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조정위 무력화 후 정무위서 민주유공자법 강행 처리"민주화 세력 아닌 우리 사회서 청산해야 할 기득권 세력""뭐 했는지 모르는 사람들… 보훈부도 대상자 기록 못 받아"
  • ▲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서성진 기자
    ▲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서성진 기자
    국민의힘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진보당과 손잡고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을 강행 처리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민주화운동을 사유화했다고 비판했다.

    운동권 출신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21대 국회 막바지에 의석 수를 앞세워 민주유공자법을 처리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묻지마 운동권 셀프 특혜법이라고 불리는 민주유공자법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며 "국민의 따가운 눈총이 두려워 민주당이 문재인정부 때 다수 의석을 가지고도 적극 추진하지 않았다"고 상기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어 "21대 국회 마지막 시점까지 강행하는 입법폭주에 깊은 탄식을 금할 수 없다"며 "국회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지 운동권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지 민주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에서 민주유공자법을 추진하는 핵심 세력은 운동권 출신들로, 이들은 민주화운동 경력을 내세워 정치권에 진입하고 입신양명했던 사람들"이라며 "민주화보상법도 모자라 민주유공자법까지 만들려는 것은 민주화를 자신들의 전유물로 여기는 오만한 발상이며, 민주화를 기득권과 특권으로 사유화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윤 원내대표는 "그들은 더이상 민주화 세력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빨리 청산돼야 할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했다"며 "우리 국민의힘은 민주화운동의 참된 정신을 훼손하며 586 운동권의 기득권을 법으로 못 박아 두려는 민주유공자법을 단호히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진보당과 손잡고 민주유공자법을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여야 이견이 있는 안건을 최장 90일 동안 논의하는 제도인 안건조정위원회를 요구했으나, 총 6명인 안건조정위가 민주당 3명, 진보당 1명, 국민의힘 2명으로 꾸려지며 무력화됐다.

    정무위원장도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맡고 있어 민주유공자법은 속전속결로 안건조정위 문턱을 넘은 뒤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민주유공자법은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외에 민주화운동에서 피해를 받은 이들과 가족 등 유족을 대상으로 국가보훈부 심사를 거쳐 유공자 예우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유공자 예우를 인정받은 자신과 가족이 보훈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비용을 감면받고, 부양의무자가 없으면 국가 양로시설에서 지원받는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법안이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민주화운동 관련자 9844명 중 사망하거나 부상당하거나 행방불명된 829명을 추려 민주유공자로 예우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을 두고 "사회적 합의는 고사하고 그 인정 기준과 범위조차 명확하지 않다"며 "보훈부조차 829명 대상자에 대한 행적 확인 요청을 거부당해 명단과 공적 내용조차 확인할 수 없는 묻지마 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수석부대표는 "2021년 운동권 셀프 특혜 지적에 민주당은 스스로 이 법안을 철회한 바 있다"며 "그런데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자 또다시 민주유공자법 처리를 의석 수로 밀어붙이려고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보훈부가 민주 유공 대상자 829명에 대한 세부 내용을 국가기록원에 요청했지만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며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사회적 공감대를 쌓을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민주화운동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과거 민주화운동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했던 반체제 세력도 있었다"며 "당시 NL(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론)이니 PD(민중민주주의혁명)니 CA(제헌의회그룹)니 하는 운동권 정파들의 목표가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이었던 것은 당사자인 민주당 운동권 출신 의원들도 잘 알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권 의원은 "진정으로 유공자를 예우하려면 민주화운동에 대한 엄정한 기준 마련과 공적에 대한 투명성이 선행돼야 한다"며 "지금 민주당이 제출한 깜깜이 법안은 오히려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절하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