 설명했다.

    이 피디는 "19일과 26일 방영되는 JTBC '리얼라이브'는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해도 AI의 도움을 받아서 새로운 곡을 탄생시켰고, 그렇게 탄생된 곡을 많은 분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라며 "또한 공연에 참여해 주신 아티스트 분들이 본인의 노래뿐 아니라 '더 크로스'의 노래 가운데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곡들을 재해석해 불러, '더 크로스'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도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연할 때 경련… 루나 격려에 용기 내 다시 불러"

    '더 크로스'의 또 다른 멤버 이시하(43)는 "올해가 데뷔 20주년인데, 선·후배, 동료 아티스트들이 저희의 곡을 무대 위에서 가창해 준 것보다 더 큰 선물이 있을까 생각한다"며 "그 정도로 행복한 시간이었고, 저희가 아직 어린데 동료들의 큰 선물을 당겨 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가수 더원에게 큰 고마움을 표한 이시하는 "사실 저희 노래 가운데 '돈크라이'보다 더 부르기 까탈스러운 노래가 바로 '당신을 위하여'인데, 더원 형님께서 이 노래를 부르실 때 제가 이 멜로디를 썼다는 게 자랑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너무 퍼팩트하게 해석해 주셨다"며 "나중에 2절쯤 되자 혁건이보다 더 잘 부르면 속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불러 주셨다"고 떠올렸다.

    김혁건도 "더원 형님이 해외 스케줄을 마치고 오셔서 체력이 많이 떨어져 보였는데, '당신을 위하여'를 이마에 땀이 흥건하게 맺힐 정도로 열창하시는 모습을 보고 정말 감동받았다"며 "정말로 힘든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노래해 주시는 형님 모습을 보고, 저도 휠체어에 앉아서 최선을 다해 노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실 공연 당일 제 체력이 많이 부족한 상태였다"고 털어놓은 김혁건은 "루나 씨와 '바람의 시'를 부르던 중 경련이 오면서 몸이 굳어져 잠시 노래를 멈춘 적이 있었다"며 "저 혼자 다시 노래를 부른다고 생각하면 포기했을 텐데, 루나 씨가 함께 노래를 해준다고 생각하니 용기가 나서 다시 노래할 수 있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혁건 이야기 녹여낸 '바람의 시' '너에게 닿기를'

    '더 크로스'의 신곡, '바람의 시'와 '너에게 닿기를'을 프로듀싱한 더원은 "원래부터 '더 크로스'의 '돈크라이'를 애창해 왔는데 '리얼라이브' 제작진을 통해 우연찮게 합류하게 됐다"며 "'더 크로스'의 음악이 제가 밴드를 했을 때의 음악과 동질감이 느껴져 미약한 능력이지만 한 번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곡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더원은 "이번 신곡은 '더 크로스'가 갖고 있는 본연의 색깔이 충분히 있으면서도 스트링 편곡이 들어간 'J팝' 'J락' 같은 느낌의 사운드가 특징"이라며 "아마 10대 분들부터 50대 분들까지 다 듣기 좋으실 것이다. 곡을 들으시면 '벌써 끝났나? 더 듣고 싶은데'라는 느낌을 드리지 않을까 감히 확신해 본다"고 자신했다.

    이와 관련, 김혁건은 "'바람의 시'라는 신곡은 굉장히 풀어내기 어려운 이야기를 담은 노래"라며 "제가 힘들고 아픈 상황에 헤어질 수밖에 없는 선택을 했지만 헤어진 그녀와의 추억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서 항상 내게 불어온다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김혁건은 "한 곡을 더 준비했는데, 마음의 짐을 덜고 살아가길 바란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너에게 닿기를'이라는 곡"이라며 "저의 이 노래가 바람을 타고 그녀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늘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는 게 삶의 목표"

    이시하는 "혁건이 피부 중 감각이 남아 있는 게 얼굴뿐인데, 얼굴에 바람이 와닿을 때마다 '그 친구'가 나에게 오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는 혁건이의 말을 듣고, 제가 혁건이의 집에서 멜로디를 치면서 함께 만든 노래가 바로 '바람의 시'"라고 부연했다.

    이시하는 "그런데 혹시라도 그 친구가 '바람의 시'라는 노래를 듣고 마음이 무거워질까 너무 걱정된다는 말에, 혁건이의 옛 연인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는 그런 무거운 내용이 아니라 '나 잘 살고 있고, 너와 있었던 시간이 너무 눈부셨고, 그 기억이 사는 데 굉장히 힘이 되니 너도 마음을 무겁게 갖지 말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내가 하는 음악들이 너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는 취지로 '너에게 닿기를'이란 곡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시하는 "그래서 마음을 무겁게 갖지 말라는 혁건이의 마음을 담아 '너에게 닿기를'의 멜로디는 굉장히 경쾌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시하는 "저희의 계획은 늘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는 것, 이게 계획이었는데, 이번에 AI를 만나 협연하게 되면서 AI와 함께 음악을 만들어 나가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하는 운명이 저희에게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며 "물론 AI 기술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부작용을 염려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음악적인 부분에서 순작용을 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연구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