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남북 군비 통제 추진은 의미 없어""재래식 중심의 구조적 군비 통제는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 ▲ 12일 육군회관 태극홀에서 제17회 군비통제검증단 정책발전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바름
    ▲ 12일 육군회관 태극홀에서 제17회 군비통제검증단 정책발전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바름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 접경지역에 감시·정찰자산을 확대투입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난 12일 육군회관 태극홀에서 개최된 제17회 군비통제검증단 정책발전 세미나에서 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책임연구위원은 '9·19남북 군사합의 이행 평가와 남북 군사적 신뢰 구축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조 위원은 "(우리 정부가) 9·19군사합의 일부 정지를 북한의 도발 억제 수단으로 공언했으므로 실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응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향후 북한은 우리의 억제 수단 실행 및 보복 의지를 믿지 않을 것이고, 그 결과 억제의 성공 가능성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은 군비(군사시설과 장비) 통제 성공을 위해 무엇보다 감시·정찰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자국의 영공 일부까지 상대편 정찰기에 개방하는 영공개방협정(Open Sky Treaty)이 효과적인 군비 통제 수단으로 인정받는 이유"라며 "그런 의미에서 정찰의 제한보다는 오히려 감시와 검증을 위한 정찰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탈냉전의 상징 중 하나인 영공개방협정은 1992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 등 34개 국가가 합의해 2002년부터 발효됐다. 군축 투명성 제고를 위해 상호 간 정찰비행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약국 간 상호 직접검증을 통해 의혹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다만, 양대 축인 미국과 러시아가 2020년 11월과 2021년 12월 각각 조약에서 탈퇴를 선언하면서 영향력이 줄었다.

    조 위원은 "지난 정부의 9·19군사합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우리 손발을 스스로 묶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9·19 합의 일부 효력 정지로 감시·정찰기능이 복원된 만큼, 북한 도발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원칙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조 위원은 비행금지구역 이외 해상과 육상 등 다른 조항에 대한 효력 정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조 위원은 "우리가 선제적으로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킨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향후 북한의 행동을 보면서 실제 관련 도발을 실행하면 관련 조항의 효력을 정지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조 위원은 현 상황에서 남북 군비 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도 전망했다. "남북 군비 통제 발전의 전제조건은 북한의 비핵화가 될 수밖에 없다"며 "북한이 핵을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남북 군비 통제 추진은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어 조 위원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전제되지 않는 한 남북 군비 통제 발전 가능성은 없다"면서 "재래식 중심의 구조적 군비 통제는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언급했다.