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박지원·이재명·안민석 "'서울의 봄' 꼭 보라"조국 "영화 속 '신군부'처럼 '신검부'도 심판받아야"야권, '서울의 봄 관람 '= '보수 정권 심판'으로 선동전국 초·중·고 "'역사적 감수성' 높인다"며 관람 추진교회언론회 "영화 한 편으로 '역사공부'? 위험한 일"
  • ▲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제5공화국을 태동시킨 12.12사태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보수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조장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소위 '독재의 역사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단체관람을 추진하는 단체와 학교들이 늘어나면서,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상업영화가 졸지에 특정 이념을 설파하고 현 정권과 보수층을 매도하는 교재로 둔갑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특히 정치권에서 내년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개봉된 이 영화를 '정권 심판론'을 전파하는 일종의 매개체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서울의 봄' 관람을 둘러싼 논란이 한동안 뜨거울 전망이다.

    흥행 열기에 정치권 '단체관람 독려' 한몫

    '서울의 봄'은 1979년 10월 26일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직후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 벌어진 '군 내부 충돌 사건'을 다룬 영화.

    지난달 22일 개봉한 '서울의 봄'은 지난 12일까지 누적 관객 수 736만2644명을 기록하며 21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개봉한 영화 중 흥행 순위 2위를 달리고 있는 '서울의 봄'은 개봉 후 줄곧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어, 연말 특수 등을 감안할 때 '범죄도시3'에 이어 '1000만 관객' 돌파가 유력한 영화로 손꼽히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흥행 열기에, 더불어민주당을 위시한 '정치권'이 당당히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봉 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불의한 반란 세력과 불의한 역사에 대한 분노가 불의한 현실을 바꾸는 힘이 되길 기원한다" "아픈 역사일수록 우리는 배우고 기억하고 교훈 삼아야 한다"는 감상평을 페이스북에 올린 이후 민주당 의원들을 포함한 좌파 진영에서 조직적으로 '서울의 봄' 관람을 독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11일 "우리 나라를 그들이 지배하게 용납해서는 안 된다"며 "1979년 12.12 쿠데타의 잔혹상이 영화 '서울의 봄' 으로 적나라하게 밝혀지고 있다" "근·현대사 교육을 받지 못한 젊은 2030청년들과 여성들의 울분이 솟아나고 있다" "2030은 물론 경험했던 세대들도, 특히 여성들이여, 꼭 관람하시길 강추한다" "2000만이 관람하면 '검찰하나회'가 '국민의 검찰'이 될 것"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서울의 봄' 관람을 당부했다.

    특히 박 전 원장은 "연 2주 토요일 밤 해남시네마 90여 석 전관 표를 확보, 두 차례 단체관람으로 700만 동원에 180명 기여를 했다" "16일은 출판기념회로 23일 토요일 밤에 3차 단체관람을 추진하겠다"며 직접 단체관람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서울의 봄' 천만 돌파하면 '尹 지지율' 20%대 추락"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흥행을 주도하는 MZ세대에 자극받은 5060도 가세하고 단체관람이 붐을 타면 천만 관객 돌파도 며칠 내로 가능하겠다"며 "'서울의 봄'이 천만 관객을 돌파한다면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가 무너지고 20%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선동적인 발언을 했다.

    사실상 '서울의 봄' 관람을 현 보수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간주한 안 의원은 "영화를 보며 전두광(극 중 황정민 역)의 하나회와 윤석열의 특수부 검찰을 동일시하는 국민들이 내년 4월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심판하고 벚꽃 피는 봄을 맞겠다는 의지가 이심전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30% 지지율이 무너지면 대통령이 깜짝 놀라 이준석을 다시 한번 껴안고 이준석 신당을 막으려 할 것이다. '국민 무시'가 몸에 밴 대통령은 국민들이 압도적으로 찬성하는 김건희 특검을 불발시키려다 20%대 지지율조차 흔들리는 초유의 정권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예단하기도 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12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영화 '서울의 봄'이 700만 관객을 넘겼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역사가 잠시 후퇴하는 것 같아도 결국은 앞으로 간다는 믿음으로 민주주의와 역사의 퇴행을 막는 데 국민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숟가락'을 얹었다. 이 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44년 전 오늘 독재의 군홧발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짓밟았다"며 "사적 욕망의 권력 카르텔이 국민의 삶을 위협하지 않도록 비극의 역사를 마음에 새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의 봄'이 저절로 오지 않았음을 똑똑히 기억하겠다"며 "역사의 퇴행을 막아내고 국민의 삶을 지키겠노라 다짐한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자신의 북콘서트에서 "오래전 이야기임에도 인물과 핍박 논리를 바꾸면 2023년 현재 상황 같았다"며 "영화 말미 신군부의 단체 사진에 이어 재판받는 사진이 나오는데 '신검부' 사람들도 심판받아야 한다"고 말했고, 민주당 정청래 의원도 "군복 대신 검사의 옷을 입고, 총칼 대신 합법의 탈을 쓰고 휘두르는 검사의 칼춤을 본다"며 "'서울의 봄'에서 과거와 현재의 생생한 현장을 만나보시길 바란다. 전 국민이 봐야 할 영화다. 특히 윤석열 정권,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꼭 한 번 봤으면 좋겠다"고 현 정권과 영화 속 '하나회'를 동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의 봄' 단체관람 추진하다 학부모 반대에 '철회'


    이 같은 정치권의 움직임과 맞물려 시민단체들의 단체관람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2일 한 단체가 전남 광주시 모 영화관에서 '서울의 봄' 단체관람 행사를 진행했고, 부여 소재 한 농업협동조합은 지난 11일 여성농업인 40여 명을 초청해 '서울의 봄' 관람을 추진하기도 했다. 합천 소재 모 시민단체도 지난 12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당시 쿠데타 세력의 실체를 잘 드러낸 영화"라며 지역 극장을 빌려 '서울의 봄'을 단체관람했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을 포함한 각 지역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서도 '서울의 봄' 단체관람 붐이 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단체관람을 추진하다가 "학생들에게 일방의 역사적 시각을 주입하려 한다"는 학부모들의 반대로 관람 행사를 철회한 학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북 포항의 한 초등학교가 지난 6일 '서울의 봄' 단체관람을 추진했다 학부모들의 반대가 이어지면서 계획을 취소했고, 서울 송파구의 A초등학교도 13일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롯데시네마 위례'에서 '서울의 봄' 단체관람을 진행하려 했으나 한 유튜브 채널이 이 사실을 문제 삼자, 이틀 만에 행사를 철회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 B여중과 C고등학교도 '서울의 봄' 단체관람을 계획했다가 학부모들의 항의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경제신문에 따르면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다른 중학교도 서울의 봄 단체 관람하냐"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오자, "저희도 어제 단체관람하고 왔다"는 내용의 다수 댓글이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 채널을 통해 단체관람을 계획 중인 학교들을 폭로하며 여론을 환기한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과 함께 13일 오후 D중학교 앞에서 "역사왜곡 영화에 학생을 동원하는 것을 즉각 중단하라"는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14일에도 같은 계획을 추진 중인 E중학교 앞으로 가 동일한 규탄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분노유발 영화 단체관람‥ 총선에 부정적 영향 우려"


    정치권이 상업영화인 '서울의 봄'을 특정 당의 '총선 도구'로 악용하고, 이 영화를 일선 학교에서 잘못된 역사교육의 '교재'로까지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정치적 의도가 깔린 이 같은 단체관람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계에서 나왔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이억주 목사)는 지난 12일 <정치적 허구를 다룬 영화가 역사적 감수성을 높이나>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영화가 어떤 역사적인 소재를 가지고 만들어졌다고 해도, 여기에는 많은 허구(虛構)가 들어가는데, 영화적 재미를 위한 것도 있고, 또는 영화라는 장르를 빌려 의도된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편일 수도 있다"며 "그런데 이에 대해 평론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이를 국가의 정치적인 사건들과 연계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이를테면 정치적인 큰 이벤트가 있을 때, 즉 대선이나 총선이 있을 때 상대 진영의 부정적인 것을 부각시킬 때 곧잘 효과적으로 이용된다는 것"이라며 △2007년 개봉한 영화 '화려한 휴가'가 그해 12월에 치러지는 대선을 노린 작품이고 △같은 주제로 2017년 개봉한 '택시운전사'와 △2012년 개봉한 '광해, 왕이 된 남자'도 특정 후보나 특정 당을 부각하기 위한 영화였다는 주장이 있다고 짚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서울의 봄'은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수사 과정에서 국군의 중요 보직에 있던 사람들과 당시 보안사령관을 맡았던 전두환 장군과의 힘겨루기를 보여주는데, 결과적으로는 나중에 대통령이 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악으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선하다는 식의 프레임이 만들어진다"며 "이는 내년에 있게 될 총선에서 보수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조장하려 한다는 주장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런데 문제는, 사실과 허구가 혼재돼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증명하기에 부족한 영화를 각급 학교에서 어린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한 한국교회언론회는 "한 학교가 각 가정에 보낸 통신문을 보면 '영화 관람을 통해 역사적 사실의 심도 있는 이해 및 역사적 감수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한다"며 "어찌 영화적 재미를 위해 허구로 각색된 영화가 어린 학생들에게 '역사적 감수성'을 높이는 교재로 사용된다는 말인가? 이 영화를 만든 감독도 '역사와 허구가 섞여 있어, 자신도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모른다'고 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영화로 역사공부 대체‥ 교육의 정도(正道) 아냐"


    "전문가들은 '우파는 악, 좌파는 선'이라는 등식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주장한다"며 "이러한 분석들이 날카롭게 맞을 수도 있고, 지나친 기우로 끝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제한 한국교회언론회는 "문제는 영화가 주는 파급력이다. 현재 젊은이들이 이 영화를 가장 많이 보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잊혀진 역사를 객관적 사실에서 찾기보다는 영화 한 편에서 압축적인 학습을 쉽게 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이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젊은 세대는 분노한다고 한다"며 "그렇다면 학교에서 반동원식으로 권해 영화로써 역사를 학습하는 아이들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이는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이 영화 속 당사자들은 이미 단죄를 받았고, 고인이 된 분들에 대한 분노심만 유발하게 될 것"이라며 "그 분노는 마치 판도라 상자처럼 열려서, 어쩌면 내년에 있게 될 총선에도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예견한 한국교회언론회는 "이럴 경우 영화가 아니라 정치적, 이념적 도구로 이용되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사람들은 애써 역사적 진실과 실체와 전모를 제대로, 균형적으로 알려고 하기 보다는 영상(映像)을 통해 본 것을 오랫동안 기억하며, 단순하게 그것을 역사의 실제로 받아들여서 구체화·사실화시킬 수 있게 된다"며 "이런 일들은 의도된 이념적 계산과 만나게 되면 자칫 바른 사고(思考)에 대한 안대(眼帶)가 된다. 결코 바람직한 일이 될 수 없다"고 충고했다.

    "알려지기로는 전직 대통령도 영화 한 편을 보고, 국가의 에너지 정책을 결정했다고 한다"며 "그렇다면 실재와 진실과는 무관하게 허구성이 장착된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역사공부를 대신하려는 교육현장의 강행은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한 한국교회언론회는 "일선 학교에서는 역사적 진실을 제대로 가르쳐야 할 아이들에게 사실과 허구로 짜여진 문제성 영화에 기대하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며 "의도적 목적이 있거나 그것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필수적인 것으로 간주해 단체로 감상하게 하는 것은, 교육의 정도(正道)가 아니라고 본다"고 성명을 마무리했다.
  • ▲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소재 한 중학교 앞에서 영화 '서울의 봄' 강제동원 단체관람 규탄 집회를 열고 있는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와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대표 오상종)' 회원들. ⓒ서성진 기자
    ▲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소재 한 중학교 앞에서 영화 '서울의 봄' 강제동원 단체관람 규탄 집회를 열고 있는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와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대표 오상종)' 회원들. ⓒ서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